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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4.29 06:28

[리뷰] '표적', 기술은 좋지만 '한 방'을 선사하지 못한 허무함

공권력과의 치열한 대결을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그간의 긴장감을 무너뜨리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복싱을 보면 분명 한 선수가 상대 선수를 몰아붙이는 것 같은데 끝을 못내는 경우가 있다. 기술은 분명 좋은데 경기를 끝낼 '한 방'이 부족한 선수였다. 이런 선수들은 결국 전 라운드가 끝난 후 판정승을 거둔다. 당연하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수를 보고 아무도 '강한 선수'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한 방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운 소리만을 남긴다. '한 방'만 있었어도 경기를 빨리 끝낼 수 있었고 불필요한 체력 소모도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보니 훌륭한 기술조차도 전혀 장점으로 보이지 않은 것이다.

창감독의 '표적'은 바로 그런 권투 경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분명 기술은 훌륭했고 관객을 사로잡을 요소들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한 방'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방을 제대로 날릴 듯 하다가 종소리에 주먹을 멈추고 결국 판정만을 기다린 꼴이 됐다.

▲ 영화 '표적'의 포스터(바른손 제공)

'표적'은 영화 '포인트 블랭크'가 원작이다. 원작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탄탄한 내용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류승룡, 유준상, 김성령 등 배우들의 면면도 물론 관심을 끌지만 그보다는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추격극이라는 점이 가장 큰 관심의 요소다.

이 영화를 지금 이 상황에서 자세히 말하기란 어렵다. 왜냐면 이 영화의 핵심을 이야기하려면 스포일러를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이는 곧 영화를 봐야하는 관객들에게 가장 큰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리 살짝만 알려준다면 '표적'은 홍보하는 것처럼 '추격극'이 아니라 '복수극'이며 가장 큰 악은 바로 '공권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표적'의 중심 인물은 바로 여훈(류승룡 분)이다. 그는 졸지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썼다. 비슷한 시각 의사 태준(이진욱 분)은 만삭의 아내(조여정 분)가 납치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납치범의 요구는 바로 여훈을 병원에서 빼내오는 것이다.

'표적'은 일단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탄 여훈과 태준, 그리고 그를 뒤쫓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전반부를 장식한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인물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공권력으로 위장한 악에 대항하려는 여훈의 복수다.

▲ 누명을 쓴 여훈(류승룡 분)과 그를 뒤쫓는 영주(김성령 분) (바른손 제공)

이 부분에서 '표적'은 분명히 재미있는 영화다. 추격극이던 복수극이던 이야기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면 관객들은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영화 속 추격은 실망감을 주지 않았다. 스토리도 나름대로 반전을 잘 이끌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잽과 스트레이트, 어퍼컷을 나름대로 구사하지만 정작 상대방을 제압할 '한 방'을 날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영화는 여훈이 과거 동티모르에 파병됐던 용병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공권력의 희생양이 된다는 설정을 내세우며 은근히 한 방을 날릴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심지어 클라이막스에서는 마침내 그것에 도전하는 여훈의 모습과 그를 막으려는 (공권력을 대표하는) 인물의 대결이 펼쳐지지만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허무한 대결로 압축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영화는 그렇게 대충대충 마무리를 짓는다. 그간의 추격과 대결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 '표적'은 기술은 좋았지만 정작 중요한 '한 방'을 날리지 못하면서 그간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바른손 제공)

잘 짜여진 한 편의 추적극, 통렬한 복수극이 될 수도 있었던 '표적'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 류승룡과 기존과 색다른 매력을 보인 김성령, 광기어린 모습을 보인 유준상을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의미있는 한 방이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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