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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4.28 07:34

[리뷰] '역린', 이것이 너희가 바라던 영화더냐??

정치적 해석 배제하며 과감함 버리자 드라마도 사라졌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이재규 감독의 '역린'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일단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의 연출자로 잘 알려진 이재규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영화다. 여기에 현빈의 제대 후 첫 작품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그 동안 드라마로, 영화로 계속 재조명되며 어느 순간 '개혁 군주'의 이미지로 각인된 '정조'가 주인공이라는 것, 현빈을 위시해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박성웅, 조재현, 정은채, 김성령 등 '멀티 캐스팅'이 이뤄졌다는 것도 흥미를 돋구었다. 최근 계속되는 극장가의 한파를 '역린'이 풀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도 분명 많았을 것이다.

▲ 영화 '역린' 포스터(초이스컷픽쳐스 제공)

이재규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인간 정조'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이는 곧 정조를 '왕'으로 다루기보다는 '인간'으로 다루겠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감독은 이 영화를 정조의 정치적인 행보를 그리기보다는 1777년에 일어난 정조 암살 미수 사건, 일명 '정유역변'을 다루는 데 촛점을 맞췄다.

그래서 영화는 정조(현빈 분)와 정조에게 충성을 다하는 내관 상책(정재영 분), 그리고 정조를 죽이라는 밀명을 받은 살수(조정석 분)의 과거사와 관계를 그리며 이 영화를 드라마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영화는 어떻게든 정치적인 해석보다는 드라마와 캐릭터에 집중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러나 그 순진한(?) 생각은 '역린'을 '내용없는 이야기'로 전락시키는 큰 원인이 된다.

▲ '역린'의 관심사는 배우 현빈도 있지만 바로 현빈이 맡은 '정조'다(초이스컷픽쳐스 제공)

현재 '역린'이 엄청난 예매율을 기록한 이유는 물론 '현빈 팬덤'이 크게 작용한 것도 있다. 하지만 현빈의 인기만으로는 현재의 예매율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여기엔 다른 팬덤도 작용하고 있다. 바로 '정조 팬덤'이다.

정조는 최근 우리에게는 '개혁을 추구하려했으나 결국 실패한 비운의 군주'로 인식되고 있다. 정조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영화로, 드라마로 나오는 이유는 그의 드라마틱한 삶도 있지만 개혁을 꿈꾸었지만 결국 무너지고 만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와 그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린'은 정조를 다룬 이상 정치적인 해석을 피할 수가 없는 영화다. 죄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정조를 임금으로 여기지 않는 노론과 그들을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정순왕후(한지민 분)를 보며 현재의 한 세력을 생각할 수 있고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정조를 보며 우리 시대를 함께 한 누군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살수(조정석 분) (초이스컷픽쳐스 제공)

어떻게 보면 드라마에 지나친 정치적인 해석을 한다는 것이 좋지 않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정조를 다룬 이상 '역린'은 그 해석을 피할 수가 없는 영화다. 제목도 엄연히 '왕의 노여움'을 뜻하는 단어인 '역린'이다. 왕의 노여움. 왜 왕이 그렇게 노여워하는가가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게 사실은 맞다.

그러나 영화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피하고 드라마를 시도했지만 문제는 그 드라마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겉핥기에 머물고 중심조차 잡히지 않는 이야기 전개가 길게 이루어지다가 마무리된다.

'역린'을 본 이들의 혹평은 사실 드라마의 부재에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의 드라마는 바로 정조를 중심으로 해야 나오는 것이고 정조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우리 현실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역린'을 기다린 것은 바로 정조를 통한 개혁의 열망이었다. 그것을 없애고 드라마로만 꾸리려는 것이 결국 패착이 된 것이다.

알아야 했다. 왜 사람들이 정조의 이야기에 그렇게 관심을 기울였는가를. '역린'은 분명 관객을 사로잡을 힘이 있는 영화였지만 그 힘을 감추기에 급급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됐다.

배우들의 연기는 존재감없는 캐릭터에 묻히고 이야기의 중심은 잡히지 않고 사건은 너무나 싱겁게 처리가 된다. 이 영화를 본 느낌을 '역린'의 대사를 인용해 밝힌다. "이것이... 너희가 바라던 영화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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