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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4.28 08:13

[권상집 칼럼] 연예인에게 기부 권하는 사회, 그 이면에 대하여

연예인에게만 유독 기부 권하는 풍토, 왜 멈추지 않는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비탄은 지금도 전 국민에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110여명이 넘는 실종자는 가족들의 마음에 말 못할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이 참사를 같이 극복하기 위해 각계에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류현진과 송승헌을 필두로 한 공인 또는 연예인 기부는 다시 한번 ‘연예인의 기부’와 관련되어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본질이 잘못 전달된 연예인 기부는 지금 얼마를 누가 냈으며, 누군 왜 안 내고 있는 지와 같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대중에게 호평을 받고 선한 이미지로 부각되었던 연예인들은 이번 기부 행렬에 왜 동참하지 않느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질타나 거센 기부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주말 연예인 이경규씨가 이 민감한 시기에 골프를 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 임동현 기자가 밝힌 바와 같이 연예인의 기부를 돈의 액수로 판단하는 건 황금만능주의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 명성을 날린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산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무엇이든지 돈의 액수와 규모로 해당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평가하고 우열을 가리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연예 매체 이외 모든 매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 기부자 명단과 기부 금액을 비교하고 있다.

▲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기부에 동참한 양현석 김수현 차승원 하지원, 이외에도 송승헌 설경구 송윤아 부부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해 감동을 주었다. (ⓒSBS, 스타데일리뉴스,MBC)

여기서 국민들이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에게 유독 심각히 기부를 권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급 연예인들이 일단 다른 직업에 비해 상상할 수 없는 고소득을 벌어들이는 건 사실이다. 연예 매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사 중 하나가 ‘누구누구 연예인 CF 10개 촬영’, ‘지난해 수입, 광고로만 50억’, ‘1회 출연료 1억~2억’ 등이다. 이에 비해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졸자 신입 연봉 평균은 2,363만원, 고졸자 신입 연봉 평균은 2,03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 경제적 불균형에서 나오는 심리적 박탈감을 기부라는 방식을 통해 고소득 연예인에게 강요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에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준비 중인데, 어떤 연예 매체 보도에 의하면 3층은 수영장, 4층과 5층은 가족이 사용하는 공간, 6층은 양현석 대표의 개인공간이라는 불필요한 개인 정보를 모두 언급한 기사를 마치 특종인양 내비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소득의 불균형, 서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사이기에 충분했다. 그 후 양현석 대표는 5억이라는 소중한 금액의 기부를 통해 다시 한번 본인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며 이 논란을 불식시켰다.

필자는 연예인에게 기부를 권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연예인에게 기부를 반 강제로 요구하게 만든 건 바로 황색언론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수많은 연예 매체와 TV가 연예인들의 하루 소득이 얼마이고 CF로 10억을 벌었다, 올 소득이 100억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쏟아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과 국민들에게 희망은커녕 삶의 박탈감을 초래하는 기사만 제공했기에 우리는 어쩌면 바람직한 기부가 아닌 ‘가진 자가 좀 더 내놔라’라는 박탈감이 가미된 기부를 강요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 모든 책임은 사실 기부를 권하는 네티즌이 아닌 억지 기부를 유도하게 만든 언론의 자극적 기사에 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일부 연예인 또는 공인에게도 문제는 있다라는 점이다. 이미 이번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많은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소중한 금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양현석 대표는 수 차례 기부와 자선 활동을 통해 본인에게 사랑을 준 대중을 위해 끊임없이 그 보답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팬의 사랑을 외치면서 뒤로는 구린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일부 기획사들, CF 값은 조금이라도 더 높이 받기 위해 격렬하게 광고주와 협상하면서 인터뷰 때마다 ‘팬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식의 가식 어린 연예인들에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왜 필요한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물론, 기부를 강요하고 강제하는 세태는 이제 자중되어야 한다. 지난 일본 대지진 때 기부를 한 일부 한류 연예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기부 요구, 그리고 배우 송승헌이 일본에 2억을 내고 한국엔 왜 1억만 내냐는 식의 비아냥 섞인 네티즌들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또한,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억지로 떠밀리듯 기부를 한 연예인들의 기부에 따뜻한 선의지가 담기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한국경제를 이끄는 일부 그룹의 CEO는 여전히 기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확실히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약한 편이다. 이는 단순히 기부에 인색한 연예인을 비판하는 차원이 아닌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일부 고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울분이 의도하지 않게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유지하는 A급 연예인들에게 뜨거운 화살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의지가 담겨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진 연예인들의 기부와 도움의 손길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므로 순서를 돌아가면서 ‘깨끗한 이미지, 고소득 연예인’들을 상대로 몰아 부치는 식의 강요 섞인 기부 논란은 멈춰져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자신들의 빌딩 사재기엔 열을 올리고 겉으로는 ‘팬의 소중함’을 외치면서 대중과 그들의 팬이 어려울 때 공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연예인들도 한번쯤은 반성할 필요는 있다. 더 나아가서 연예인 기부 논란을 일으킨 언론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정화되지 못하면 사회는 결국 더욱 분열될 뿐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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