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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정도전 31회 "고려의 저항,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
처참한 이인임의 죽음, 고려의 마지막을 예고하다
2014년 04월 27일 (일) 10: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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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 손해도 보고 싶지 않다. 이미 켜켜이 쌓인 관계이고 얽히고 섥힌 구조다. 당장 개혁을 추진하는 자신부터 아예 기존의 모순들과 전혀 관계가 없을 수 없다. 스승 이색(박지일 분)의 눈치도 보아야 하고, 친구인 정도전(조재현 분)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 시간을 끄는 사이 기존의 구조는 더욱 결집하고 개혁은 더욱 어려워진다.

신진사대부 자신이 권문세족 출신이었다. 향리 출신이더라도 상당한 토지를 소유한 지주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성계(유동근 분)의 일파 가운데는 신진사대부 이외에도 무장세력 역시 적지 않았었다. 이들 또한 대지주이면서 사병을 보유한 군벌이었었다. 아니 무엇보다 이성계가 국정을 장악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힘 자체가 동북면에서 대대로 소유해왔던 광대한 토지와 고려최정예의 사병의 무력에서 비롯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성계 자신부터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놓을 수 있겠는가. 처가인 곡산 강씨의 땅과 사병을 내놓으라 한다면 아내인 강씨부인(이일화 분)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 KBS 제공

그래서 혁명이 더 쉽다는 것이다. 그대로 뒤집어버리면 된다. 반대하는 자는 죽이고, 저항하는 자는 내쫓는다. 손을 댈 수 없도록 단단하고 뿌리가 깊다면 아예 땅을 엎어 버린다.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한다. 결과가 옳다면 수단 역시 옳은 것이 된다. 목적이 옳고 결과가 옳다면 그를 위한 모든 과정과 수단들은 역시 옳은 것이 되어야 한다. 땅과 사병을 내놓더라도 자신에게는 더 강력한 폭력이라는 수단이 주어진다. 누구든 죽일 수 있고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괴물이 되어간다. 확고한 목적과 흔들림없는 정의는 조금의 머뭇거림이나 망설임마저 앗아가버린다. 혁명이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새 과정과 수단이 목적이 되어 버린다.

이미 정도전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토지개혁이 목적이 아니었다. 토지개혁을 빌미로 신진사대부 가운데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것이 그의 첫째 목적이었다. 토지개혁을 반대하는 자들은 새로운 왕조를 위한 자신의 이상에 반대하는 자들일 것이며, 마땅히 대업의 이상을 위해서는 그들을 배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논리적으로 얼핏 옳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정작 정도전 자신이 역성혁명을 꿈꾸게 되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백성들에게 땅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당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타협을 하든 협상을 하든 토지개혁을 일부라도 시행하려 노력했어야 옳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된다는 것을 정도전 자신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공민왕의 개혁이 실패한 이유였을 것이다. 기존의 구조 아래서 힘을 기른 기득권은 너무 강고했고, 가지처럼 뻗어간 그들의 관계는 어느새 고려 전체를 얽매고 뒤엉켜 있었다. 하나를 건드리면 고려 전체가 요동친다. 자칫 국왕인 공민왕 자신마저 안위를 위협받을 정도였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개혁을 반대하려는 세력을 그냥 놓아두고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역성혁명을 이루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이 뒤집힌다면 기득권 역시 뒤집히고 만다. 그러면 세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색의 한계가 드러난다. 그는 권문세족이었으며 명사로서 고려의 기득권과도 유대가 깊었다. 정도전의 개혁은 자신이 이제껏 누려왔던 고려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그에게는 보다 나은 내일보다 자신이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상식이 더 붕요하다. 정도전(임호 분)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느낀다. 고려의 구체제와 정도전의 이상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간극 안에서 어떻게든 조화를 이루려 애쓰고 있었다. 이색과 정도전이 화합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색도 조금 양보하고, 정도전도 조금 양보하고, 그러나 말처럼 그리 쉽게 될 수 있다면 개혁이 어렵다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색의 입장에 동조하는 신진사대부 역시 결국 입으로는 이상을 떠들다가도 정작 자신의 문제가 되고 나면 입장을 바꾸는 현실적 인물들에 불과하다.

사전이 옳아서가 아니라 지난 수백년동안 해오던 것이기에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사전을 혁파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겠다는 이상을 옳지만, 그러나 사전이란 이미 고려의 현실이며 고려를 지탱하는 구조인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현실과 이상의 문제로 바꾼다. 현실을 지키는 것이 고려를 지키는 것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고려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를 바꾸려 한다. 어디서나 흔히 보게 되는 논리다.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은 국체를 바꾸는 것이다.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 기득권은 어느 시대에나 항상 가장 강했다.

이인임(박영규 분)의 최후야 말로 고려의 최후다. 고귀한 귀족의 나라가 처참한 죄인의 몰골로 피를 토하며 병들어 쓰러진다. 이인임이 곧 고려였다. 이인임이 관직에 나가고, 공을 세우고, 왕의 신임을 받아 권력을 가지게 되는 모든 과정이 고려의 모순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무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능했다. 그 유능함이 쓰이는 방향이 곧 고려의 한계였던 것이다. 부패한 탐욕스러운 권력자가 고려의 운명을 걱정하며 피를 토한다. 왕의 자리는 곧 지옥이다. 권력이란 괴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권력의 정점에서 그 본질을 누구보다 가까이 느껴오고 있었다.

마지막 저항이 시작된다. 이색에 이어 다음에는 정몽주다. 470년 넘게 이어져 온 고려다. 500년 가까이 이어져온 나라에서 나라가 망한다는데 이정도 저항도 없어서야 곤란하다. 그동안 고려의 체제에 기생해 온 세력들이 적지 않다. 470년 동안 쌓여온 인연과 연민들도 작지 않다. 고려에서 나서 고려에서 죽고 싶다. 고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는 자신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 고려는 지금까지의 고려여야 한다. 창왕의 책봉을 두고 이색의 반격이 시작되려 한다.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이래서 많이 서운하다.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충분히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

고려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사회의 단면들일 것이다. 바꾸려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에 저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꾸려 하는 이유도, 그것을 막고자 하는 이유들도 다양하다. 개혁을 꿈꾸고 마침내 혁명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많은 혁명들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어쩌면 이인임의 마지막 말은 그것을 예고하고 있을 것이다. 정도전의 혁명이 실패하고 마는 이유에 대해서. 그럼에도 인간사회는 어떻게는 바뀌어가고 어쩌면 발전해가고 있다.

역성혁명의 의지를 분명히한다. 조금은 유치하다. 민본대업(民本大業), 그보다는 민본혁명(民本革命)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아마도 혁명이라는 단어에 대한 한국사회의 거부감을 고려하지 않았는가 싶다. 혁명이야 말로 바꾸는 것이다. 근본을 뒤집는 것이다. 귀족의 나라에서 백성의 나라로. 그것을 대업으로 삼는다. 이성계가 대업의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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