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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망의 대한민국, 이를 건질 '문화 콘텐츠'가 없다
진정으로 국민의 감정을 담아낸 '문화의 힘'의 부재,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014년 04월 23일 (수) 18: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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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1951년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중공군의 개입과 1.4 후퇴로 무너지면서 국민들은 또다시 피난길을 서둘렀다. 헤어진 가족과 이웃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함께 언제 전쟁이 끝날지, 전쟁이 끝나도 과연 제대로 삶을 살 수 있을지하는 불안감이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뒤덮었다.

한반도가 전쟁의 패닉 속에 빠져있던 바로 그 때,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가 울려퍼졌다. 흥남부두, 국제시장, 영도다리 등 지명들을 그대로 가사에 인용하며 금순이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노래가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노래라고 생각했고 그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았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았던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한 것은 바로 현인의 노래였다.

1953년, 결국 휴전 협정이 맺어지고 부산에 피난한 사람들이 서울로 돌아가는 시점에서는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 정거장'이 울려퍼졌다. 서울에서의 삶을 시작하지만 부산에서의 추억을 남겨놓고 가는 사람들의 심정을 고스란이 담은 '이별의 부산 정거장'은 휴전 후 피폐했던 우리들의 마음에 한 줄기 난로가 되어 주었다.

이 두 곡이 지금도 '불후의 명곡'으로 우리에게 각인된 이유는 바로 그 당시 국민들의 아픔을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로 위로해 준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곧 '문화의 힘'이었다. 전쟁으로 신음하던 당시에는 현인과 남인수의 노래가 있었고 70년대 유신 시대에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8ㆍ90년대에는 김광석의 노래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노래뿐만이 아니었다. 영화, 연극, 드라마, 소설 등 각종 장르들의 작품들이 아픈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준 예는 비일비재하다.

70년대 큰 인기를 모은 영화 '별들의 고향', 드라마 '여로' 등은 고도 성장의 뒤안길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위로의 시간을 준 작품이었고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도시 빈민층의 애환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삶에 지친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게 만든 이들은 대통령이 아닌 문화인들이었던 것이다.

   
▲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문하는 국민들. 이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문화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스타데일리뉴스

최근 대한민국은 엄청난 침체기를 맞았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실종된 학생들이 계속 시신으로 돌아오고 사고 경위를 놓고 여러 문제들이 제기됐고 끝내 범국가적인 문제는 물론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며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를 넘어 무기력증까지 느끼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국민들을 위로할 무엇인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위 '대중문화'라고 불리는 장르들은 국민을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언제 방영할 수 있나?' 혹은 '언제 발표할 수 있나?'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요계는 지금 컴백을 앞둔 가수들이 한없이 컴백 시기를 미루고 있다.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노래가 없다는 뜻도 된다. TV 드라마 또한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예능은 또 어떠한가? 연예인 신변잡기로 이야기를 채우는 방송에서 무기력한 국민을 위로할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아무도 이런 사고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사실 무리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우리는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번 듣고 좋은 노래, 무조건 웃고 즐기는 예능, 재미로만 승부하려는 드라마만을 생산했다는 것이 이런 식으로 증명이 된다. 진실로 진실로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문화 콘텐츠가 전무했다 이 말이다.

곧 사고 소식이 잠잠해지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정상화되고 영화와 각종 문화 활동들이 지속되고 가수들이 속속 노래들을 발표하며 또다시 춤과 노래를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영웅은 과연 누구인가?

진심어린 위로, 진정어린 마음이 담긴 콘텐츠를 보고 싶다. '문화의 힘'이 정말로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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