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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4.21 16:23

'한공주ㆍ도희야' 청소년 현실 반영 영화, 정작 청소년은 볼 수가 없다?

영등위 '모방우려' 내세워 계속 '관람불가', 청소년 영화문화 조성 필요한 시점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최근 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이 영화를 볼 수가 없다.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한공주'는 집단 성폭행을 당한 한공주(천우희 분)가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과 그것이 다시 무너져가는 과정을 통해 어른들의 욕심과 무관심, 그리고 그것을 서로 극복하려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지만 '자극적이고 거칠게 폭력적인 부분이 나와있고 모방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외화 '디태치먼트'는 한 기간제 교사(애드리언 브로디 분)의 눈을 통해 본 아이들의 우울한 모습을 통해 학교 교육의 문제, 그리고 그 속에서 지쳐가는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미국 공교육의 문제를 보여준 작품이지만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구체적인 영상 표현은 없지만 청소년 성매매, 약물 사용, 자살 표현 등 모방 위험 수위가 높다"는 것을 등급 판정 이유로 꼽았다. 참고로 이 영화는 지난 2012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 성폭행 장면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한공주'(무비꼴라쥬 제공)

가족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14세 소녀 도희(김새론 분)와 시골로 좌천된 여성 파출소장(배두나 분)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내용의 영화 '도희야'도 최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폭력이 직접적, 구체적으로 표현됐고 약물, 대사 등 모방 위험 부분에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등급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대부분 수용하는 모습이다. '디태치먼트'를 배급하는 수키픽쳐스 관계자는 스타데일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접적인 범죄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등급을 정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것 같다"면서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에 결정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공주'와 '도희야'를 배급하는 무비꼴라쥬 관계자는 "대상이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관람불가 판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타격이 분명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영등위의 판정을 존중하는 게 맞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 마약 및 자살 암시 등을 이유로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디태치먼트'(수키픽쳐스 제공)

실제 '한공주'를 만든 이수진 감독은 매체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열린 영화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공주'를 본 청소년들이 좋은 평가를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불가능하다.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오면 아무리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같이 와도 영화를 볼 수가 없다. 결국 청소년의 현실을 보고 토론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영등위가 이들 영화에 공통적으로 들이댄 잣대는 '모방위험'이었다. '한공주'의 성폭행 장면이나 '도희야'의 가정 폭력, '디태치먼트'의 마약과 자살 암시 등이 청소년들이 보고 따라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스타데일리뉴스와 통화를 한 영등위 관계자는 "영화의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것을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표현할 경우 자칫 영화의 메시지보다는 영화에 충격을 받거나 영화를 흉내내려는 청소년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결국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청소년 영화가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영등위가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7가지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공포, 약물, 대사, 모방위험이다. 이에 따라 수위별로 단계를 정하고 이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따라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라도 폭력이나 모방위험 등이 높거나 성적인 대사 등의 수위가 올라가면 관람불가 판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영등위의 주장이다.

▲ 가족 폭력 장면을 이유로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도희야'(무비꼴라쥬 제공)

앞에서 말한 대로 '청소년 관람불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다른 어른과 함께 와도 관람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영등위 측은 "이 문제는 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아무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이지만 모방 위험성이 있는 영화인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동반 아래 입장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 이것을 대안으로 하기엔 힘든 상황이다. 영등위는 표현의 조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청소년의 문제는 수위를 조절하기엔 너무나 큰 문제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청소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 보며 토론할 수 있는 영화 문화의 조성이 이루어져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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