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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침몰, '안전불감증'이란 뜻을 생각해보다
파편화된 사회와 안전을 돈으로 바꾸려는 환금주의에 대해
2014년 04월 19일 (토) 1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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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느 마을에서 혹시 모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한 사람당 쌀 한 말씩 갹출해 모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누군가 쌀을 모으던 도중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쌀 한 말을 내서 과연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첫째 어차피 다른 사람이 필요해서 쓰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에 불과하다. 쓰려면 내가 써야지 다른 사람이 써봐야 남 좋은 일밖에 안된다.

둘째 그렇다면 내가 필요할 때 내가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공정하게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자격도 안되면서 부당하게 기회를 누리는 사람이 생기거나, 혹은 아예 부정을 저지르고 마음대로 유용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결국 그만큼 내가 돌려받을 몫은 줄어들게 된다. 역시 쌀은 내가 냈는데 다른 사람만 이익을 본다.

공공의 규범이란 공공의 가치에 따른 구성원 사이의 상호부조라 할 수 있다. 일정한 규준에 따라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다. 서로 손해보고, 번거롭고 성가신 불편을 감수한다. 그렇게 최대한 서로가 공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온다.

"왜 나만 손해봐야 하지?"

어차피 다른 사람이 얼마나 손해를 보든 그것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것이 어떻게 자기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오게 되는가도 관심이 없다. 내가 입는 손해만이 오로지 손해다. 내가 누리는 이익만이 오로지 이익이다. 타인이 배제된 빈자리에는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만이 남는다. 자심이 감당해야 할 손해만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기에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혹에 빠지게 된다. 단지 그렇게 얻는 이익에 대해 경멸과 비난을 보내는 다수의 타인의 존재가 자신을 자제토록 만든다. 그런데 그마저도 사라져 버린다.

결국 모두가 당연하게 법을 어긴다. 그것이 오로지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탈법은 지혜고 불법은 기술이다. 그렇게 바꾼 가치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고 존경받는 상위의 가치다. 돈만이 모든 가치를 계량하는 척도가 된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 가지고 있는가. 공공의 규범을 어긴데 따른 모든 경멸과 비난이 돈이라는 가치 앞에서 존경과 찬사로 뒤바뀌고 만다. 유혹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것이 당위가 되어 버린다. 정직과 성실, 정의는 단지 낯간지러운 우스개거리로나 여겨질 뿐이다. 현실이다.

실제 '안전불감증'이라 쉽게들 말한다. 그러나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정말 안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서 지금과 같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말이다. 당장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만 하더라도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누구보다 먼저 탈출해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나 안전을 바란다. 안전은 본능이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고통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보다 안락한 삶을 살고자 한다. 다만 과연 그 안전을 위해서 어디까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에 따라 입장이 갈릴 뿐이다.

단적으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안전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다소간 자신의 안전을 희생할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지는 사람마저 있다. 배의 점검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배의 안전장비와 승무원의 교육을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수고를 감수하고,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은 결국 자기가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의도와 의지가 있는가.

승객들을 버려둔 채 자신들만 배에서 탈출했던 승무원들의 행동과 배의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회사의 행태는 분명 닮은 부분이 있다. 그에 대한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관계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승객이 보다 안전해져봐야 그것은 승객이 안전해지는 것이다. 사회가 보다 안전해져봐야 내가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게 따로 보상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에 비해 다른 사람의 안전을 포기한다면 돌아오는 이익이 작지 않다. 당장 승객들을 살리려 했던 여승무원은 사망했고 반면 혼자서만 살려고 도망쳤던 다른 승무원들은 살았다. 법을 어겨서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면 사회적으로도 더 많은 인정과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히 타인으로서 인식한다. 나와 혹은 우리를 제외한다면 모두 상관없는 타인이다. 죽거나 다치거나 상관할 바 없다. 안전에 불감한 것이 아니라 안전을 신경쓸 가치가 없는 것이다. 장롱틈에 사는 바퀴벌레가 홍수에 떠내려가게 생겼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같다. 인정이란 '우리'를 향하는 것이지 모두를 위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학교에서 세월호 침몰에 관심을 보이던 학생들에게 공부나 하라며 윽박질렀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많이 공감이 갔었다.

철저히 타자로서만 인식하니 서로에 대한 신뢰도 없다. 당연히 부정을 저지를 것이라 여긴다. 당연하게 탈법과 불법을 행할 것이라 여기게 된다. 법을 지키는 것은 손해보는 것이다.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것은 괜한 불편만 자초하는 것 뿐이다. 어차피 법이란, 윤리나 도덕이란 자기가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다.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사회에서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자존의 기준이란 오로지 물질적인 것으로 계량된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그다지 가치도 없고 오히려 손해만 되는 법이나 윤리, 도덕과 같은 것들을 위해 더 의미있고 유용한 가치를 놓치면 어떻게 하는가. 그것은 차라리 강박에 가깝다.

과연 누가 자유로울까.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니 자기 사업을 해 본 사람도 이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군대를 가도, 아니 아직 학생이어도 그같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요령, 혹은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타인을 철저히 대상으로 여기고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들을. 편법은 지혜다. 탈법은 기술이다. 이기는 정의다.

안전이 소중한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안전을 소홀히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알지 못해서도 아니다.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안전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혹은 희생해야 하는 가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담보해야 한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희생할 수 없다. 문득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간은 얼마든지 이기적일 수 있으며 그것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스스로 괴물이 되고 만다.

안전불감증이라기보다는 안전이 이익이 되지 않는 사회의 문제일 것이다. 타인을 위한 배려와 양보를 오로지 손해로서만 인식하는 사회전반의 문제일 것이다. 그 위에 모든 가치의 척도인 돈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의 가치가 모든 가치를 계량하는 기준이 된다. 아무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책을 강구해보아도 소용없는 이유일 것이다. 법과 제도를 고치고 만든다 수선을 피워도 결국 다시 사건은 이렇게 일어나고 말았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보다는 사회의 구조 근본을 바꾸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곪고 썩어온 것이라 당장 바꾸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희생이 아닌 당연한 의무라 생각하며,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돌아올 것을 믿도록 해준다. 모두가 안전하다면 자신도 역시 안전하다. 그것이 믿음이다. 내가 기여한 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누가 되었든 내가 낸 쌀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역시 그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 할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도 배워야 하는 더 중요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말이 짧다는 것이 이래서 한스럽다. 과연 '안전불감증'이라는 말로 끝낼 문제인가. 그보다는 보다 근본의 원인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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