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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BENT', 처절한 동성의 사랑이 인간의 사랑으로 다가온다
동성애 탄압받던 나찌 정권 배경, 절망 속 인간애 느낄 수 있어
2014년 04월 19일 (토) 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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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1934년 독일 베를린, 그가 제일 먼저 처단하려 했던 것은 장애인과 정신병자, 그리고 동성애자들이었다.

동성애자들은 무조건 격리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갔고 이들은 수용소의 다른 죄수들에게도 외면당해야 했다. 동성애 처벌법이 없어진 1969년까지 이들은 수용소에 끌려갔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그들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17일 저녁부터 앵콜 공연에 들어간 연극 'BENT'는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있었던 1934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맥스(김승기 분)와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동성애자가 나온다고 해서 이 연극이 '동성애자도 인간으로 살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에만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BENT'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동성애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인간성을 가지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픔과 절망,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 연극이다.

   
▲ 동성애를 탄압하던 나찌 정권을 배경으로 한 연극 'BENT' ⓒ스타데일리뉴스

연극은 2막으로 나누어진다. 1막은 맥스가 수용소에 끌려가기 전에 일어난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준다. 클럽에서 일을 하던 맥스는 애인인 루디(최성호 분)와 함께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동성애를 혐오하는 상황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야했고 결국엔 나찌에게 체포되고 만다.

동성애를 유태인보다도 더 혐오하는 나찌 장교들 앞에서 맥스는 루디가 친구임을 부정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다. 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 1막이다.

그러나 2막은 속도가 전혀 다르다. 수용소에 갇힌 맥스는 동성애자로 '분홍색 역삼각형'을 가슴에 단 홀스트(노창균 분)를 만난다. 맥스는 장교와 거래를 해 동성애자가 아닌 '유태인'으로 가슴에 노란색 별을 달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하는 일은 12시간 동안 돌을 옮기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을 미치게 그리워했던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지만 행동은 똑같다. 1막의 빠른 전개와는 달리 2막은 반복의 연속이고 전개 또한 느리다.

사실 이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낄 관객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지루함을 느끼는 그 순간이 나찌가 기다렸던 순간일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감정의 변화를 보이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표현한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결국 사랑을 느끼게 되는 두 사람. 격렬한 행위 대신 격렬한 대사가 그들의 사랑을 표현한다.

'BENT'는 그렇게 '동성의 사랑'을 인간의 사랑으로 바꾸어간다. 남자들이 사랑을 나누는(물론 대사로) 장면조차도 실제로 사랑을 나눈다기보다는 살아남으려고 악을 쓰는 모습으로 보인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수용소에서 인간으로 살아남으려는 이들, 이들의 사랑을 단순히 '동성애'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그 현실이 절망적이다.

   
▲ 'BENT'는 동성의 사랑을 인간의 사랑으로 승화시킨다(바나나문 프로젝트 제공)

그리고 극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우리는 이 두 사람이 '동성'이 아닌 '동지'가 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사람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사람이 사람을 통해 삶의 의지를 찾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처절한 대사로 표현하는 것이 2막이다.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한 연출과 연극 속 캐릭터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깊은 작품이다. 이들의 발성으로 토해내는 인간애의 표현을 귀로 듣는 색다른 느낌을 'BENT'를 통해 접하게 될 것이다. 오는 4월 27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BENT'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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