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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방송
  • 입력 2014.04.15 12:14

'라디오 발언 실수'로 비난받은 연예인, 백마디 말로도 꼬리표를 뗄 수 없다

촛불시위 폄하, 일베 용어 사용, 국정원 옹호 등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의 향연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말이란 참 무섭다. 말 한 마디로 천냥의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말 한 마디 잘못하면 평생 그 죄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 한 마디 때문에 백마디의 말로 변명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의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이미 그 말을 들은 이들은 그것을 계속 기억하고 반복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기'인 라디오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했다가 이미지를 망친 예가 여럿 있었다. 15일 오전 KBS 한석준 아나운서가 라디오 생방송 도중 한 '국정원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된 지금, 라디오를 통해 잘못된 이야기를 했다가 청취자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던 사연들이 떠올랐다.

▲ 촛불시위 참여 시민 폄하발언으로 모든 프로에서 하차했던 정선희(MBC 제공)

지난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로 시작된 촛불집회의 열기가 온 나라를 감싸던 무렵, 당시 MBC FM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던 정선희는 자전거 도난 사연을 소개하면서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 불태우면서 촛불집회해도 이런 사소한 거, 환경 오염시키고 이렇게 맨홀 뚜껑 퍼가고.. 이게 사실 굉장히 큰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하는 범죄다. 큰 일이 있으면 흥분해서 같이 하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없으리라고 누가 아느냐"라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그 발언으로 인해 인터넷에는 '정선희 퇴출론'까지 일었다. 정선희는 다음날 방송에서 "말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신중했어야 했는데 민감한 사안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그것으로 비난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정선희는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이 발언에 대한 비난은 지금도 정선희를 옥죄고 있다.

블락비는 태국에서 '개념없는 말 한마디' 했다가 활동이 완전히 묶였던 케이스다. 지난 2012년 블락비는 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국인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한다면서 "금전적인 보상으로 마음이 치유됐듬변 좋겠다. 가진 게 돈밖에 없다. 7천 정도?"라고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 홍수를 겪은 태국 국민들을 비하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블락비(세븐시즌스 제공)

이 동영상이 나오자 국내 네티즌들이 발끈했고 심지어 동료 연예인조차 블락비를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기까지 했다. 블락비는 이 때문에 한동안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창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은 말 한 마디로 자신은 물론 10,20대에게 무서운 오해를 가지게 한 장본인으로 몰렸다. 지난해 5월 전효성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다.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큰 파문을 줬다. 민주화의 뜻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일간베스트 저장소, 일명 '일베' 용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민주화'는 일베에서 '획일화', '하향평준화'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말로 전효성은 일베 쪽의 의미로 '민주화'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근본이 없다'는 비난에 시달랬다. 전효성은 즉각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지금도 전효성에게는 '민주화' 발언의 악몽이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 '민주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효성 ⓒ스타데일리뉴스

더 큰 일은 전효성의 발언으로 아이돌은 물론 10,20대 젊은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열들이 피를 흘리며 얻어낸 '민주화'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반성과 함께 그것을 잘못 사용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젊은이들의 역사 인식을 보며 탄식한 이들이 많았다.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고 시크릿도 안정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꼬리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박경림은 농담으로 한 말이 문제가 되면서 하차 요구까지 받은 케이스다. 지난 3월 박경림은 민방위 훈련 중계로 방송 시간이 20분 정도 지연되자 "훈련으로 지연된 20분은 어디서 보상받아야하나"라고 말했다가 "개념없는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박경림은 즉각 사과했지만 하차 요구까지 나올 정도로 네티즌들의 비난은 거셌다.

▲ '민방위 지연' 발언으로 문제가 됐던 박경림(KOEN 제공)

그리고 15일 오전 한석준 아나운서는 부친상을 당한 황정민 아나운서를 대신해 진행한 KBS 쿨FM 'FM 대행진'에서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낱낱이 파헤쳐지면 안되고 남재준 국정원장이 법적 처벌을 면하게 되어 다행이며 설사 관여했다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며 증거 조작을 한 국정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런 말들은 이미 나온 이상 백 마디의 사과가 안타깝다. 라디오가 아무리 하향세라고는 하지만 라디오를 듣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들의 말은 여전히 온 나라에 울려퍼지고 있다. 생각없이 던진 말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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