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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의 into The book] #2. 천재 건축가 김수근의 두 얼굴
도서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강부원 저자, “건축가 김수근 ‘공간’과 ‘대공분실’을 모두 설계, 야누스 같은 두 얼굴”
2022년 05월 30일 (월) 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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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기자 news1@stardailynews.co.kr

   
▲ ▲ 도서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도시의 구조와 경관은 건축으로 완성된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등. 건축물 자체가 한 도시의 상징이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름난 건축가가 남긴 건축물을 보기 위해 기꺼이 다른 나라의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한 건축물들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마음이 집약된 거처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에게 건축은 가장 인공적인 자연이다.

세계의 다른 대도시들처럼 우리나라도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꽤 있다. 광화문이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남선의 서울타워, 덕수궁 등 다양한 건축물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공간’사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도서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의 강부원 저자는 공간 사옥을 “나이를 곱게 먹은 자그마한 건물”이라며 공간 사옥 앞을 지날 때 마다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전한다. 이어 공간 사옥을 지은 김수근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김수근 건축가, 사진=김수근문화재단

#. ‘공간’, 서울의 고고한 자존심

‘공간’ 사옥을 설계한 이는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 김수근(金壽根,1931~1986)이다. ‘공간’은 김수근 특유의 ‘둘러싸여 있으나 막히지 않은 공간’이라는 정신을 구현한 건축물이다. 김수근이 1966년 11월 창간한 문화예술 종합월간지 <공간>과 동명(同名)이며 잡지사의 사옥으로 쓰이기도 했던 이 건물은 한국 현대건축사의 정신과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도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하고 문화재청장을 지내기도 한 유홍준 교수도 <공간> 출신이다. 그와 깊게 우정을 나눈 공옥진과 김덕수가 한국 예술문화 역사에 이정표가 된 ‘병신춤’과‘사물놀이’를 세상에 최초로 공개한 장소도 ‘공간’이었다.

‘공간’은 조선 시대 한옥과 고려 시대 석탑, 잿빛 벽돌과 투명한 유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거한다. 이제 ‘공간’은 더 이상 <공간> 사옥이 아닌 백남준, 권오상, 바바라 쿠르거, 신디 셔먼, 트레이시 에민, 수보르 굽타, 키스 해링, 마크 퀸과 같은 세계적 아티스트의 작품 4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현대미술관(아라리오 뮤지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월이 지나 건축물의 용도는 바뀌었으나, ‘공간’이 태생부터 지니고 있던 예술적 지향만은 변함없는 셈이다.

   
▲ ▲사진= 도서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서울의 도시계획과 ‘흑역사’로 남은 세운상가

김수근은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건축가다. 보기 드물게 학계는 물론 정부와 시민 모두가 애정하는 건축가이기도 했다. 

김수근은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정부가 의뢰한 ‘부여박물관’과 ‘세운상가’, ‘올림픽주경기장’ 등을 내리 설계하고 지었다. 김수근의 작품들은 대개 한국적 미학과 전통을 살려 건축물 본연의 목적과 잘 결합시킨 건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편 정권의 기세와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웅장하고 거대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세운상가’의 경우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재임하던 서울시에서 지하철 1호선 개통과 종로 재개발에 맞춰 상징적인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당장 며칠 만에 결실을 내놓으라고 재촉한 결과물이었다. 

세운상가를 만들면서 한국전쟁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청계천의 판잣집들은 모두 사라지고 빈민들은 모두 도시 밖으로 내쫓겼다. 더불어 종로의 이야기를 만들어 온 수많은 노포(老鋪)들과 전통 상인들마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세운상가를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이자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미래도시 구상을 실현한 우수한 건축물이라고 치켜세우는 경우도 있다. 거주와 생활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주택과 상가가 공존하며, 건물들 사이를 잇는 공중보도(空中步道)와 건물들 사이의 자동차 전용 통로 등은 시대를 앞선 개념이 분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굳이 건물 위로 새로 난 길에 올라 걷지 않았고, 자동차 전용 통로는 터널처럼 어둡고 음습해 환영받지 못했다. 이처럼 세운상가는 명백히 실패한 건축물이었다. 태생적으로 권력의 눈에 들기 위해 지어진 건물의 운명은 가혹했다.

   
▲ ▲사진= 도서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야누스와도 같은 천재 건축가의 두 얼굴

지금도 김수근이 독재정권의 프로파간다 조작에 미학적으로 복무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5.16 쿠데타 세력은 물론 신군부와도 깊은 친연성을 보이며 가까이 지낸 내력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수근이 남긴 건축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더욱 뜨악한 면모를 발견할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이 그렇다. 몇해 전 개봉한 영화 <1987>(장준환 감독, 2017)을 통해 사람들은 군사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대공분실을 다시 환기했다. 현재 남영동대공분실은 역설적이게도 서울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인권보호센터로 변해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도 김수근이 만든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알곤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공분실에 적용된 건축기법과 설계 의도를 살펴보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관변성이 짙었던 삶을 살아왔던 김수근의 삶이 새삼 엿보인다. 대공분실은 수감자들에게 최대의 공포와 억압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낸 정교한 폭력 장치였다. 

김수근은 대공분실 건물의 담장까지도 특유의 미감으로 정돈하고 마감할 정도로 치밀했다. 발주자의 의도에 따라 설계했을 뿐이라고 이제 와 발을 빼기도 어렵다. ‘억압’과 ‘폭력’에 더한 ‘불안’과‘공포’마저 그의 건축 미학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 한국적 미학과 예술성을 담아낸 벽돌 건축

건축이란 단순히 설계를 하고 건물을 짓는 행위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이 들어설 장소를 찾아주변의 자연 환경과 지역의 역사부터 이해해야 한다. 장소성을 올바르게 반영해야만 훌륭한 건축이 완성될 수 있다. 그래서 김수근은 “건축은 건축가와 대지가 대화를 나눈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수근은 건축 작업 중에 스케치와 모형 만들기를 특히 좋아하고 잘했다고 한다. 즉, 그는 타고난 설계자이자 발명가였다. 수백장의 도면을 반복해 그려야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그의도면이 얼마나 정확하고 빈틈이 없었는지, 비가 오면 계단 참 아래로 빗방울이 흐르는 모양까지도 설계도에 표현했다. 완공된 후비 오는 날, 물 흐르는 모습이 도면에 나온 그대로였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재미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을 최고의 건축으로 생각한 김수근은 ‘모태공간’이라는 독창적 건축이론을 창안해내기도했다. 말년으로 갈수록 그가 설계한 건물들은 원형을 띠고 부드러운 곡선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 그는 따스하고 표정이 많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며 벽돌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 중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경동교회’와 ‘마산 양덕성당’, ‘문예회관(대학로 아르코미술관)’, ‘구미 문화예술회관’,‘샘터사옥’ 등이 조적(組積) 방식으로 지어져 있다. 그는 벽돌 건물이야말로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건물이 앉아 있는자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든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대표작 ‘공간’의 벽돌부 사랑채를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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