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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조수현 기자
  • 공연
  • 입력 2022.05.27 09:58

‘배우의 예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줄 연극 '햄릿'

▲ 연극 '햄릿' (신시컴퍼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조수현 기자] ‘배우의 예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줄 연극 '햄릿'이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한 달간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관객을 만난다.

지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한국 연극계의 원로 9명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던 연극 '햄릿'. 이번 공연에는 그때의 기라성 같은 원로 배우들에 현재 한국 연극과 뮤지컬계를 이끄는 젊고 유망한 배우들이 가세, 한바탕 축제와도 같은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연극 '햄릿'은 이전보다 한 층 진일보된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공연에서도 지난 시즌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던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을 모두 함께 다시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당시, 병환으로 연습 중 안타깝게 하차했던 권성덕이 건강을 되찾아 합류, 가장 연장자로서 든든히 무대를 지킬 예정이며, 길해연은 이해랑 수상자로서는 가장 막내지만 선배 라인으로 합류하여 손숙과 더블캐스트로 관객들을 만날 것이다. 이들은 이전 공연과 달리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1-4 등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그리고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즈, 호레이쇼 등은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한국 연극과 뮤지컬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합류하여 제 몸에 딱 맞는 배역을 통해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한다.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빈사 상태에 이르고, 창조에 대한 열정보다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 욕망이 팽배해 있는 때다. 이에 관객과 배우가 마주하며 인간에 대해 무한한 탐구를 하는 이 아날로그적인 예술의 가치를 다시 관객들에게 일깨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 진 것이다. 이를 위해 선배 배우들은 사회 명사로써 바쁜 일정들을 물리치고 이 공연에 앙상블로라도 흔쾌히 함께 하기로 결심했고, 후배 배우들은 어른들을 모시는 어려운 작품에 배우는 학생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참여하고 있다.      

2022년 연극 '햄릿'은 팬데믹의 시간을 지나 상실된 연극을 다시 깨우는 작품이 될 것이다.  

'햄릿'은 약 400년 전 작품이다. 수많은 전쟁과 질병으로 세상이 멈춰버린 시간에도 무대는 계속되었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공연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 이유를 배삼식 작가는 ‘인간 안에 깃든 어둠과 심연을 탐사하는 정점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가능한 한 외면하고 싶어 하는 불순하고 불온한 인간의 심리를 용기 있게 직시하도록 하는 것, 그래서 인간의 정신이 지닌 탄력성과 마음의 힘, 그 면역력을 관객들에게 일깨우는 것이 <햄릿>에 극작가로서 참여하는 사명이라 말한다.

그래서 그는 5막을 2막으로 기술적으로 축약하는 것 외에 셰익스피어 작품이 지닌 고갱이는 가능한 한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배삼식 작가의 사려 깊은 펜을 통해 전달되는 유려한 셰익스피어의 언어들은, 노련한 배우들의 몸으로 체화되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지난 공연에 이어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고전은 통시성을 갖고 있긴 하나 오늘 우리는, 특히 현대인의 심리로 햄릿을 보려 한다. 이번 햄릿은 현대적인 방향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보다 정통적이고 예리하게 작품 내면을 들여다 볼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연출은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에게 '햄릿'의 나아갈 방향을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기’를 지시했다.

무대는 '햄릿'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모호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주, 조연, 앙상블 할 것 없이 기쁜 마음으로 '햄릿'에 참여한 배우들이 보여줄 면면은 더할 나위없이 흥미롭다.

먼저, 유인촌은 일생을 통해 여섯 번이나 ‘햄릿’을 연기한 햄릿 전문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햄릿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역을 맡아 햄릿의 대척점에 선다. 한평생 햄릿으로 살았던 그가 보여줄 ‘클로디어스’가 기대가 되는 이유다.

또한 '햄릿'에서 보여주었던 그동안의 여성 캐릭터는 한없이 나약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구시대적 여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김성녀와 박지연이 보여줄 ‘거트루드’와 ’오필리어’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확실한 자아와 욕망을 가진 당찬 여성으로 관객들의 예상을 깨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노련하고도 팔색조와 같은 연기력의 대가 정동환은 지난 시즌에서는 깊은 욕망과 두려움에 휩싸인 ‘클로디어스’역으로 관객을 만났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모사꾼 ‘폴로니우스’역과 ‘무덤파기1’역으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 손봉숙은 유랑극단의 배우 1,2,3,4로 출연,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긴다. 젊은 시절부터 ‘세자매’역으로,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트로이카 배우로 항상 함께 일컬어졌던 세 배우, 그리고 '햄릿'이라는 작품에 세 번이나 함께 하며 거트루드를 포함 다양한 역할로 관객들을 만났던 손봉숙, 그리고 한국 연극의 현재를 선봉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배우 길해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극중극 ‘배우’ 역할은 작품의 처음과 끝, 그리고 비극의 한 가운데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권성덕은 약방의 감초 ‘무덤파기2’와 ‘사제’역, 전무송은 ‘나를 잊지 마라’는 명대사를 남기는 죽음의 복선 ‘‘유령’역으로 분한다. 한평생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중요배역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작은 분량도 마다하지 않으며 노구를 이끌고 무대에 서는 그 숭고한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뮤지컬과 연극에서 매 작품 주인공으로서 빛나는 박건형과 김수현은 각각 ‘레어티즈’와 ‘호레이쇼’로 분하여 관객들을 맞이한다. 항상 작품의 중심에 섰던 배우들이 선생님들과의 작업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역할의 크기도, 그 무엇도 따지지 않고 작품에 참여하는 그 모습에서 진정한 연극인의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젊은 피 김명기, 이호철은 ‘햄릿’의 친구 ‘길덴스턴’, ‘로젠크란츠’, 그리고 다양한 젊고 기동력이 필요한 역할들로 분하여 작품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특히 까다로운 배우 섭외로 유명한 손진책 연출의 눈에 든 두 사람으로 인해 활기 넘칠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햄릿’은 강필석이 맡는다. 6년 전 원로들이 선사한 '햄릿'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그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참여한 2022년 '햄릿'. 이 작품에서 그의 사명은 이전의 햄릿 유인촌이 보는 앞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 그리고 그동안 강필석이 보여주었던 따뜻하고 섬세한 연기를 180도 뒤집는 연출의 주문을 백 퍼센트 소화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강필석은 매 작품에 임하는 그 진지한 모습으로, 부여된 모든 사명을 완수해내어 가장 완성도 높은 ‘햄릿’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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