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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이윤성의 출생의 비밀, 한국드라마였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후련함과 시원함이 있다.
2011년 07월 15일 (금) 08: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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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설마 싶었다. 아주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면 너무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복선이라기에도 그동안 주어진 단서들이 너무 많았다.

"아버지는... 날 살리셨고 널 살리셨지."

지난주 <시티헌터> 14회에서 마침내 다시 만난 어머니 이경희(김미숙 분)에게 이윤성(이민호 분)이 아버지에 대해 물었을 때 이경희가 주저하며 들려준 대답이었다. 친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저거리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친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내인 자신과 그 자식을 살려주었다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설마 싶었으니까. 이미 2회에서 최응찬(천호진 분)이 대통령의 신분으로 오래전에 미망인이 된 부하의 부인을 찾는 장면부터도 어색하기는 했다. 당시에도 이경희는 단순한 부하의 미망인이라기에는 최응찬을 너무나 잘 아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최응찬과 이경희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고, 따라서 이윤성은 원래 최응찬의 아들이다. 그런 건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드라마가 너무 지저분해진다.

더구나 원작의 함정도 있었다. 원작에서 유니온 테오페의 총수 카이바라 신은 단지 전장의 광기에 취해 폭주하다가 마침내 사에바 료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분명 친구이고 자신을 살리고 대신해 목숨을 잃은 은인의 아들일 텐데도 이진표(김상중 분)가 이윤성을 대하는 태도는 상식을 벗어난 데가 많았다. 오죽하면 자신을 살리느라 대신해서 죽은 박무열에 대한 원망이 증오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을까. 그러나 그런 모습이 원작에서의 카이바라 신과 닮아 있었으니까. 그래서 설마 그런 진부한 전개는 아니겠거니.

물론 콩을 싫어하는 것도 유전이 되는가? 그러나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허생원은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확신한다. 이미 친어머니인 이경희가 이윤성의 콩을 싫어하는 습관이 친아버지를 닮아 그런 것이라 확인해주고 있었다. 최응찬이 콩을 골라내는 옆에서 딸 최다혜(구하라 분)가 콩을 골라내고 있고, 그 맞은 편에서는 이윤성이 마찬가지로 콩을 골라내고 있다. 현실과 픽션이 다른 점, 픽션에는 우연따위는 없다.

결국 그렇게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간다. 최응찬이 이경희를 굳이 28년이나 지나 다시 찾은 이유나, 이진표가 친구이며 은인의 아내일 이경희에 대해 그렇게 모질게 대하고 아들 이윤성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이유, 더구나 천재만(최정우 분)이 그렇게 최응찬 앞에서 당당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들에 대해서도. 천재만이 지금 시점에서 이경희를 찾는다는 자체가 그 확실한 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최응찬과 이경희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존재했고 이윤성은 그들 사이의 인연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다.

아마도 최응찬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이경희를 죽이려 했겠지. 어쩌면 최응찬이 아닌 주위의 다른 누군가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박무열이 구해내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 그것을 이진표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경희에 대한 연민과 어떤 원망. 혹시나 이진표와 박무열이 이경희를 사이에 두고 경쟁한 사이는 아니었던가 했던 것은 헛된 상상이었던 셈. 그리고 그런 과정을 천재만 역시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한 마디로 한국 드라마라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무엇을"이나 "어떻게"에 대해서보다 "누가"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 더구나 그 "누가"는 오롯한 개인으로써의 "누가"가 아니다. 관계를 전제한 누가다. 어떤 캐릭터가 있을 때 그는 주위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그 관계의 가장 첨단에 있는 것이 가족일 테고, 따라서 주위와 가족으로 엮기 위한 출생의 비밀이란 한국 드라마의 단골소재일 수밖에 없다. 혈육의 끌림일까? 최다혜가 이윤성에게 한 눈에 호감을 느끼고 그 주위를 맴돌게 되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한 번에 설명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바랬는데. 너무 뻔하고, 너무 식상하다. 너무 많이 자주 쓰여왔다. 자신을 낳아준 친아버지와 그런 친아버지로부터 자신과 친어머니를 구해주고 거두어준 또 다른 아버지와, 이제까지 자신을 길러준 양아버지 이진표. 갈등은 그로써 더욱 심화되고 이진표와의 운명의 대결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이윤성은 바로 그런 관계 때문에라도 이진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까지 길러 준 아버지일 것이다. 그런 아버지에 대해 총을 겨눈다? 그와 대립하고 그와 직접 부딪히게 된다? 아무리 김종식의 죄질이 나빠도 아들인 김영주(이준혁 분)로 하여금 아버지를 심판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낳아준 아버지가 아님을 아니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더 큰 명분이 필요하다. 친아버지를 지키고자 하는 이유라면 아마 충분할 것이다.

확실히 천재만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방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뒤에서는 스티브 리(=이진표)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이진표가 마음을 놓고 있는 사이 그의 집에 잠입해 그가 입수해 놓고 있던 비밀문서의 사본을 빼돌리게 되고. 공교롭다면 바로 그 순간 김영주가 이진표와 이윤성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이진표의 집을 찾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때 천재만이 그 비밀문건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도리어 김영주에 의해 이진표나 이윤성이나 위기를 맞았겠지. 이렇게 이야기를 꼬는 것도 재주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말. 사랑하기 때문에 이윤성은 김나나(박민영 분)가 자기로부터 멀어지기를 바라고,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김나나 역시 그의 바람을 들어준다. 아마 이윤성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김나나는 끝까지 그로부터 떠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헤어짐마저 받아들이게 만든다. 자기가 말을 꺼내고도 여전히 미련을 거두지 못하는 이윤성에 비해 확실히 단호하고 야무진 성격이랄까? 그러나 그것이 진심이 아니기에 영원한 헤어짐은 아닐 것이라 예감한다. 대토령 경호를 맡게 되었으니 5인회의 마지막 최응찬과의 대결에서 그녀도 한 몫 할 수밖에 없으리라. 사랑에 빠진 여자는 강하다.

아쉽다면 여전히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의 악이라는 단순한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는 점이랄까? 원래 노동자가 농성하고 파업하는 자리에는 경찰도 함께 있다. 용역들이 농성중인 노동자를 공격하는 그 현장에 함께 지키고 있다가 쓰러진 노동자들에 대해서만 공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해원캐미컬의 농성 현장에는 경찰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마 없었으니까 시티헌터도 혼자의 힘으로 용역들을 물리치고 산재포기각서까지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일 게다.

과연 대통령 최응찬의 지지나 묵인 없이 천재만 개인의 의지로만 그와 같은 일들이 가능했는가? 단지 검찰 내 몇몇 인사들의 협력이나 방조에 의해 그와 같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했겠는가? 그러나 최응찬은 노동자를 위해 양보하고 배려할 것을 요구하고 천재만은 그것을 최응찬의 약점을 들어 협박까지 하며 무시한다. 단지 천재만이 나쁠 뿐이다. 정의로운 검사 김영주를 들어 단지 일부만의 문제일 뿐이다.

말한 것처럼 의적물의 근본적 한계일 것이다. 의적이란 개인이다. 오로지 개인으로써만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개인이 구조를 해결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역시 개인단위에서 저질러지는 문제들에 불과할 것이다. 더구나 공중파라는 한계상 그같은 논란이 있을 만한 부분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많이 어색하다. 투박하기까지 하다. 시간에 쫓기며 예산에 쫓기며 촬영하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느닷없이 최다혜에게 쏟아지는 계란세례, 그리고 어떤 개연성 없이 기계적으로 계란을 던지는 여자들. 천재만에 대한 이윤성의 추적과 감시, 그리고 충돌에서도 어떤 치밀한 계획이나 완고한 구조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즉흥적이고 단편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후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괜히 쓸데없이 머리 굴릴 필요 없다. 이것저것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단지 보이는 대로만. 보여지는 그 장면들대로만.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바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금 더 치밀했으면 좋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거칠게 원초적으로 다가오는 드라마도 필요할 것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한국드라마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박봉성이 빙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까지 했었다. 그렇게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한국 토종의 맛이 난다. 그렇더라도 출생의 비밀이라니. 실망 반 어쩔 수 없구나 체념 반. 그러면서도 앞으로 어떨까 기대와.

최응찬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다. 대통령씩이나 되어 이진표 하는 것을 전혀 눈치 못채고 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쯤 되면 접하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르다. 천재만도 어느새 이진표의 정체를 알고 있다. 과연 지금까지의 선량한 가면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의외의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인가? 아마 이후로 가장 큰 포인트일 듯.

하여튼 전형적이다. 그리고 진부하다. 날은 덥다. 습도도 높다. 그런데 후련하다. 거친데 바로 질러주는 시원함이 있다. 고조되는 긴장과 더욱 고조되어가는 긴장요소와. 완성도 자체로 보면 그다지일 텐데도.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다리게 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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