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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게 반했어 "덥고 습한 장마철에 보기에는 너무 우울하다."
2011년 07월 15일 (금) 07: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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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물론 눈물을 흘린다고 그 모두가 신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납득이 되는 눈물이 있다.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는 눈물이 있다. 그런데 그 눈물이 지겨워질 때 그것을 신파라 한다.

출생의 비밀. 음악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도 사실은 음악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겨우 다시 만나게 되었으나 어쩔 수 없이 운명적으로 이별을 하고. 살아서든 아니면 죽어서든. 도대체 얼마를 써먹은 설정인 것일까?

어쩔 수 없는 것이 이신(정용화 분)이기 때문이다. 아마 정용화를 배려했을 것이다. 인기아이돌로써의 정용화의 이미지와 인지도, 그리고 연기력. 그래서 정용화를 인형으로 만들었다.

너무 잘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건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현실에서는 무수히 많다. 다만 그 자체로 그다지 흥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 아예 너무 잘나서 원맨쇼가 벌어지거나, 아니면 단지 그를 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거나. 안타깝게도 이신은 후자다.

실제 이신이 이제껏 드라마에서 한 일이란 멋지게 폼을 잡는 것 말고는 없었다. 정윤수(소이현 분)를 짝사랑하고 대쉬도 해 보았지만, 그래서 차여도 보았지만, 그러나 그 순간에조차 그는 멋있었다. 그림이 만들어졌다.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거기에서 망가질까? 거기에서 형편없이 구겨지는 모습을 보일가? 그러면 잘난 이신이 될 수 없다. 이신의 카리스마가 무저지면 드라마도 함께 무너진다. 저 대단한 김석현(송창의 분) 앞에서도 굴욕이 없던 이신이다. 더 망가지지 못할 것이면 더 나서봐야 원맨드라마가 되어 버린다. 나머지는 들러리가 된다. 역시 드라마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이신은 가만히 있는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한껏 잘난 모습으로. 그래서 이때 필요한 것이 이규원(박신혜 분)의 역할이다. 벽이 있으면 부딪혀야 한다. 벽에 부딪혀 소리를 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이규원일 터다. 이규원이 갖는 에너지로써 이신이라는 벽에 부딪혀 다양한 소리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규원은 너무 조용하다.

겉돌고 있다. 이규원 자신이 이신의 캐릭터 안으로 깊이 들어가야 의미있는 소리가 나올 텐데, 이규원은 여전히 이신의 주변만을 겉돌고 있을 뿐이다. 고백조차 못하는 전형적인 짝사랑. 그저 거리를 두고 지켜만 보면서 혹시나 알아주겠거니. 그래서야 이신이 이규원의 캐릭터에 반응할 리 없다. 그저 재수없는 이규원의 노예주일 뿐.

정윤수에 대한 짝사랑도 그를 움직이지 못한다. 이규원과의 관계에서도 의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한다. 그냥 벽으로 서 있을 것이라면 이신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모순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이신의 존재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신이라는 캐릭터를 허물지 않으면서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대신해 이신을 보일 수 있는 수단이. 칠을 하는 것이다. 이신이라고 하는 벽에 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잘난 남자의 그늘은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파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까지의 드라마를 허물고 이신에게 굴욕을 강요하거나 반대로 이신만 돋보일 수 없으니 이신이라고 하는 벽의 그늘로써. 여전히 이신의 눈물은 매력적이고 그를 지켜보는 주위는 끌려들어간다. 이신을 거부하던 정윤수가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이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것처럼. 다만 그것이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발전할 것인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그것이 다시 이규원을 울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규원은 스스로 나서서 이신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이신으로 인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이규원 자신이 이신을 끌어들일만한 무엇을 갖추지 못하는 한 그녀는 여전히 이신의 주위를 떠돌 수밖에 없다. 이제는 노예조차 아니니. 더욱 이신과 멀어지게 된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이신은 그렇게 색색으로 색을 덧칠하고 정윤수와의 또다른 그림을 만들어간다. 이규원은 남겨진다.

한 마디로 예상대로 정윤수와 김석현의 갈등이 너무 빨리 해소되었다. 극중 비중으로 보아 조금 더 마지막까지 끌었어야 했다. 일찌감치 갈등이 봉합된 것이 새로운 갈등의 단초인 셈. 정윤수의 이신에 대한 감정이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정윤수와 김석현의 갈등은 보다 본격화되리라. 정윤수와 이신, 그리고 김석현과 이규원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역시 진부한 것은 김석현의 독주로 말미암은 임태준(이정헌 분)의 반발과 그로 인한 또다른 대결구도. 하긴 그것 또한 이규원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장치일 것이다. 그녀는 스타가 되어야 하니까. 못난이의 탈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스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 극적이기 위해서는 대결을 통해 그녀의 승리를 부각시키는 쪽이 낫겠지. 다만 7월 14일 6회에서 마지막에 정윤수와 이신이 포옹하는 장면에서 정윤수와 김석현이 갈라설 것을 예감한다. 어쩌면 도입부에 이신과 이규원이 연주로써 대결을 벌인 것을 이를 위한 복선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문제는 너무 우울하다는 것. 그림은 화사한데 내용이 너무 우울하다. 출연진 면면으로 보아서는 밝게 웃으며 보아야 할 드라마인데 내내 눈물이 빗물을 넘치고 있을 정도다. 몇 분에 걸쳐 한 번씩 핵심 인물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으니. 더구나 장마철이라 덥고 습도도 높은데 과연 대중은 이들의 눈물을 끝까지 참고 보아줄 것인가. 아무래도 여름은 이같은 신파조의 멜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계절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웃어 볼까? 그나마 웃음을 책임지던 여준희(강민혁 분)와 차보운(임세미 분)조차 뒤로 물러선 지 오래다. 한준희(김윤혜 분)와 현기영(이현진 분)은 역시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 그 밖에는 기타등등 엑스트라. 이규원이나 이신이 웃으려 한다면 지금까지 벌려놓은 신파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이규원이나 이신이나 지금 상태에서 웃는다고 웃음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결국 해법은 다음주부터 조금 더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는데. 극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긴장을 높이고 그를 통해 신파로 인한 늘어짐을 해소하는 것이다. 보다 본격적으로 100주년 기념공연의 준비에 들어가고, 더구나 대결구도까지 펼져지면 그것으로 조금은 긴장이 조여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래도 안 된다면 그때는 도리없이 손을 놓아버리는 수밖에. 그래도 소수의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하여튼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캐릭터가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도. 그리고 여름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질척거리거나 우울해서는 한밤에 불쾌지수만 치솟을 뿐이다. 손발이 묶여버린 이신과 목줄이 채워진 이규원, 그리고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김석현과 정윤수.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이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주위의 인물마저 지금으로서는 존재감이 없다. 아무런 대안 없이 이 무더운 여름밤 눈물이 빗물보다 넘치는 사랑이야기를 지켜보아야 한다. 참 많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못 만든 드라마는 분명 아니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만한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더구나 습도까지 높은 장마철이라는 조건은 드라마의 단점만 더욱 부각시키지 않겠는가. 내용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그런 점에서 아마도 더 불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신과 이규원의 캐릭터에 비추어 보아도 기획단계에서 무언가 잘못 한단한 것이 있는 듯. 때만 혹시 잘 만났으면.

덥고 습한 날씨와, 더구나 빗물보다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눈물과,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한 칙칙하고 우울한 분위기.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지는 드라마였다. 변화가 필요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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