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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4.11 11:25

여진구 '권법' 하차, 부끄러운 한국 주류 영화의 뒷모습 노출

중국 자본 유치 강조하던 CJ, 정작 영화 문제엔 침묵.. 배우에게 상처만 남기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어른으로서 정말 부끄럽습니다. (여)진구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설명해야할지..."

10일 밤 여진구의 영화 '권법' 하차가 결정된 날, 여진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말을 계속 반복했다. 지난 2월 '권법'의 출연을 확정짓고 본격적으로 촬영 준비에 돌입하던 여진구측은 이미 자신으로 결정된 역할이 다른 배우에게 또 제의가 들어갔고 계약 해지도 하지 않고 버티다가 영화 스케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받은 일련의 상황들에 분노하고 있었다.

▲ 영화 '권법'에서 결국 하차하게 된 여진구 ⓒ스타데일리뉴스

영화 '권법'은 지금 길을 잃어버렸다. 지난 2010년부터 나온 프로젝트였지만 4년이 지나는 마당에도 아직 캐스팅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권법'의 투자 배급사인 CJ가 중국 최대 규모 제작사와 투자 계약을 하고 30% 이상의 제작비를 중국으로부터 투자받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권법'이 지금까지 한 일의 다였다.

'권법'은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일찌감치 차기작으로 점찍었고 여기에 조인성이 제대 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2050년의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불의를 보면 괴력이 생기는 '권법'이라는 학생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 여인이 사는 마을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SF 환타지물이라는 점 또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투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고 촬영 시작이 계속 늦춰지면서 결국 조인성은 '권법'이 아닌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먼저 복귀 신고를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CJ가 낭보를 전했다. 중국 최대 규모의 배급사인 차이나필름그룹과 중국 메이저 제작투자사인 페가수스&타이허 엔터테인먼트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제작비 3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투자받는다는 소식이었다.

CJ는 이를 '한중 최대 규모의 합작 프로젝트'라고 밝히며 자사의 영화 콘텐츠 제작력 및 해외 세일즈 등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전반에 대핸 신뢰를 기반으로 이룬 것이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한 매체 기자는 'CJ의 중국 문화 외교가 빛을 발했다. 이는 이재현 회장 뚝심의 성과다'라며 대놓고 CJ를 찬양하는 기사를 버젓이 올리기도 했다.

헌데 그해 9월 조인성이 개인적인 스케줄을 이유로 '권법'에서 하차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때까지도 '권법'은 아직 촬영조차 시작되지 않았고 여러 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이들의 캐스팅조차 확정된 것이 없었다. 당시 CJ 측은 "아직 프리프로덕션 단계이며 캐스팅도 아직은 조율 중"이라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밝히지 않았었다.

▲ 맨 처음 '권법'의 주인공으로 결정됐지만 결국 하차한 조인성(SBS 제공)

'권법'은 해를 넘긴 지난 2월, 다시 제작 논의가 시작됐다. 영화 '화이'를 통해 주목받은 여진구를 주인공으로 확정한 것이다. 여기에 최민수가 여진구의 스승 역으로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기사들에도 CJ가 중국에서 투자의향서를 받았다는 내용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런데 별안간 여진구의 하차 논의 소식이 전해졌다. '권법' 측은 여진구가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출연을 결정하면서 '권법' 촬영에 지장을 초래한 점을 하차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여진구 측은 "'내 심장을 쏴라'는 7월 중순에 촬영이 완료가 되며 '권법'은 8월에 촬영을 시작하기에 전혀 겹치지 않았다. 만약 '내 심장을 쏴라' 촬영이 지연되어 겹친다해도 '권법' 스케줄에 맞춰서 진행하기로 이미 계약 때 명시한 바 있다. 최대 한 달까지는 시간이 있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진구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일방적인 하차 통보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이미 2월달에 여진구와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3월에 김수현에게 여진구의 역할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김수현 측도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진구 관계자는 "차라리 김수현을 원했다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다른 이야기가 있어야하는데 CJ와 제작사가 '여진구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언론에 발표해놓고 여진구 몰래 다른 배우를 섭외하며 여진구가 다른 활동을 못하도록 계약을 계속 유지하려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CJ 측이 이번 문제에 대해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투자를 받는다는 것이 '권법'의 약점이라는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 여진구의 출연이 확정된 후 '권법' 주인공 제의를 받은 것으로 밝혀진 김수현 ⓒ스타데일리뉴스

실제로 '권법'의 여주인공으로 중국 여배우가 출연하며 남자 배우 또한 중국에서 인지도가 있는 배우로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의 투자를 받아냈고 주인공을 캐스팅했다며 호언장담하던 CJ이만 정작 가장 중요한 영화 제작의 문제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결국 김수현마저 출연을 거절하면서 '권법' 프로젝트는 CJ의 허울뿐인 큰소리만 남아있는 공허한 프로젝트로 끝날 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여진구에게도 김수현에게도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이제 막 열여덟밖에 안 된 배우인데... '권법' 출연한다고 계속 운동하면서 준비했던 아이인데... 항상 정직하라고 가르쳤는데 그 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으니... 어른들의 정치적인 논리 때문에 이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봤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어른이지만, 솔직히 어른이라는 게 부끄럽습니다".

그것은 비단 여진구 측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희생당하고 있는 한국 주류영화의 부끄러운 뒷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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