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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조수현 기자
  • 공연
  • 입력 2022.04.18 18:01

인천시립무용단의 창작 신작 'Water Castle – 토끼탈출기',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

▲ 인천시립무용단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조수현 기자]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이 선보이는 신작 'Water Castle' (워터캐슬 - 토끼탈출기)가 오는 5월 13,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판소리 수궁가, 별주부전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대의 통찰과 감각적 스타일을 더해 창작한 이번 작품은 익숙한 이야기에 담은 신선한 춤으로 관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윤성주 예술감독의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2017년부터 인천시립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윤성주 예술감독은 <만찬>, <비가>, <담청>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통용되는 한국춤을 창작해 왔다. 2022년 신작 <Water Castle - 토끼탈출기>는 그간의 진중한 춤 색깔에 조금은 가벼운 호흡을 더해 전 계층의 관객에게 춤의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부임 초부터 계획해온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로 재탄생한 고전 원작 수궁가의 별주부가 용궁이 아닌 ‘워터캐슬’의 말단 직원이라면 용왕이 토끼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작품이 고전을 춤으로 만들어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는 지점은 등장인물을 해석하는 안무가의 시선에 있다. 주요 캐릭터들은 계층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서가 아닌 각각의 ‘개인’ 그 자체로 존재한다. 
 
수궁가에서 토끼는 서민을 대표하지만 '워터캐슬'의 토끼는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착취의 대상이나 착한 민초가 아닌 ‘신분상승’의 욕망이 있는 현대적 인물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거침없이 물 속 세계로 뛰어든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용왕은 일신의 안위를 위해 가진 것 없는 토끼의 간까지 내어 먹으려 들고, 모두가 꺼리는 업무에 휘말린 자라 역시 용왕을 위한 충성심 보다는 떠맡은 업무를 어떻게든 해결해서 자리보전 하고 싶은 거대 조직의 말단일 뿐이다. 모든 인간은 결국 속물이며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는 이기심과 욕망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안무자 윤성주는 하나의 인물이 가진 다층적 성격과 상황 속에서 끝없이 변하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존재들을 그린다. 우화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재미있게 풀어보는 동시에 작금의 세태를 들여다보며 현실을 깨우치라는 종용을 작품에 더했다. 용왕과 자라의 수궁은 철저한 계급사회로 현대 정치인들의 권력다툼처럼 보이기도 하고 토끼가 사는 산 속 역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결코 녹록하지 않은 세상이다. 

고전 우화 속 세상이나 현재 대한민국의 삶이나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결코 다를 바가 없다. 수궁가 속 이야기가 현대의 대한민국을 비추는 잔혹동화로 거듭나는 것이다. 수궁과 산속을 넘나드는 ‘별세계 판타지’를 구현하는 역동적 군무 ‘토끼’와 ‘자라’, ‘용왕’ 등 특징적 캐릭터의 주역들은 개성 강한 춤연기를 통해 이야기의 큰 틀을 이어가며 관객들을 편안하게 춤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무용작품으로서 춤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장면들은 모두 군무진이 펼쳐낸다. 육중한 테이블이 20미터 대극장을 종횡하며 펼치는 스펙터클. 육해공을 넘나드는 무용수들의 강렬한 움직임은 이번 작품이 온가족이 즐길 수 있되 결코 가벼운 춤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간단한 이동으로 공간의 변화를 순간적으로 표현하도록 고안된 무대, 현대적인 사운드를 통해 판소리 원전을 잊게 만드는 음악, 고전의 느낌보다는 현대적 스타일을 표현하면서도 캐릭터성을 높여주는 의상이 더해져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물속과 산속을 오가는 별세계 판타지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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