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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4.07 09:34

[리뷰] '마이보이', 드라마보다 현실에 무게를 둔 '눈물 강요' 없는 영화

극적 요소 배제한 연출이지만 배우의 연기로 극적 상황 만들어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타운 3부작'과 '불륜의 시대', '무게' 등을 만든 전규환 감독이 '마이 보이'를 만들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전규환 감독 최초의 학생 관람가 영화라는 것도 있고 그간 그의 영화와 달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여기에 차인표와 이태란이라는 이름있는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전규환의 변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마이보이' 포스터(트리필름 제공)

하지만 전규환은 전규환이다. 그는 가족 드라마의 인위적인 감동이나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자기 스타일의 이야기 전개를 고집한다. 그는 인위적인 이야기보다는 현실을 더 보여주길 원했고 그것을 자기 스타일대로 표현하려했다. 감동보다 현실을 원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보이'가 어려운 영화거나 감동이 전혀 없는 영화라고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국 '마이보이'는 가족의 이야기고 가장 슬픈 선택을 해야하는 엄마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가족의 슬픔을 담은 영화이기에 '마이보이'에 대해서 무조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 역할을 이태란이 한다. 최소한 불안감은 없다 그 말이다.

마트에서 일하면서 때때로 죽은 남편의 친구(차인표 분)가 운영하는 도공 일을 돕는 엄마(이태란 분)에게는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초등학생 이천(이석철 분)과 뇌사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 유천 두 아들이 있다.

▲ 엄마 역을 맡아 열연한 이태란(트리필름 제공)

힘겨운 삶을 사는 엄마는 유천을 떠나보내야하는 최악의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자신 때문에 유천이 누워있다고 생각한 이천은 유천의 휠체어를 들고 집을 나간다.

전규환은 어떤 사건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상황을 맞은 이들의 심리에 더 촛점을 맞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상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배우다.

따라서 이 영화가 극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순전히 배우들의 공이 크다. 아들을 걱정하고 힘든 일에 피곤해하고 종내는 최악의 선택을 하며 절규하는 엄마 역을 맡은 이태란과 함께 그의 뒤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고 싶어하는 차인표, 그리고 실제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이석철의 리얼한 감정 표현이 영화를 이끈다.

이별을 준비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감독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을 이어붙이며 표현한다. 간혹 불친절한 전개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에 관심이 기울여지는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화두가 영화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 드라마보다 현실에 촛점을 둔 '마이보이'가 극적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공이다(트리필름 제공)

전규환은 처음으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대중의 관점에서 이야기의 화두를 꺼냈고 다행히 그 시도는 어색함이 없이 마쳤다. 군데군데 '어떻게든 나는 달라보여야 해'라는 욕심이 보이는 부분이 눈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것을 '마이보이'의 단점이라고 보기도 사실은 어렵다.

이 영화는 결국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야하고 그것을 이해하면서 봐야하는 영화다. 어쩌면 그렇기에 감독은 배우들의 얼굴을 더 많이 비추고 그들의 연기를 더 강조한 것 같다.

'마이보이'는 관객을 억지로 울리지도 않고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끝낸다. 눈물보다 생각을. '마이보이'가 관객에게 전하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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