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4.07 08:17

[리뷰] '가시', 멜로도 스릴러도 잡지 못한 변화없는 영화

많은 이야기 소화하지 못하고 '집착'에만 중심, 연출력과 배우 연기 모두 기대 못 미쳐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영화 '가시'는 선생님을 사랑하게 된 한 여고생의 무서운 집착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그린다. 일단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다. 이 영화를 연출하는 이는 '화산고', '늑대의 유혹', '크로싱' 등 다양한 장르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이다. 그리고 선생과 여고생 역을 장혁과 조보아가 맡았다.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울릴 것도 같은 느낌. '가시'라는 영화의 첫 정보를 들었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랬다.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이기에 조금은 기대를 가져볼 수 있었지만 결국 드러난 영화 '가시'는 멜로도, 스릴러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중구난방의 이야기로 선을 보였다.

▲ 영화 '가시' 포스터(인벤트스톤 제공)

'가시'의 초반부는 체육교사 준기(장혁 분)에게 다가가려는 여고생 영은(조보아 분)과 그 영은의 당돌한 모습을 거부하려해도 조금씩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는 준기의 모습에 촛점을 맞춘다.

그리고 어느 비오는 날의 사건 이후 준기와 만삭의 몸인 준기의 아내 서연(선우선 분)에게 접근하며 광기를 표현하는 영은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스릴러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내용을 이야기하면 몇 해 전 개봉한 외화 '클로이'나 과거 인기를 끌었던 스릴러 '요람을 흔드는 손', 지금도 한국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등의 영화들이 떠오를 수 있다.

아내가 있는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여자와 그 유혹에 굴복하는 남자, 그리고 그로 인해 펼쳐지는 광기와 파멸의 이야기를 우리는 많은 영화를 통해 보고 느꼈다.

'가시'는 이 이야기를 선생과 여고생, 그리고 만삭의 몸인 선생의 아내를 통해 보여준다. 여고생 영은은 딸기우유를 좋아하는 여고생이고 어딘가 '맹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겁이 없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여고생이기도 하다.

▲ 영은 역을 맡은 조보아에게 여고생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인벤트스톤 제공)

그 순수하고 맹한 모습이 조금씩 무섭게 보일 때 '가시'의 스릴러가 살아난다. 우리 영화 '하녀'에서 이은심이 연기한 하녀 캐릭터가 바로 그랬다. 그러나 이 영화의 조보아는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한다. 여고생의 얼굴치고는 너무 화려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놀랍지가 않다.

영화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음이 분명하다. 영은이 준기에게 집착하는 이유,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럭비 선수가 아닌 학교 선생을 계속해야하는 준기의 잊혀진 꿈과 영은으로 인해 다시 생기기 시작한 설레임, 착한 성격인 줄 알았던 아내 서연의 속마음 등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영화 속에 들어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많은 이야기를 모두 대충 넘겨버리고 그저 영은의 집착과 이를 막으려는 준기와 서연의 모습으로만 영화를 채우려 한 김태균 감독의 안일한 연출력에 있다. 안타깝게도 김태균 감독은 멜로와 스릴러 사이에서 길을 잃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 영화의 파국을 예고하는 사건의 시작(인벤트스톤 제공)

물론 그 많은 이야기를 다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그렇다면 차라리 곁가지를 쳐내고 한두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유부단한 준기의 모습, 혹은 영은이 한 남자에게 집착하는 이유, 서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까지 준기를 지키려는 이유 등을 집어내면서 스릴러와 멜로를 잘 버무려내는 편이 옳았다.

그러나 김태균 감독은 그것을 쳐내기보다는 한정된 시간에 대충대충 넘기는 모습으로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관객의 눈에는 이들의 사연보다 그저 집착하는 이와 그에 맞서려는 이의 대결만 비춰질 뿐이다.

▲ '가시'는 멜로와 스릴러의 조화도, 연기와 연출도 모두 기대 이하로 나온 영화였다(인벤트스톤 제공)

결국 영화가 끝나고 연민의 정이 들기는 했다. 등장 인물들이 아니라 이런 모습으로 영화를 선보여야했던 감독에게 들었다.

변화가 없다. 내용도, 연기도, 연출도 모든 것이 변화가 없다. 변화가 없으니 긴장도 없고 긴장이 없으니 이야기가 통할 리 없다. '가시'는 안타깝게도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그저 광기어린 한 아이의 최후만을 보여주며 '결국 유혹에 빠지면 이렇게 돼', '사람에게 너무 집착하면 이렇게 돼'라는 교훈(?)을 전할 뿐이다. 차라리 '막장'이 그립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