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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감격시대 24회 "의도된 사보타주, 최악의 엔딩을 보다"
무성의하고 성급한 마무리,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다
2014년 04월 04일 (금) 07: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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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런 우스개가 있다. 아마추어 작가 하나가 상당히 큰 스케일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인물도 많아지고, 사건도 더 복잡해지고, 배경 역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갔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끝을 내야 하는 것인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작가는 결심했다.

"모두 죽여버리자!"

등장인물 모두를 한 곳에 몰아넣고 그냥 죽여버린다. 그것으로 끝. 더 이상은 없다. 지긋지긋한 창작의 압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더이상 소설을 쓰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주먹계의 여포라 불리던 인물이었다. 무술의 고수였으며 밤세계에 어울리는 잔인함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그런 왕백산(정호빈 분)이 신정태(김현중 분)에 이어 정재화(김성오 분)에게까지 맥을 못추고 허무하게 쓰러지고 만다. 하기는 상하이의 밤세계를 지배하던 황방이었을 텐데, 그조차 방삼통 사람들이 힘을 모으니 신정태의 함정에 걸려 대부분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쓰러뜨리고 꺾을 수 있었으면 어째서 신정태는 굳이 아버지의 원수인 설두성(최일화 분)을 아버지라 부르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던 것일까.

   
▲ KBS 제공

왕백산을 이긴 정재화였다. 신정태와 한때 대등하게 싸웠던 모일화(송재림 분)였었다. 둘이 함께 덤비고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그것을 다시 신정태가 나서서 몇 번의 손짓만으로 가볍게 쓰러뜨리고 만다. 정재화 혼자서 아오키(윤현민 분)가 이끌고 온 일국회의 무사 20명을 상대하고, 신정태가 달려와 정재화를 구하며 아오키까지 모두 쓰러뜨리고 만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럴 것이면 차라리 처음부터 머리같은 것 굴리지 말고 정면으로 덤벼 상대를 꺾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후련하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동안 황방과 일국회를 상대로 그토록 몸을 사린 것이 허무하게 여겨질 정도다.

게임도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 바둑을 둔다고 혼자서 18점을 깔고서 두면 그것은 바둑이 아닐 것이다. 물론 현실의 싸움이라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농락하며 승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한 번의 실패나 오류도 없이, 조금의 피해조차 입지 않고 순조롭게 이겨나간다. 하지만 드라마다. 드라마란 유희다. 실제 그런 일방적인 싸움이 벌어졌더라도 보다 재미있게 꾸미고 살을 붙여나갈 의무가 있다.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다 포기하고 드라마를 끝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당연히 신정태는 이겨야 하고 복수에도 성공해야 한다. 동생 청아와도 만나야 한다. 지긋지긋하던 작업도 이것으로 끝이다.

그냥 허무했다. 자괴감마저 느꼈다. 이 귀한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동안 24회 동안, 더구나 그에 대한 글을 쓰며 자신은 얼마나 인생을,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는가.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회는 차라리 사보타주에 가까웠다. 제작진과 시청자를 향한 노골적인 항의였다.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 만들지 않겠다. 제작사의 사정에 시청자마저 휘둘리고 만다. 그저 드라마를 보려 한 것 뿐이었다. 일상의 한 부분을 드라마가 주는 긴장과 재미로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만 같다.

마지막까지 액션의 통쾌함은 없었다. 칼날위를 걷는 듯한 살벌함도, 잔뜩 당겨진 활시위의 긴장감도, 마침내 커다란 항아리마 깨지며 내는 소름끼치도록 시원한 파괴감 역시. 복수도 신정태가 한 것이 아니었다. 마침 임시정부를 통해 전한 자신의 말을 듣고 찾아온 국민당 부주석에게 사실을 알리고 모리문서를 미끼로 그를 처벌토록 한 것에 불과했다. 그것은 거래였다. 설두성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국민당군에 그들이 필요한 것을 제시하고 설두성이 처벌 받도록 거래한 것이었다. 정작 원수인 설두성이 몰락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후련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래서였다. 설두성을 죽이는 것도 신정태나 국민당이 아닌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다. 그것을 신정태는 방관한다. 단호한 것이 아니다. 비열한 것이다.

사람도 너무 쉽게 죽는다. 아무리 살벌한 밤세계의 싸움이라고 그런 식으로 함부로 사람을 죽여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아무리 상하이가 열강의 조차지이고, 더구나 청이 망하고 공권력이 부재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사람이 수도 없이 죽어나간다면 권력자의 입장에서 그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기 힘들다. 실제의 청방이 상하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도 그와 같았다. 불법을 저지르지만 적당한 거래로써 명분을 쥐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역시 쉽게 가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살리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더 쉽다. 덕분에 신정태는 설두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저 조선인이기에 우리편인 인물이 되어 버린다. 완벽하게 포위하고 빈틈없이 제압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결국은 죽여버리고 만다. 하얀 천 위에 나란히 누운 시체의 모습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그냥 잔인한 것이다.

김현중이 불쌍해졌다. 김현중만이 아니다. 가야(임수향 분) 역시 아역시절의 여리면서도 당찬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성은 단지 남성의 부속같은 존재다. 가수로서의 삶을 잃은 김옥련(진세연 분)이 신정태를 살리려 죽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아오키 정도일 것이다. 윤현민이라는 배우를 발견했다. 나머지는 왜 있는지 모를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아무런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캐릭터가 있으니 그에 맞춰 이야기를 써간다는 느낌이다. 배우의 열연이 빛이 바랬다. 김현중에게 '감격시대'는 의미있는 분기점일 터였다.

좋게 보려고 노력한다. 더구나 한 번 좋게 보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좋게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차라리 배신감이다. 도저히 어떻게 변명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여겨볼만한 부분조차 이제 더 이상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좋게 볼만한 부분이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이러기도 쉽지 않다. 시청률도 그렇게 아주 낮지만은 않았다. 실망을 넘어 화가 나고 나중에는 허탈해진다.

근래 그나마 아예 기대조차 없어 보지도 않았던 드라마를 제외하고 단연 최악의 엔딩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후반의 흐트러짐과 지리멸렬함은 많은 인내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끝까지 지켜본 자신을 칭찬해야 하는지, 아니면 욕을 해야 하는 것인지. 시청자를 향한 무모한 도전과 드라마에 대한 무모한 믿음이 허무한 결과를 낳았다. 이것을 끝까지 보았다.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조차 알지 못하는 어설픔이 만들어낸 참사였을 것이다. 자신들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제작사를 제외한 모두가 피해자일 것이다. 재미없게 쓰고 싶어 쓰는 작가는 없다. 제작진도 없다. 그저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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