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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1.12.24 18:06

[공소리 칼럼] 성칼럼 종말의 시대

이 시대는 사랑과 섹스에 대해 더는 관심 없다

▲ 픽사베이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섹스 앤 더 시티(섹시티)라는 미드에서 주인공 캐리 브래드 쇼가 정기적으로 신문에 기고하는 칼럼은 사랑과 섹스를 다룬 성칼럼이었다. 그런데 섹시티가 처음 방영한 시대는 바로 20세기 말, 1998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사랑과 섹스를 순수하게 믿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다.

그러나 섹시티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벌써 이십 년도 더 넘은 시대가 왔다. 섹시티는 종방 후에도 꾸준한 인기가 있었으나,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15년 전쯤, 케이블 채널에서 틀어주는 섹시티를 매일 밤 보던 기억이 난다. 종영드라마지만, 재방영되면서 인기는 계속 이어졌었다. 특히 팬층은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종종 나처럼 어린 친구도 있었을 거다.

그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주인공 캐리처럼 성칼럼을 쓰고자 했었다. 그리고 정말 성칼럼을 습작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진짜 성칼럼을 기고하게 됐다.

내가 쓰는 칼럼이 성칼럼이다. 그런데 오늘 말하고자 하는 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성칼럼이 이제는 종말의 시대를 맞았다는 거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 홀로 세대는 40%가 넘는다. 단독주소변경을 안한 세대를 생각하면, 실제로는 더 높은 수치일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사랑과 섹스가 삶의 지표를 형성했던 과거에 비해 ‘나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점점 연애와 섹스를 경험하는 청년의 숫자가 하락하면서 바닥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우리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오래전부터 N포세대나 욜로 문화 등이 선전한 것을 보면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대의 성을 혐오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극단적인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들이 등장하면서 서로를 헐뜯고, 비하하고, 기피한다.

이처럼 상대의 성에 대해 아름다운 사랑과 섹스를 꿈꾸는 시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성칼럼에서 말하는 사랑과 섹스는 헛소리에 불과한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글자를 잘 읽지 않는다. 영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쉽고 편하게 영상으로 정보를 인식한다. 텍스트를 활용하는 콘텐츠는 그만큼 인기가 없다. 실제로 종이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도 현저히 적고, 언론매체에서도 앞다퉈 텍스트 기사 외에 카드뉴스나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구독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제 신문매체나 잡지에 기고되던 성칼럼은 구시대의 것이 되고 있다. 변화된 세상에 따라가기 힘든 특유의 성격을 지닌 성칼럼은 이제 독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런데도 성칼럼을 기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젠더갈등에 대해서, 나 홀로 문화에 대해서, 청년 정치나 청년 경제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이전의 감성적이었던 사랑과 섹스라는 대전제를 변형해야 한다. 사랑도, 섹스도 관심 없는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말해야 한다.

이제 성칼럼도 주제에 대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칼럼을 읽는 독자를 위해, 혹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칼럼을 읽어야 하도록, 변화된 성칼럼을 연재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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