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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3.26 15:18

[권상집 칼럼] 지성인들의 부적절한 언행, 그리고 낯뜨거운 변명

지식은 있지만 지혜는 없는 지성인들의 부끄러운 자세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최근 함익병 전문의의 발언은 과격함을 넘어 ‘지금도 저런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니’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의사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의 생각은 2014년 지금 이 시점에 시대에 뒤처져도 너무 한참 뒤처진 낡은 사고방식이기에 이후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의 주장은 이 공간에 다시 언급하기도 싫을 정도로 불쾌하고 민망한 수준이다.

이후 다시 홍혜걸 전문의가 지난 18일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황우석과 나’라는 글을 올리며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의 요지는 여전히 황우석의 진정성을 믿는다는데 있다. 황우석씨는 그러나 이미 논문 표절이라는 중대 과오를 범해 학계에서 퇴출당한 인물이다. 그리고 논문 조작은 여러 가지 실험과 세밀한 검증을 통해서 확인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석씨의 진정성을 믿는다는 홍혜걸 전문의의 발언 역시 SNS상에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더욱이 정치권에선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갑작스럽게 이달 초 민주당과 제3지대의 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새정치를 믿었던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미 안철수 의원은 수많은 공개 토론 과정을 통해 ‘민주당을 구태, 양당제로 인해 발생하는 낡은 기득권을 타파하고 제3당의 필요성’을 누차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초선거 공천 폐지 등으로 갑작스럽게 통합을 결정한 그의 주장 역시 수없이 많은 풍문을 남기며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문제는 모두 부적절한 언행 또는 기존에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주장을 하루 아침에 폈음에도 그 누구도 국민에게 먼저 사과하거나 이해를 돕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홍혜걸 전문의는 ‘함익병의 발언은 개인적인 발언이고 그가 정치인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닌데 우리 사회가 조금 너그러웠으면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는 지성인의 역할과 자세를 망각해도 한참 망각한 발언이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망언(?)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공개적으로 언급되면 곤란한 발언을 한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으로 공인이 아닐 때 가능한 것이다. 가끔 유명인들이 공인의 권리는 다 누리면서 그들에게 엄격한 책임과 자세를 요구하면 ‘사생활을 침해한다’, ‘사회가 조금 너그러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과거 모 영화 대사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아는 지성인이 많아도 너무 많은 세상이다.

흔히 공인이라고 불리는 유명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많은 혜택과 권한을 누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과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명예와 지위, 국민적 인지도는 누릴 대로 누리면서 이와 함께 당연히 지녀야 할 자신의 말의 무게나 책임감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부적절한 언행을 하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경직되어 있다’는 식의 전혀 새롭지 않은 변명을 내세우기에 그들은 급급하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와 다른 정치,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겠다고 했으면 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루 아침에 상황이 바뀌었기에 내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면 과연 앞으로 그 사람의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정치인, 언론인, 공인은 모두 말의 책임을 져야 하고 자신이 하는 말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아울러, 발언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거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면 용기 있게 이를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성인의 도리이다.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건 지성인의 몫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많이 배운 사람을 지성인으로 간주하며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 제시와 역할,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위의 사례를 봐서도 한참 잘못된 게 분명하다. 지성인에게 필요한 건 많이 배운 지식이 아니라 슬기롭게 세상에 현명한 나침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지혜로움이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는 지금 지혜로운 지성인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요즘 세상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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