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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음악
  • 입력 2014.03.26 10:39

[리뷰] 이선희 쇼케이스, 이선희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하다

세월 뛰어넘은 팬들의 환호, 너무 많은 게스트 출연은 옥의 티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돌아온 여왕', 어떤 이는 올해 3대 여왕이 돌아왔다고 말한다. 하나는 은반 위의 영원한 여왕이 된 김연아, 다른 하나는 천만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겨울왕국'의 엘사, 그리고 25일 데뷔 30주년을 맞아 15집 앨범으로 돌아온 이선희라고 한다. 그렇다. 이선희가 돌아왔다. 30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25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이선희 데뷔 30주년 쇼케이스는 30년간 '여자 가왕'의 목소리를 사랑했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선희의 팬클럽 '홍당무'가 주황색 봉을 흔들며 앞자리를 차지했고 이선희의 팬이자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MC 이금희가 사회를 봤다.

이날 정오에 공개된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가 흘러나올 때 주위 관객들의 공통된 반응은 '역시 이선희'였다. 30년을 뛰어넘은 가창력에 연륜까지 더해지니 더 무슨 표현이 필요할까? 주위에서는 '역시 노래잘한다', '하나도 안 변했어', '전보다 나은데'라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25일 15집 앨범으로 돌아온 이선희 ⓒ스타데일리뉴스

그때였다. "응, 엄마 이선희 공연 보러 왔어. 학원 잘 갔다왔어? 집에 밥 차려놨으니까..." 아, 어느 아이 엄마의 핸드폰 통화 소리다. 평소 같으면 '공연장에서 뭐하는거야?'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순간은 달랐다.

그래, 이선희의 팬들. 30년전 꿈많은 여중생, 여고생이었던 이들이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신경써야하면서 자기 꿈을 조금씩 잊어가고 그렇게 '촌스러운 아줌마'로 바뀌어가던 이들. 이들이 지금 이선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구나. 정겨웠다.

이선희의 쇼케이스는 후배들이 이선희에게 바치는 노래와 함께 이선희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타카피는 '한바탕 웃음으로'를 부르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16강까지 오른 노래였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강산'을 부른 임정희는 이 노래를 듣고 실용음악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입시에서 이 노래를 불러 합격했다는 추억을 전했다. 임정희가 부른 노래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바로 그 노래였다.

어린 시절 '그리운 나라'를 부르며 이선희 모창을 즐겼다는 거미. 그는 30대 나이에 이 노래가 어떤 감성으로 들릴지 알고 싶어 이 자리에서 불렀다고 했다. 이선희가 20대에 부른, 모든 여성의 감성을 대변한다는 찬사를 들은 '알고 싶어요'였다.

▲ 이선희의 열창은 30년이 지나도 계속됐다 ⓒ스타데일리뉴스

그리고 이 날 온 관객들이 기다렸던 이승기가 왔다. 락 버전으로 'J에게'를 부른 이승기는 그러나 자신이 주연이 되지 않으려 했다. 도리어 그는 이선희에게 '동네 한바퀴'란 노래를 준 이야기만 한 채 마이크를 윤도현에게 넘기며 자신의 임무를 다 마쳤다.

어린 시절 광팬이었고 이선희의 사진으로 방을 도배했을 정도였다는 윤도현은 '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나 항상 그대를'을 열창하며 게스트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 이선희가 왔다. 이승기가 전해줬다는 '동네 한 바퀴'와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그리고 자작곡인 '나는 간다'가 이어졌다. 이선희는 긴장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공식 무대라는 점도 있지만 처음으로 새로운 노래를 청중들에게 평가받는 자리라는 것이 이선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선희는 이선희였다.

이선희에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이 날 쇼케이스의 아쉬움은 너무 많은 게스트였다. 그냥 이선희가 중심이 되고 중간중간에 이승기나 윤도현, 임정희 등이 나와 추억을 이야기하는 자리, 혹은 깜짝 콜라보 무대를 펼치면(아, 그건 콘서트를 기대해야하나?)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 이선희는 자신의 역사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쇼케이스를 통해 보여줬다 ⓒ스타데일리뉴스

그러나 그게 무엇이 대수랴. 어차피 이 자리는 이선희의 건재를 확인하는 자리이고 '이선희는 이선희다'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리였다. 짧은 시간 이선희는 왜 30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여자 가수의 최고봉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선희는 새로웠다. 그 새로움이 후배들의 고개를 절로 숙이게 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 이선희는 '추억의 가수'가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여전히 노래 부르는' 가수라는 것을 일깨웠다. 이선희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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