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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천설화 기자
  • 공연
  • 입력 2014.03.25 19:44

[인터뷰] 연극 ‘에쿠우스’ 다이사트 역 김태훈, “현장에 있는 순간 가장 행복”

배우, 교수, 연출가 등 다양한 활동

[스타데일리뉴스=천설화 기자] 매 공연 마다 최고의 배우, 최고의 공연이었다는 찬사를 받아온 연극 ‘에쿠우스’. 올해도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을 캐스팅한 공연이 진행 중이다. 이해랑 예술극장과 동국아트컴퍼니가 공동 기획한 이번 연극의 다이사트 역에 배우 안석환과 함께 캐스팅된 세종대 김태훈 교수를 만나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현장에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태훈(왼쪽) ⓒ스타데일리뉴스

△ 이번 작품 ‘에쿠우스’와 다이사트 역에 대해 소개해 달라

17세 소년 알런이 여덟 마리 말의 눈을 찌르고 법정에 서는 사건이 배경이다. 이 소년을 정신치료하고 왜 그 같은 사건을 저지르게 됐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형식의 작품이다. 이 연극에서 소년을 치료하는 정신과의사 다이사트 역을 맡았다.

창립 54주년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의 대표작이기도 하며 강태기, 신구, 정동환, 박정자, 최민식, 송승환, 조재현 등의 쟁쟁한 선배 배우들이 다이사트와 알런 역을 거쳐갔다. 안석환 형과 더블로 다이사트 역을 공연하게 됐는데 ‘버킷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작품인 만큼 나로서는 대단한 영광이며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극중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와 자신을 비교한다면?

다이사트는 소년 알런 스트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인 억압에 짓눌린 소년의 내면이 말에 대한 열정과 원시적인 욕망으로 표출됐음을 알게 되고 소년을 깊이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자신도 의사로서 소년을 치료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나 역시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발전된 문명을 모체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늘 원시의 세계, 본질적인 세계를 꿈꾼다. 배우로서의 안정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책임과 의무를 훌훌 털어버리고 원시의 세계, 마치 엄마의 자궁으로 되돌아가고픈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김태훈 교수는 다음 작품으로 ‘사도세자’를 준비하고 있다. ⓒ스타데일리뉴스

 배우 김태훈이 연기하는 다이사트는 선후배들이 연기했던 역할과 어떻게 다른가?

극단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님은 지금까지 배우 김태훈이 보여줬던 연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다이사트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연기스타일을 추구해왔는데 이번에는 밀도 있고 정제된 표현을 주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대학교수직을 수행하면서 현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우리 전공은 현장의 흐름과 방향을 잊고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행위예술’이다. 케케묵은 강의 노트로 강의를 해서는 후학들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때문에 ‘강의실은 현장처럼!’이라는 말을 학생들과 현장 선후배들에게 늘 강조하고 있다. 슬럼프와 매너리즘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처음 강의실에서 연기를 훈련하면서 가졌던 설렘과 다짐을 늘 환기하려고 한다.

시간적,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극작업과정이, 창작작업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무대에 서 있는 그 순간 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 순간 난 정말 행복하다.

▲ 배우, 교수, 연출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태훈(왼쪽) ⓒ스타데일리뉴스

△ 배우 김태훈, 교수 김태훈, 연출가 김태훈… 각기 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굳이 잘 맞는 직업을 뽑으라면?

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렵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는 큰 매력이 있다. 어린 배우가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훗날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작업을 하는 과정뿐 아니라 결국 어느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인성이 되지 않은 배우, 오직 자신만을 뽐내려는 배우, 이기적인 연기자는 결코 좋은 배우가 될 수 없고 관객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사회적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격체 소위 ‘개념배우’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 집중한다. 나 또한 무대에서 그리고 강단에서 철학을 가진 배우, 교수가 되고자 노력한다.

 앞으로 계획과 이루고자하는 꿈이 있다면?

다음 작품인 ‘사도세자’를 준비하고 있다. ‘햄릿’을 모태로 한 이야기로 아직 대본 작업 중이다. 연말에는 이전에 ‘밤이 깊었네’라는 작품의 앙코르 공연이 잡혀 있다. 꿈이 있다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 배우들을 위한 '김태훈 액터 스쿨'을 만드는 것이다. 언제까지 연출법과 연기법 배우러 외국으로 유학 갈 것인가? 이제 우리의 문화컨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대이다. 세계 연기교육의 요람으로서 한국, 현대 연기메소드의 메카로서 대학로를 만드는 데에 기본 밑거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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