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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1.11.24 14:29

[박수빈의 into The book] #2. 약사 겸 여행작가 김재농, 70세 후반의 나이에 히말라야에 도전하다

도서 ‘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 도전심 하나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 '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

지리산에 대한 무한 사랑을 보이는 김재농 저자는 17번의 지리산 종주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약사로 활동했던 저자는 은퇴 후 7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하게 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정도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해발 4,2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5,400m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더 높다.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엄두도 나지 않는 히말라야, 김재농 저자와 그의 친구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높은 곳에 가보자는 도전심 하나로 에베레스트로 떠난다.

금번 시리즈에서는 김재농 저자의 에베레스트 등반기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전하다

조그마한 프로펠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루클라 행 국내선 비행기다. 루클라는 에베레스트, 로체 등 세계 최고봉을 오르는 쿰부히말라야의 관문이다. 1시간쯤 탄다는데 느낌에 고생 좀 하겠구나 생각했다. 타기 전 가이드가 하는 말이 오른쪽에 앉으라 했다. 하늘에서 히말라야를 구경한다는 것이다. 캠코더를 꺼내 들고 보니 히말라야는 왼쪽에 빛나고 있었다. 안달이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루클라에 안착했다. 포터 2명을 만나 카고백을 넘겨주었다. 비행장 뒤편을 돌아가니 비행장 전체의 모양과 세계에서 제일 짧다는 활주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을로 들어서며 우리들의 히말라야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일생 처음 꿈꾸어보는 히말라야트레킹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팍딩이라는 마을이다. 해발 2,600m 정도니 200m는 족히 내려가는 행군이 된다.

가슴 벅찬 초행길을 출발한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없는 시골길이다. 먼 풍경들이 다소곳하
다. 동네를 지나고 또 산길을 걷고, 어느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을을 통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집들이 흰색과 푸른색으로 페인팅 되어 있다. 그들의 토속신앙에서 푸른 것은 하늘이요, 흰 것은 눈을 상징하는 것이고 보면 그럴 듯하다.

드디어 팍딩(phakding: 해발 2,600m)에 도착한다. 팍딩이라는 동네는 계곡으로 빙둘러싸인 운치 좋은 마을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내일은 남체(해발 3,440m)에 올라야 하니 고도 차이로 보아 그 일정이 간단치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도 있고 하니 좀 더 가자고 했더니 1시간 남짓 더 진행하여 벤카(Benker)라는 마을에 여장을 풀었다. 2층 방에서 보는 설산이 멋있다. 우리가 진짜 히말리야에 왔구나 실감한다.

▲ 출처 Pixabay

아침에 일어나 계속 강을 따라 올라갔다. 길은 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점차 고도를 높여간다. 강을 건널 때는 출렁다리를 이용한다. 이 다리는 튼튼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소들이 건너거나 짐꾼이 건널 때는 많이 흔들린다. 아래에서는 잣나무가 숲을 이루더니 남체 가까이 가서는 전나무가 숲을이룬다. 계속 오르막이다. 흙과 소똥이 범벅이 되어 걸을 때마다 먼지가 펄펄 난다. 드디어 남체(Namche)에 도착한다.

남체는 해발 3,440m의 높은 곳에 형성된 마을이지만 쿰부히말의 요지요 중심 도시다. 셀파들의 고향이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히말라야에선 빼놓을 수 없는 유명 마을이다. 깔때기 모양으로 생겼는데 경사도가 제법 크다. 우리는 티베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아침 햇빛에 빛나는 설산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특히 남체 앞에 있는 콩데 산은 하얀 구름과 어울려 환상적으로 빛난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봐도 하늘에서 내려온 산이다. 땅에 붙은 산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소를 적응하는 하루는 보내고 다음 날 일정은 큰 사원이 있는 텡보체(Tengboche)다. 고소증 때문에 천천히 행군해야 했기에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 아 등고선 같은 산허리, 이름하여 에베레스트 하이웨이를 행군한다. 숨차고 힘들다. 햇빛은 쨍하지만, 공기는 싸늘하다. 지그재
그의 비탈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짐꾼들도 힘들고 야크들도 힘들다. 몇 시간을 올라 산마루에 올라서니 바로 해발 3,860m인 텡보체였다.  어제부터 계속 보아온 아마다블람 설산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아마다블람은 세계 3대 미봉(美峰) 중 하나다.

다음날은 디보체라는 마을을 통과한다. 여기서 같이 한 친구는 고산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하산하기로 한다. 친구를 보내고 가이드와 함께 딩보체에 도착한다. 해발 4,400m다. 내 생애 최고로 높이 올라왔다.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은 로부체(4,910m)로 오른다.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둗코시 강의 좁은 계곡은 넓은 로부체 강으로 바뀌었다. 이상하게도 상류라 수량은 많지 않지만, 강폭은 더 넓어졌다. 로부체(4,910m)는 작은 마을이었다. 식당에 들르니 트레커들의 분위기가 숙연하다. 이 사람들은 내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에 오를 사람들이다. 고도가 높아지니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영하로 떨어진다. 

결전의 날

3시간이면 간다는 고락셉(5,140m)을 거의 4시간이나 걸렸다. 고락셉을 가는데도 고개가 하나 있다. ‘로부체 패스’라 했다. 경사가 급하고 지루하다. 호흡을 조절하며 느릿느릿 걸었다. 고락셉에 거의 다다를 무렵 빙하 건너편 바위산에 거대한 눈사태를 본다. 등산객을 순식간에 매몰시켜버리는 저 무서운 눈사태. 벌건 대낮에 그 위압적인 눈사태를 봤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고락셉은 하늘과 가까운 휑한 마을이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이르는 최후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EBC로 출발한다. 편평한 길이 돌산으로 이어지더니 둑방길 같은 것이 나왔다. 

▲ 출처 Unsplash​

끝부분에 이르러 둑을 내려가니 바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365m)였다. 가 드디어 그 유명한 EBC에 오른 것이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8일 만이다. EBC는 날카로운 바위 설산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고 보니 베이스캠프는 쿰부빙하의 시작 부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아래로 넓은 계곡이펼쳐지는데, 아마도 딩보체 아래까지 흘러가는 듯하다.정상에 오르면 환호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너무 고생이 많았던 탓일까. 큰일을 이루어낸 뒤에 오는 허전함 때문일까. 아니면 뜻을 이루려다 조난당한 많은 원혼들의 침묵 때문일까.

고락셉으로 되돌아와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은 칼라파타르로 오른다. 고도 400m를 올라야 하는데…. 거기서 뭘 보느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일출과 설산이란다. 나는 결정을 내렸다. 설산은 이미 많이 보아왔던 것. 하산을 결행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친구가 궁금하고, 또 빨리 만나 카트만두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산 길은 로부체를 지나 두글라(Dughla)에서 딩보체로 가지 않고 로부체 강을 따라 페리체로 가는 지름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눈발이 흩뿌리더니 우박이 쏟아진다. 우리는 악천후를 해치며 쉴 틈도 갖지 못하고 로부체 강 언저리에 있는 페리체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페리체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쫓기듯 팡보체까지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남체로 와서 친구와 반갑게 만났다. 그러나 그는 기분은 가벼워 보였으나 여전히 콜라만 마시고 있었다. 바로 다음 날 루클라까지 이틀 거리를하루 만에 강행했다. 늦은 밤 루클라에서 맥주 한잔하고 다음 날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12일 만이다.

이렇게 히말라야 맛보기 트레킹은 반쪽 성공으로 끝을 맺었다.

이후에도 김재농 저자는 안나푸르나 등반에 도전한다. 그는 히말라야 트레킹은 지리산 종주같이 험난하지 않지만 접해보지 히말라야 트레킹만의 짜릿한 매력이 있다고 전한다. 

누군가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 그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산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지금도 뜨겁다. 8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고 하니 말이다. 도서 ‘히말라야로 통하는 나의 사랑 지리산 가르마’는 17번의 지리산 종주와 2번의 히말라야 등반에 대한 기록을 담은 도서다. 스토리텔링의 형식과 등반하며 저자가 직접 찍은 산의 풍경, 손수 그린 지도 등을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일상에 치여 자연으로부터 힐링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주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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