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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의 into The book] #1. 도서 ‘결혼은 안해도 아이는 낳고 싶어’, 생식기술의 발전, 이대로 괜찮을까
60세에 아이 낳고 인생 2막을 살다?
2021년 11월 19일 (금) 18: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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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 기자 news1@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 '결혼은 안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2001년 일본 시코쿠(四国) 지방에 사는 40대 여성이 남자아이를 낳았다. 자신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체외수정하여 낳은 아이로 유전적으로는 틀림없는 부부의 아이다. 하지만 구청에 가니 ‘남편의 아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비적출자’(부부 사이의 아이가아님)로 처리되어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틀림없이 남편의 정자와 아내인 자신의 난자로 태어난 아이인데도 말이다. 어째서일까. 

사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임신하기 전, 1999년에 백혈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다. ‘사후생식’인 것이다. 남편은 백혈병 치료 전에 자신의 정자를 냉동보존하여 아내의 난자와 체외수정을 진행하고 있었고, 생전에 사후생식을 희망했다고 한다. 이에 아내는 냉동된 남편의 정자를 통해 아이를 낳은 것이다.

이후 남편의 정자로 태어난 남편의 아이라고 하는, 아이의 사후인지를 청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후생식은 현행 민법(제772조)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부자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위의 사례는 생식기술은 발전해 가는데 그에 비해 사회는 그 인식과 윤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자신의 난자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보존하기 위해 난자를 얼리는 싱글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도서 ’결혼은 안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의 고바야시 아쓰코 저자는 윤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생식기술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만을 가져다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금번 시리즈에서는 퇴근 이슈가 되고 있는 ’냉동 난자‘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 출처 Pixabay

#. 하루에 1억 개 만들어지는 정자, 700만 개에서 줄어드는 난자

30대 또는 40대에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자신의 생식능력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실되고 있다는 것을 잘 생각하지 못한다. 20대 때부터 ‘언젠가는 낳고 싶다’ 또는 ‘언제든 낳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생물학적 시계의 벽(출산의 시한)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을 때가 있다.

여성들의 언제든지 낳을 수 있다는 착각을 근본부터 뒤흔든 것은 ‘난자의 노화’라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항상 새롭게 만들어지는 남성의 정자와는 달리, 여성의 난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체내에 있고, 결코 늘어나는 일 없이 본인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 그 수는 태아 때에는 700만 개였던 것이 태어날 때는 200만 개까지 감소한다. 아무리 외모를 젊게 유지하더라도 난자의 나이는 멈출 수 없다.

난자가 노화하면 수정란이 자라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부부중 어느 한쪽도 질환이 없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주된 원인이 난자의 노화라고 한다. ‘난자도 나이를 먹는다’. 처음 들으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런 난자의 노화에 대해 최근까지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 낳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냉동해 두고 싶다

   
▲ 출처 Unsplash

난자의 노화는 아이를 소망하는 부부만이 문제는 아니다. 독신 여성에게 있어서도 절실한 문제라고 한다. NHK 클로즈업 현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 ‐난자노화의 충격>(2012년 2월 14일)에는 난자가 노화된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았다는 33세의 독신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교제하고 있는 남성도 없고 결혼 상대를 찾을 여유도 없다. 하지만 난자가 노화된다는 사실에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냉동 난자’다. 언젠가 낳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난자의 노화를 멈춘 것이다. 이것은 혼전 전 ‘난활’(난자 활동의 준말)로 도 불리며, 해외에서는 ‘예방의료’로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암환자가 치료의 영향으로 난소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을 막고 난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용되던 기술로, 그 이외의 목적으로 미혼여성이 난자를 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최근 들어 독신 여성들의 강한 요청으로 난자 냉동을 수용하는 의료시설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2013년 11월에는 일본생식의학회가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미혼여성의 미래를 대비한 난자 냉동을 사실상 용인하게 됐다. 

그러나 난자 냉동은 정자와 수정란의 냉동보다 훨씬 어렵고 기술적으로 완전한 단계에 오른 것은 아니다. 냉동·해동이라는 물리적 변화를 가하는 과정에서 난자 자체가 변질되거나 파열될 수도 있다. 해동(최근에는 해동 생존률 90%)한 난자를 수정한다고 해서 확실하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 확률은 일반 시험관 시술과 유사할 정도로 결코 높지 않다.

#. 생물학적 시계로부터의 해방

   
▲ 출처 Unsplash

그럼에도 젊을 때 난자의 노화를 멈추고 싶다는 거다. 불임에 대한 걱정과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압박 등 때문이다. 자신의 냉동 난자를 난자은행에 맡겨 두면 ‘언제까지’라는 중압감과 시간제한에서 해방되게 된다. 출산의 시한을 설정하는 생물학적 시계는 난자에 있으므로 냉동을 통해 난자의 ‘시간’을 멈추면 되는 것이다. 

현재의 연구에서는 여성의 출산 능력 그 자체는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젊은 난자가 있으면 본인이 40세 이후가 되어도 임신·출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67세와 70세 여성이 출산했다는 해외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젊은 여성의 난자를 제공받아 출산한 사례다.

냉동 난자를 통한 생물학적 시계로부터의 해방은 여성이 커리어를 쌓고, 경제적인 안정을 얻은 후 난자를 해동하여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는 여성이 아이를 만드는 시기를 자신의 라이프 플랜 속에 자유롭게 세우게 될지도 모른다. 30대까지는 커리어 확립에 전념하고, 40대가 되어 사회적 지위를 굳히고 경제적 안정을 얻게 된 후 아이를 갖거나 60대가 된 후 또는 정년퇴직 후 아이를 낳아 가정생활이 중심인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라이프 플랜이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꼭 과학이 주는 선물 같다. 하지만 꼭 좋기만 할까. 위의 사례로 예를 들어보자. 

앞서 기술한 젊은 여성의 난자를 기증받아 67세에 출산한 여성은 그 2년 후에 쌍둥이를 남기고 사망한다 70세에 출산한 다른 여성은 지금은 건강해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살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령 출산은 ‘아이의 복지’에 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식의료의 시비에 관한 논란의 대부분은 생식을 위한 기술이 본래의 의미에서의 병의 치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에 기인한다. 이렇게 발전한 생식기술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의 선물인가, 아니면 자연을 거스르며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까. 우리는 발전하는 생식기술 앞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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