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11 08:59

나는 가수다 "프로의 무대에서 일주일은 너무 짧다"

나는 가수다의 한계를 보다.

 
역시 아이돌 노래는 아이돌이 가장 잘한다. YB의 노래는 YB가 더 잘하고, 조관우의 노래는 누구보다 조관우에게서 들어야 하듯.

아마 <나는 가수다>가 방영되고 가장 비난과 조롱을 들어야 했던 이들이 아이돌이었을 것이다. 가수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데 과연 아이돌의 수준이 <나는 가수다>에 미치는가? <불후의 명곡2>는 그런 아이돌과 <나는 가수다>의 베테랑들과의 격차만 확인시켜주었다.

그래서 기대했었다. 저 장혜진이 얼마나 멋지게 카라에게 굴욕이 되도록 "미스터"라는 노래를 소화해내는가? 카라만의 발랄한 매력과 엉덩이춤이라는 퍼포먼스의 존재는 무시한 채. 그리고 그 결과는 보다시피 전체 가운데 7위. 그나마 다르게 평가할만한 여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섯명이 부르는 노래였다. 젊은 에너지로 부르는 노래였다. 20대 초반의 카라의 매력이 돋보인 노래였다. 더구나 장혜진에게 록이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힘겹게 질러대는 장혜진의 거친 목소리에서 오히려 위화감만 강해지고 있었다.

분명 보편적으로 노래는 장혜진이 더 잘할 것이다. 비교하는 자체가 장혜진에게는 굴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노래란 단지 부르는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모 역시 무대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차라리 장혜진의 나이에 어울리는, 장혜진의 외모에 맞는 내용으로 가사까지 다시 써서 불렀다면 더 좋았을 것을. 자기 노래가 아닌데 잘 부르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조금은 아이돌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까? 음악에는 절대적 기준이란 없다. 음악을 서열화하여 계급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혜진과 아이돌이더라도.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베테랑들과 아이돌 사이의 큰 간극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매우 실망스런 무대들이었다. 장혜진은 말할 것도 없고, 옥주현의 무대는 산만한 것이 도대체 무엇을 들려주려 하는 것일까? 뮤지컬의 한 장면이었다면 버라이어티하다 하겠지만, 그러나 이것은 뮤지컬 무대가 아닌 하나의 노래를 완곡하는 무대다. 옥주현의 "유고걸"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과도한 보컬과 어울리지 않는 퍼포먼스와 과욕이 분명한 김세황의 기타솔로가 있을 뿐. 정신이 없었다.

박정현의 무대 역시 순위는 2위지만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가사가 들리지 않았다. 다양한 톤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꿔 사용하며 부르는 확실히 박정현다웠다. 신나고 즐거웠다. 다만 그 가사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언가? 박정현이 전하고 싶은 것은? 가사도 들리지 않고 마치 노래에 끌려다니듯 방전된 듯한 목소리가 노래를 겉돌게 만든다. 박미경은 확실히 대단한 가수였다.

7월 10일 <우리들의 일밤 -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최악의 무대를 보여준 세 사람이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느낌이랄까? 일주일이 너무 짧다는 조관우의 말처럼 편곡과 연습과정이 전혀 피드백이 되지 않은 듯 어색하게 노래가 겉돌았다. 밀착하지 못하고 가수 혼자 오버하거나 아니면 노래를 따라가는데 급급한 모습들이었다. 6위를 한 옥주현이나 7위를 한 장혜진에 비해서 2위를 한 박정현의 존재는 확실히 나로서도 의외였다.

그에 비하면 김조한과 조관우의 무대는 과연 이들이 어째서 베테랑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흔들림이 없었다. <나는 가수다>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는 오버가 필요했을 텐데도 여전히 자기 페이스를 지켰다. 김조한은 김조한이었고 조관우는 조관우였다. 김조한의 무대가 R&B 특유의 그루브를 살린 호쾌한 무대였다면 조관우는 조관우의 음악 그대로 슬펐다.

김범수는 그가 왜 김범수인가를 보여주었다. 팔색조라는 말 그대로 이번에도 그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기본적인 역량 자체가 탄탄하다 보니 그 적응력이란 탁월 이상이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한 약간의 어설픔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주 약간 거슬렸다. 그다지 의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YB는 밴드니까. 밴드에서 편곡이란 따로 곡을 어쩌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파트를 나누어 자기 나름의 해석을 더하는 것이다. 그것을 밴드 사운드에 녹여내면 그것이 편곡이 된다. 그만큼 호흡이 맞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윤도현의 목소리는 어떤 장르에도 어울리가 정직하면서 매료된다. 블루스 버전의 "빗속에서" 역시 YB의 역량을 보여줄 뿐이다.

역시 짧은 연습기간이었을까? 하기는 음반 하나 녹음하는데 몇 달씩 걸리고 한다. 콘서트를 하려면 그 몇 달 전부터 연습을 시작한다. 그에 비하면 일주일만에... 제아무리 뛰어난 음악인이어도 그 짧은 기간동안 가수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동안 장기호 교수의 말처럼 그 짧은 준비기간에도 이만한 소리를 내온 것이 대단하다 할 것이다.

결국 <나는 가수다>의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은 노래실력이 아닌 짧은 시간 동안 노래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잇는 능력이었을까? 그나마도 이번처럼 파격을 쫓느라 나사가 풀리고 나면 이런 식으로 노래와 가수 사이의 괴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편곡은 편곡대로 따로 놀고 보컬은 보컬대로 또 따로 놀고. 그러나 워낙에 프로들이니 어설프게나마 결합된다.

다행이라면 다음주부터는 중간평가를 포함한 두 주 동안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것. 그나마 연습할 시간이 있어 이번에는 제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겠다. 일부 팬들이 주장하는 전과 같은 5주체제로 돌아가는 것도 고민해 볼 만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급하다.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과연 이것이 내가 즐겨보던 <나는 가수다>인가. 가수들이 지쳐 있거나 프로그램 자체가 내포하고 있던 한계였거나. 너무 오래 끌었다.

아이돌노래는 아이돌이 잘한다. 노래를 더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1주는 하나의 노래를 편곡하고 완벽하게 소화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아예 다른 일 안하고 이 프로그램 하나만 하면 모를까 그런 부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근래 최악의 <나는 가수다>였다. 김조한, 조관우, YB만이 제 몫을 했고 나머지는 아니었다. <나는 가수다>의 한계를 본다. 물론 극복할 수 있는 한계다. 다음주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아쉽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