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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장례식' 이공희 감독의 청천백일
러닝타임 11분, 그 이상을 담아도 차지 않는 빈잔
2021년 09월 07일 (화) 17: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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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원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살아있는 장례식' 오프닝 크래딧(이공희 감독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얼마전 공개된 '살아있는 장례식'은 러닝타임 11분 8초의 단편이다. 장편실험영화 '기억의 소리'(2012)로 알려진 이공희 감독의 신작이다.

'살아있는 장례식'은 문학으로 풀어낸 영화 '기억의 소리'처럼 심미주의에 대한 고찰일 수도 있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 기록일 수도 있다.

유의해야할 점은 '기억의 소리'가 심미(유미)의 관점을 가졌어도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 '금각사'처럼 지극히 사적이고 병적인 집착과 탐미를 극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단지 청천백일(靑天百日)이 될 때까지, '원죄에 대한 결백을 한 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그런 하찮은 의문이 들 뿐이다.   

하물며 '살아있는 장례식'은 그 짧은 시간동안 을미도 갯벌과 바닷가를 비추며 감독의 전작 '기억의 소리' 스토리를 이어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이공희 감독의 사유로써 그 많은 씨줄과 날줄의 조합들 중 하나라고 봐야 맞다. 언젠가 완성을 바라 보고 만든 여러 돌다리 중 하나다. 즉 미완이다.

'살아있는 장례식' 오프닝은 드넓은 해안가를 물끄러미 비춘다. 흑백의 하늘과 땅은 태초를 의미하며, 그 뒤로 해변가에 한 무리들, 미래가 창창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 걸치면서 영화속 디테일 중 하나를 끄집어 낸다.

밝고 명랑하기만 한 청년들의 술자리는 어느 곳보다 공평하지만, 미주알 고주알 떠들다보면 부모 유산과 더불어 계급의 분명함이 드러나기 마련.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력만 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데, 이들 가운데 청년 둘은 친구들과의 대화 도중 또 한번의 좌절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끝내 자살로 마무리한다.

   
▲ 이공희 감독의 단편 '살아있는 장례식' 화면컷(이공희 감독 제공)

그럼에도 이 단편 오프닝에서 이어지는 두 학자(제사장: 이양희, 민속학자: 이길주)의 만남은 외침 이상의 기억이 없고, 입관절차를 거친 아버지(최유진)를 떠나 보내려 하지 않는 아들(김인철)의 절규 장면은 시선을 끄는 짧은 연기와 달리 죽은 자와 산 자의 처지를 불분명하게 그려 넣었다.  

그럼에도 그뒤로 다시 모인 친구들이 다시금 생동감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찰나(Ksana)가 분열되면 순간 짧은 울림이 아닌 영겁의 세월로 찢어지듯이 '살아있는 장례식' 또한 죽은 자들에 대한 단순한 추모와 조문 행위는 아닌 듯 싶다. 단지 그 영화 속 주인공들의 처지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덧붙여 7월에 개봉한 김기영 감독의 장편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1990)를 되새겨 보면, 이 영화는 당시 사회상과 차별, 갈등을 화두로 내세운데 반해 스토리는 산만하고 거칠며 매 씬이 부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공희 감독의 '살아있는 장례식'도 다분이 그런 성격을 지녔다. 제목이 주는 신선함과 달리 몇 가지 드러난 산만함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이 짧은 영화 속에 갈등과 분노, 좌절이라는 오브제는 분명히 달아뒀다.

이공희의 10년전 영화 '기억의 소리', 뉴욕에 이어 올해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에 초청

한편 이공희 감독은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있는 실험영화 작가이자, 감독이다. 한국실험영화 여성감독 1.5세대로 소개된 이 분은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12월에 내놓은 장편 실험영화 '기억의 소리'(감독 이공희)는 영상 속 심미주의와 샤머니즘이 결합된 미장센과 파격적인 살풀이가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필름영화로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같은 해 한국예술평론가협회 특별예술가 부문을 수상했다. 그것으로 이공희 감독의 오랜 숙원이던 장편 영화는 마무리 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바로 상영되지 못하고 5년 뒤 2016년 디지탈리마스터링을 거쳐 극장에서 개봉됐다. 그뒤 다음해 '기억의 소리'로 황금촬영상 은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네마프(뉴미디어페스티벌) 뉴미디어대안 장편영화 부문에 선정됐다.

그후 '기억의 소리'또 공백기를 거쳐 2019년 뉴욕국제영화제 최우수 실험영화부문에 선정됐고, 2021년 올해 베를린 국제예술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그럼에도 필모그래피가 단편까지 포함해 몇 편 안된다.

위처럼 실험영화 한편이 국내에서 잠시 조명받아 사라지고 다시 5년 뒤 재조명되고, 해외 영화 제작자, 감독들로부터 국제무대 초청작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정작 이공희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무덤덤하다. 그녀의 인생은 반복적인 전진과 공백 즉, 기다림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로 등단하고 유학(1993) 전까지 공백기를 가졌고, 유학후 뉴욕에서 영화실기 석사를 마치고 졸업작품 '거울'(1998)으로 현지 뉴욕국제독립영화제에 최우수판타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뒤 국내로 귀국해 충무로에서 활동을 시작해 2001년 단편 '착시 렌즈', 대학 강의를 하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2012년 장편 '기억의 소리', 2019년 초단편 '난 아무것도 몰라', 2020년 '149세 처녀의 마지막 사랑'에서 돋보인 혜림(박혜림)의 굴곡까지 이공희 감독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7년 '기억의 소리'로 황금촬영상영화제 은상을 수상한 최찬규 촬영감독의 노고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이공희 감독의 작품들을 빛내줬으며, 이번 '살아있는 자의 장례식'에서도 다채로운 장면들을 한아름 담아냈다.

   
▲ '2021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에 초청된 이공희 감독의 '기억의 소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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