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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1.08.20 16:22

[권상집 칼럼] 유재석은 카카오 지분을 왜 거절했을까

자본 대신 신뢰와 약속의 사회적 자본을 선택한 유재석

▲ 유재석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카카오는 현재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이달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유희열이 설립한 기획사 안테나의 지분을 100% 확보하며 공격적인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및 영입 과정에서 안테나에 새로 합류한 유재석에게 스톡옵션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스톡옵션은 보통 기업에서 A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내세우는 특별 조건이기에 대다수 인재들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환영한다. 차액 실현을 통해 작게는 몇 십억 크게는 몇 백억의 엄청난 이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임원 연봉이 공개되었을 때 상위 랭킹에 오른 이들 대다수는 연봉보다는 스톡옵션으로 혜택을 받은 인물이다.

단적인 예로 이달 공개된 2021년 상반기 연봉 상위 5인에서 방시혁 의장이 설립한 하이브에서 무려 3명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윤석준 글로벌 CEO는 235억, 김신규 매니지먼트 총괄 임원은 277억의 보상을 받았는데 이들 모두 스톡옵션 행사 이익을 거두었다. 물론, 올해 최고의 연봉을 받은 강효원 하이브 프로듀서가 받은 400억도 스톡옵션 이익이다.

유재석이 만약 스톡옵션을 받았다면 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으로 인해 수백억의 이익을 거두었을 것이다. 카카오뱅크 못지 않게 차기 공모주 최대 관심 기업으로 손꼽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제시한 몇 백억의 스톡옵션 이익 조건을 거절했다는 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혹자는 유재석이 이미 수백억을 번 국가대표 연예인이기에 스톡옵션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백억을 갖고 있다고 해서 또 다른 수백억 제의를 거절하는 인물을 필자는 본 적이 없다. CEO, 운동선수, 연예인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은 오늘도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게 현실이다.

유재석은 회사와 지분 관계로 얽히는 건 부담스럽다며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카카오그룹 차원에서도 유재석의 스톡옵션 거절 뉴스는 화제였을 정도로 그는 몇 백억의 파격적 보상을 정중히 사양했다. 그가 얼마나 자기관리에 철저한지 그리고 높은 보상보다 안정적 브랜드 관리에 주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재석이 회사와 지분 관계가 형성되는 게 부담스러운 이유는 11년 전, 디초콜릿과의 악연 때문이다. 디초콜릿이엔티에프는 9년 연속 적자에도 증자를 발행, 부진한 실적에도 연예인의 경영 참여로 이슈를 만들어 주가를 띄웠고 유상증자를 거듭 반복,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해당 기업은 유재석에게 출연료를 미지급해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대 리스크가 기획사의 부실한 경영, 무분별한 확장과 외형 성장이다 보니 소속 연예인까지 한꺼번에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가 과거 적지 않았다. 디초콜릿과의 악연, 그리고 기획사의 경영에 자신의 이름이 악용되는 걸 경험한 그로서는 당장 눈 앞에 들어오는 이익보다 시청자와 대중의 신뢰를 받는 게 더 중요했을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외형 및 내실에서 CJ EN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최대의 콘텐츠 기업임에도 유재석은 소속사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포지션을 취했다. 단기적으로 금전적 혜택은 줄더라도 장기적인 브랜드 파워에 주력한 모습이다. 지분 관계에서 자유로우면 유재석은 자신의 언행에서도 비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이 카카오의 스톡옵션을 거절했다는 뉴스가 하루 종일 화제인 이유는 자본이 중심이 된 세상 그리고 자본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 속에 우리가 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백억은커녕 수억원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꾸고 선택의 순간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던 인물은 우리 기억 속에 한 둘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증시 상장 검토에서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변경했다. 유재석을 확보했다는 효과만으로 충분히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의 상장 방향까지 변경시킬 정도로 그가 미치는 영향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자본 대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선택한 유재석. 정말 흔치 않은 인물이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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