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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3.12 07:34

[권상집 칼럼] SBS ‘짝’ 문제점, 정말 모두 몰랐을까

도마 위에 오른 ‘짝’의 문제점, 질타한 언론들은 모두 몰랐던 게 사실일까.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짝’은 꾸준히 인기를 몰고 온 대표적인 SBS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이성관, 가치관 등을 알아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아오면서 가끔 명절 때는 ‘연예인 특집’으로 프로가 구성되며 4년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문제 없이 순항할 것처럼 보이던 ‘짝’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접한 후 돌연 폐지로 결정을 내렸다.

SBS ‘짝’은 사실 신년 기획의 하나로 시작되었다가 시청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고정 예능 프로그램으로 정착된 경우이다. 필자는 이미 4년 전인 2010년 SBS 제작진이 모 대학 심리학과 연구진과 함께 ‘남녀의 시각 차이, 견해 차이, 생각의 차이’와 관련되어 진지한 토론과 논의를 하면서 ‘짝’과 관련된 기획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엔 짝과 결혼 등에 관해 서로 상이한 내용을 연구진과 제작진이 논의하는 열정의 모습이 대단하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4년간 ‘짝’을 통해 만난 커플이 결혼을 했다는 소식도 들렸고 ‘짝’ 출연자들의 동호회가 결성되기도 했다는 등의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며 프로그램은 더 많은 대중의 관심과 호응, 이와 관련된 조명을 받았다. 과거,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 KBS의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 가 실내 스튜디오에서 단발 녹화에 그쳤던 데 비해, SBS의 ‘짝’은 실제 며칠간 녹화를 하며 출연자들의 선심성, 방송용 발언이 아닌 속내가 담긴 언행을 보여주며 젊은 남녀의 시각 차이와 생각을 그대로 드러냈기에 더 많은 인기를 구가했다.

▲ 폐지가 확정된 SBS '짝'(SBS 제공)

그러나 사실 리얼 예능이라고 하는 프로그램들도 어느 정도 예정된 시나리오에 의해 흘러간다는 걸 기존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준 만큼 ‘짝’ 역시 순수하게 리얼 프로그램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그동안 SBS가 ‘짝’을 통해 드러냈던 문제점은 대체적으로 ‘출연자의 학력이나 사회성에 대한 거짓 발언’이 중심이 되어 드러났지 해당 촬영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출연자들이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들이 출연할 때는 사실 더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선 더 많은 시나리오를 설정해 이를 이끌어가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연예인들과 달리 일반 출연자들은 극적 재미를 추구하는데 조금 익숙하지 못하기에 별도의 방송사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상황, 억지 역할 설정 등이 종종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과정 속에서 미처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심리적 충격이나 상처를 받는 건 일반인 출연자들이다. 암암리에 그런 과정이 일부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극소수였다.

특히, 남자 출연자들 간에는 학력 및 직업과 관련된 스펙 경쟁으로 여성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모습을 보여 왜곡된 남녀관을 주입하는데 더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 출연자들은 다소 부족한 스펙을 가진 남자 출연자를 기피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남자 출연자들 역시 매번 출연할 때마다 여성 출연자의 외모와 몸매를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이성을 선택하는 등 프로그램은 매 순간 잘못된 연애와 인간관을 젊은 시청자층에게 주입시켜주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설정이었다고는 해도 역할에 몰입하면서 출연자들 역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시각과 생각을 유지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촬영하는 제작진들 역시 출연자의 정상적인 모습보다 선정적이고 감정이 격화된 모습에 보다 주력하는 등 애당초 ‘짝’이 기획하고 의도한 남녀관과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잘못되고 오해와 편견을 주입하는 맥락에서 더 많은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존재했다는 건 이미 출연자나 언론 모두 알고 있었던 부분일 것이다.

‘짝’의 폐지가 결정된 이후 모든 언론은 일제히 ‘짝’ 촬영장과 출연자들 사이에서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폐해가 있었는지 이를 들춰내며 문제점을 두루두루 짚어내고 비판의 성토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모든 언론사들이 이러한 문제를 정말 몰랐을까? 수많은 정보력과 네트워크로 구성된 언론에서 ‘짝’의 문제점에 대해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식의 자세를 취하며 비판에 나서는 것 역시 보기 좋은 태도는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기 전에 이미 내부에서 자정 기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고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짝’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모든 언론사는 집중 포화를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짝’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은 조용히 드러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야 ‘마치 이럴 줄 알았다’ ‘예전부터 문제는 심각했었다’라고 결과론적 비판을 취하는 언론의 모습은 ‘짝’ 제작진 못지 않게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할 뿐이다. 언론의 책임은 환경 감시에 있다. 이번 일에 대해 몰아 부치는 태도보다 미처 사안을 경고하거나 스스로 프로그램이 정화하지 못하게 한 비판적 성찰이 담긴 언론 기사를 보지 못한 점은 이번 사안을 통해 제일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으로 남는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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