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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방송
  • 입력 2014.03.11 18:32

[슬로우뉴스] '개콘'의 장애인 비하, 실수는 왜 계속 반복될까요?

사용해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 장애 겪는 이들의 마음 살펴야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지난해 연말 한 통의 메일이 왔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에서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청각 장애인을 비하한 '벙어리'라는 말이 나왔고 이를 자막으로 고스란히 방영했다며 방송사의 사과와 언론 및 광고 제작사에게 장애인 비하용어의 사용 중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 방송된 '택시'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윤태영은 "벙어리 역을 맡고 있다. 시청자들이 벙어리나 바보 등의 연기를 할 때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고 MC 홍은희는 "벙어리 연기를 하셔서 그런지 눈빛이 정말 멋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은 자막으로 고스란히 실렸습니다.

이 메일을 받은 기자는 tvN에 내용을 전했고 tvN 측은 "확인 후 입장을 전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당시 기자는 담당자 메일에 한국농아인협회의 성명서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tvN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게스트가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벙어리'란 말을 사용한 것이지만 장애인에게 부정적인 말이었음을 인정한다. 장애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 이런 부정적인 단어를 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뜻을 농아인협회에 전했고 농아인협회도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 지난해 말 '벙어리' 단어 사용으로 항의를 받은 tvN '현장토크쇼 택시'(출처:방송 캡쳐)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도 때론 어떤 이에겐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말을 한 사람은 '벙어리'가 일상적인 용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실제로 들은 청각장애인에게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로 충분히 받아들이게 되죠. 그렇기에 한 번 더 조심히 말하고 조심히 글을 써야하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 방송 중인 SBS '신의 선물-14일'을 보면 B1A4의 바로가 6살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으로 등장합니다. 바로는 얼마 전 제작발표회에서 "실제 장애인분들께 욕먹지 않기 위해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연구했다"며 부담감을 털어놓았죠.

정말 잘못 연기하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정말 장애인처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바로의 모습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또 한 번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9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의 '숨은 표절 찾기'에서 나온 대사가 문제였죠. 드라마 '굿 닥터'를 패러디한 장면에서 권재관은 "주원도 바보고 얘(박성광)도 바보야"라고 말했고 이상훈은 "주원은 바보 연기를 하는 거고 박성광은 그냥 바보"라고 말했습니다.

'굿 닥터'의 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을 겪고 있는 장애인입니다. 그를 '개콘'에서는 '바보'라는 한 마디로 치부했습니다. 게시판에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고 결국 '개콘' 측은 "장애를 희화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서번트 증후군 캐릭터를 '바보'로 표현해 논란이 된 KBS '개그콘서트-숨은 표절 찾기'(KBS 제공)

우리는 분명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희화화나 비하하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벙어리', '바보', '귀머거리' 등의 말이 쉽게 나옵니다. 방송은 어떨까요? 비록 설정이라 해도, 혹은 지나가는 이야기라 해도 여전히 나오는 말들이 바로 비하 단어입니다.

다행히 이 문제들은 실수를 한 당사자들이 사과를 하면서 잘 마무리가 됐습니다. 주의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른 곳에서 이런 말이, 이런 실수가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아직 장애인이 겪는 모든 상황들을 잘 모르고 있으니까요.

사족: 흔히 말하는 '장애를 가졌다'는 말은 마치 '장애를 원해서 가진 것'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표현이라고 합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말보다는 '장애를 겪고 있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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