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해병대 총기사건의 전모가 대부분 밝혀졌다. 7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총기사고는 김모 상병과 정모 이병의 계획적인 공모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위 보고 자료에 따르면 김 상병은 사고 당일 오전 7시30분께 창고에서 소주 1병을 마셨다. 이특 전 해안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중 편의점에서 몰래 구입해 창고에 숨겨놓은 2병 중 하나였다.
이후 김 상병은 정 이병을 창고로 불러내 범행을 모의했다. 이 과정에서 김 상병은 "ㅇㅇㅇ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고, 정 이병은 "그러지 마십시오"라고 말렸다가 이내 "소초원들을 다 죽이고 탈영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괴롭힘과 무시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 범행을 모의한 두 사람은 창고 밖으로 나왔고, 오전 11시20분~35분께 김 상병은 모 일병의 소총 및 탄약(실탄 75발,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을 갖고 밖으로 나간것으로 추정된다.
김 상병은 정 이병에게 수류탄 1발을 주고 고가초소를 폭파하라고 지시했지만 정 이병은 김 상병이 발사한 총성을 듣고 두려움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공중전화 부스 부근에서 김 상병이 쏜 총에 맞차 쓰려진 이승렬 상병을 발견한 정 이병은 고가초소 근무자에게 이를 알려준 뒤 계속 피신 다녔다.
하지만 이내 김 상병과 맞닥뜨렸고, 정 이병이 수류탄을 터트리지 못한 것을 안 김 상병은 "너랑 나랑 같이 죽는 거다"라며 안전핀을 뽑았고, 정 이병은 순간적으로 문을 열고 달아났다.
국방부 조사 결과 김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불안·성격장애 등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초원들 역시 김 상병에 대해 '다혈질적으로 발안정, 나태함' 등으로 진술한 것으로 봤을때, 부내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또 후임병들이 선임병 대우를 해주지 않는 '기수열외' 등의 악습도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