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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4.03.12 12:57

[무비톡]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14일 종영이 아쉽다

혹세무민으로 가는 비평 그만 보고, 그냥 봤으면 하는 명작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남자가 사랑 할 때>는 11일자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97만 5천 916명이 관람했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극장은 종로 피카디리 극장이 유일하다. 그것도 14일까지만. 영화 개봉일이 지난 1월 22일 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조기(?) 종영이다. 그래서 안타깝기만 하다.

▲ '남자가 사랑할 때'영화 포스터

한편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이미 6일부터 IPTV(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됐고, 각 포탈에서는 영화 파일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쓰는 글과 반대로, 행동 만큼은 정의를 외쳤던 시인 기형도가 종로 구석 영화 상영관에서 요절했던 것처럼, 일반 모니터와 달리 스크린은 단 두 시간이라도 힙겹고,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른 세상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유일한 도구이다. 

특히, <남자가 사랑할 때>는 개봉 전 어설픈 영화 비평만 아니었다면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흥행 성공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일부 어설픈 코믹물과 액션 영화로 범벅이 된 한국 영화계에서 사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조명했던 흔치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조기종영이 아쉬울 따름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 상영관은 이제 하나!

먼저 <남자가 사랑할 때>스토리 살펴보면, 나이 40을 넘긴 건달백수 한태일. 그가 사랑에 빠진 인물은 노름과 사채빚에 허덕이다 군산 병원 중환자실에서 오늘 내일하는 늙은 아비의 여식 주호정이다. 수협에서 일하는 그녀는 아버지의 빚은 물론,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까지 떠안는 등 고단하고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병원으로 사채빚을 받으러 간 태일, 아버지 빚을 갚고자 각서까지 써야했던 호정. 이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남자가 사랑할 때>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러브스토리처럼 신데렐라 신드롬이 아니라, 오늘날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아래 영상은 <남자가 사랑할 때> 타이틀곡 '언젠가 누군가' 뮤직비디오이다. 이기찬이 불렀다.

이 영화가 그렇게 불편했니?

<남자가 사랑할 때>를 보고 든 생각은 개봉 전 일부 몇몇 매스컴이 왜 이 영화를 혹평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개봉전 매스컴 비판을 보면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 작품을 입봉작으로 선택한 한동욱 감독을 향한 비판이다.

영화 '부당거래', '주먹이 운다' 연출부를 거쳐, '범죄와의 전쟁' 각색, '신세계' 조연출을 맡았던 한 감독이 이번 영화를 연출하며 몇몇 매스컴으로부터 장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비판을 받은 것이다. 또한 과거와 현실에 대한 연결 구도가 '생뚱맞다'라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그럼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인기 모았던 TV시리즈 '로스트'는 매 회마다 출연 배우들 간의 복잡한 과거와 현실적 갈등 아래, 장면들 대부분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러브라인은 물론, 공생과 적대 관계를 그렸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 대한 비판이 맞다면 TV시리즈 '로스트'는 '생뚱함의 극치' 아닌가? 

두 번째 한혜진의 연기논란이다.

살펴보면, 몇몇 일부 매스컴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 출연한 한혜진이 황정민의 카리스마에 눌려 연기가 어설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것은 연출진의 의도된 장치다. 다시말해 한혜진이 연기한 주호정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표준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더구나 이 영화 무대가 지방이다. 사회가 보수적인데다, 약자들의 인권침해가 빈번히 발생하고도 아무런 제제가 없는 곳이 지방 소도시이다. 수도권과 달리, 직종이 공무원과 공장 노동자 말고 거의 없고, 근무조건의 한계가 많은 곳이 지방이다. 

따라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서울 한복판 럭셔리 거리를 부나방처럼 누비며 사는 청장년층들에게는 불편한 영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란 '극적 사실'을 표현하고, 구현할 뿐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현재 처한 한국의 사회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즉, 영화가 미장센 하나 없이 너무 민낯으로 드러내 불편했다면 그것은 다수가 아니라, 일부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안그래도 한국 영화는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비참하고 구질구질한 서민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들이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똥파리'이다. 지난 2008년 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양익준 감독의 입봉작 '똥파리'는 처음 등장할 당시 매스컴의 무관심으로 상영관 하나 못잡고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황당한건 그 다음이었다. '똥파리'가 다음 해 2009년 1월 1일 한국독립영화협회로부터 '2008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고,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도빌아시안영화제에서 대상과 비평가상, 그리고 라스팔마스 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받자, 그제서야 국내 매스컴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물며 당시 영화 '똥파리'를 보고 '그게 무슨 영화냐'며 비아냥 거리던 매체들이, 다음 해 '똥파리'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인기를 끌자, 아무말 없이 관련 기사 대세론에 슬쩍 편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제 아무리 잘난 매체의 잘난 척하는 기자가 불편한 영화 한 편을 비판해도 그것이 만인의 표준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 맨 위 사진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 사채 해결사 황정민(한태일 역)이 채무자 한혜진(주호정 역)에게 채무탕감을 빌미로 제시한 이면 계약서이다. 아래 왼쪽 사진은 한태일을 바라보는 주호정. 아래 오른쪽 사진은 주호정을 바라보는 한태일의 모습이다. (제공 사나이 픽쳐스)

황정민과 안소니 퀸

황정민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안소니 퀸이다. 더 자세히 보면 페더리코 펠리니 감독의 명작 '길'(La Strada)에서 안소니 퀸이 열연했던 차력사 잠빠노가 보인다. 그 잠빠노가 노예처럼 부려먹고 괴롭혔던 젤 소미나(줄리에타 마시니), 그녀를 잊지못해 다시 찾아 헤매는 잠빠노의 모습이 황정민의 연기 속에서 자꾸 보인다.

돌이켜 보면, 황정민이 출연한 멜로 영화들은 안소니 퀸이 출연했던 영화처럼 폭력적이고, 구질구질한데다, 럭셔리한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꼬방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는 영화 '너는 내 운명'(2005)에서 에이즈 보균자에 다방 아가씨인 전은하(전도연)를 찌질하게 사랑하는 농촌 총각 김석중으로 연기했고, 영화 '행복'(2007)에서는 클럽을 경영하던 양아치 사장 영수로 연기했다. 더구나 간경변에 걸린 영수가 사랑한 연인은 중증 폐질환을 앓는 은희(임수정)이다. 

황정민의 세 번째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도 전작들과 비슷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사채업자 두철의 돈을 받아주는 동료 해결사로 나온다.

군산 시장 바닥, 병원 중환자실, 교회 등 어디건 월이자 49%를 반드시 챙겨가는 조직폭력배 한태일.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는 설정은 악날하고 냉정하게만 보이던 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설프기 보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보다 더 디테일한 우리네 삶과 본질을 그렸다.

<남자가 사랑할 때>영화 종영까지 2일 남았다. 관객수 200만명도 아깝지 않은 영화가 이렇게 아쉽게 끝나간다니 왠지 서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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