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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07.04 11:53

'랑종' 최적화된 공포, 악만 남은 연옥의 신세계

나홍진의 각본과 반종의 연출로 완성된 태국 연옥도

▲ '랑종' 보도스틸컷(쇼박스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4일 개봉 예정인 태국 공포물 '랑종'(반종 피산다나쿤 연출/ 나홍진 제작-각본)은 '곡성'과 비교해 일광(황정민)의 직업만 차용됐을 뿐, 나머지는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GDH가 제작하고 쇼박스가 배급하는 신작 호러물 '랑종'은 태국어다. 우리 말로 하면 무당. 러닝타임 131분 동안 무당(태국어 랑종) 님과 신내림 증상을 보이는 조카 밍의 피할수 없는 사투를 보여준다. 

천주교 교세가 강한 이산이라는 정글과 산야가 뒤덮힌 산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대비해 나머지 출연진들의 모습은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즉 주연과 조연 배우들의 연기 기복이 심하다. 그럼에도 어떤 면에서 묘하게 잘 맞아 떨어진다. 가령, 이야기가 거듭 될 수록 공포가 더 두드러진다.

모큐멘터리 편집이 픽션에 녹아들면서 처음 마주하는 관객이 느껴야할 낯설은 감정을 점차 익숙함으로 치환시킨다. 

여기에 극중 빙의되는 과정을 연기한 밍 역에 나릴야 군몽콘켓. 그녀의 연기는 가끔 어설픈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마치 조여정을 보는 것처럼 다채롭다.

몇 세대를 거치며 토속신 바얀을 모시는 무당 님 역을 맡은 싸와니 우툼마는 라미란을 보는 것처럼 극의 중심으로 잡아주며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시킨다. 

여기에 밍의 엄마이자 신내림을 거부한 노이 역에 씨라니 얀키띠칸도 모성애와 감정적 씬에서 제법 돋보이는 장면을 연기한다. 

▲ '랑종' 보도스틸컷1(쇼박스 제공)

'랑종' 신세계 보다 새 세상에 가깝다

16년 전 미스터리 공포물 '셔터'로 화제를 모았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신작 '랑종'은 마치 보드게임 '젠가' 같다. 

탑처럼 쌓아놓은 블록들을 인간의 신앙으로 점철된 믿음으로 정하고, 주인공인 무당 '님'과 그녀의 조카 '밍'이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블록 하나, 하나를 빼낸다고 가정해보자.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냥 재미'라고 느꼈던 부분이 갈수록 진지해지고 장면과 상황에 따라 오싹한 기운이 감돌지 않을지?

'랑종'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해줄 요량인지, 페이크로 이어진 모큐멘터리로 구조물을 세우고, 그 안에서 선과 악의 불안한 동거를 보여준다.

극중 대를 이어 랑종(무당)이 된 님과 그녀 가족의 모든 상황을 CCTV까지 동원해 촬영하는 이들은 심령 다큐멘터리 제작진. 이들의 카메라에 담긴 필터링 없는 영상물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영화가 예고편만 봐도 안톤 드보르작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처럼 뭔가 뭉클하고 희망 가득한 기대가 없다. 반면 갈수록 어둡고, 추적대고,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불꺼진 재래시장이 떠오른다.

분명 아침부터 환한 대낮까진 새 세상 만난 사이비신도들처럼 도축과 식욕이 동시에 이뤄졌을 재래시장. 영업시간이 마감되면 그곳만큼 적막한 곳이 있을까 싶다. '랑종'은 그래서 어두운 밤이 더 어두워 보이는 '새 세상' 같다.  

'랑종, 이승도 저승도 아닌 '연옥'이 보인다  

청소년관람불가인 공포물 '랑종'의 '곡성'에도 보여진 퇴마의식과 점궤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랑종' 제작과 각본을 담당한 나홍진 감독의 호기심과 관찰이 돋보인다. 

샤머니즘, 미신, 토테미즘, 업보, 심지어 아스텍 문명에게서 발견되는 무속인과 왕족의 카니발리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종교와 신앙을 대입시켜봐도 해석이 불가능한 한 생명의 죽음은 물론, 오에 겐자부로의 '익사'가 떠오를 만큼 죽음의 관한 실체를 기존 시선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 

혹자는 이런 물음도 떠오른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죽음은 어떻게 확인하는 걸까. 과연 진짜로 죽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 육신의 소멸과 넋의 부활은 어떻게 봐야할까.

하나 더 보태 '랑종'은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두려움과 공포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진다. 낯설다고 느껴졌던 태국 북동부 마을 이싼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연옥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랑종'은 공포물이다. 하물며 태국 북동부 지방의 샤머니즘을 다루며 빙의, 신내림 같은 한국에도 존재하는 토속신앙과 무당에 관한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다. 

악령을 치유하는 퇴마사, 구마의식이 한국과 유럽 일부 국가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도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존재한다는 걸 부연하고 있다.

25년전 슈피겔TV 탐사보도다큐에서 보여준 '엑소시스트'를 다시 기억해보면, 그리스정교, 천주교, 그리고 이슬람에도 퇴마사가 퇴마의식을 진행한 장면이 떠오른다.

다른건 둘째 치고 성상과 성화를 인정 않고 오직 신(알라)의 말씀만 존재한다며 회당 내부를 꾸란(이슬람 성서)의 글자로 채워넣은 이슬람교에서 퇴마사가 있다는건 우리만 몰랐던 이야기가 아닐지? 

아울러 2010년 아차랏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연출한 공포/드라마 '엉클 분미'가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이래 뛰어난 스토리와 연출로 로코, 액션물을 제작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는 태국영화. 

이를 기반으로 현지 흥행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과 손을 잡은 나홍진 감독의 '랑종'을 바라보니, 향후 나 감독에 대한 기대가 하나 더 보태진다. 동아시아 무속신앙과 관련해 몇 편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 '랑종' 메인포스터(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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