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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07 07:20

넌 내게 반했어 "이신과 이규원, 주인공의 힘이 떨어진다!"

못난이의 공식, 코미디냐? 멜로냐?

 
"뭐지? 이 공기는? 이 기분은? 뭐지?"

갑자기 뜬금없달까? '이 공기는?'까지는 괜찮다. 정윤수(소이현 분)을 바라보는 이신(정용화 분)의 모습은 확실히 누구라도 한 눈에 눈치챌 만큼 노골적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이 기분은?'에 대해서는...

이를테면 못난이의 공식이다. 김현중과 정소민이 주연했던 <장난스런 키스>에서처럼 확실히 망가지느냐? 아니면 상대가 먼저 매력을 알고 다가서느냐? 전자는 주로 코미디를, 후자는 주로 대부분 스스로의 매력을 자신하지 못하는 일반의 대리만족의 코드로 쓰인다. 더구나 이신처럼 아예 드러내 놓고 '나 잘났다'고 말하는 캐릭터는 더 말할 것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고의 킹카다. 누구나 알아주는 미남이고, 많은 여성들이 그에게 매달린다. 그런데 거기아 설정상 그다지 매력도 없는 이규원(박신혜 분)마저 매료되어 마음을 졸이게 된다. 과연 거기에서 어떤 드라마가 만들어지겠는가? 이신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고, 이규원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할 듯하다. <장난스런 키스>의 오하니처럼 아예 망가지며 매달리던가, 아니면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짝사랑에 속만 태우던가. 자칫 신파로 흐르기 쉽다. 과연 <넌 내게 반했어>는 신파적인 원래 의미대로의 순정 드라마인가.

재미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누구나 반하는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일 것이다.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반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규원 하나 더해봐야 무슨 재미가 있을까? 반전도 없고 놀라움도 없다. 이미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흥미롭다면 흥미로울까? 그러나 <꽃보다 남자>에서도 츠쿠시와 루이의 사이가 결국 우정으로 끝나버렸듯 그런 관계는 조연급에나 어울린다. 그저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며 그를 보듬고 위로하고... 70년대 순정만화라면 아마 통할 것이다. 더구나 그건 못난이 주인공의 몫이 아니다.

차라리 여준희(강민혁 분)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리고 한준희(김윤혜 분)가 그 파트너이고. 하기는 주인공의 인상이 너무 약하기는 하다. 너무 뻔하다. 전형적인 킹카와 전형적인 못난이. 결국 잘난 이신의 어두운 이면이라든가 못난 이규원의 진실된 모습이 분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나마도 너무 평면적이라 주위의 이야기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 것이 여준희와 한준희, 그리고 김상혁(송창의 분)과 정윤수의 이야기다. 덧붙여 김상혁과 정윤수 사이에 얽혀 있는 임태준(이정헌 분).

여준희가 주인공이고, 그 특유의 엉뚱발랄함으로 한준희에 반해 벌이는 왁자한 코미디였다면 조금은 이신과 이규원의 평이함도 전체적인 작품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훌륭한 장치가 되었을 것이다. 한결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이신과 이규원, 김상혁과 정윤수와의 사이의 관계 역시 진지하게 풀어가더라도 적절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 재미있었을 것이다. 옷차림에 따라 인상이 바뀌고 하는 말이며 행동이 모두 엉뚱한 주인공이란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단지 대사 한 마디에 불과하니까. 그것이 과연 이규원의 이신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끌림인가? 그도 아니면 단지 분위기가 이상하니 기분도 이상하다는 뜻인가? 아마도 후자이기 쉬울 것이다. 그래도 작가인데 여기서 이규원이 이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될 경우 벌어질 난해한 상황들을 예감하지 못할 리 없다. 다만 상당히 오해하게끔 만드는 대사에 대해 어떤 식으로 수습하려는가. 그나마 바로 다음날 4회가 방영되니 망정이지 일주일을 기다리게 만들었다면 최악의 패일 뻔했다. 아니라면 이 드라마는 원래 기대와는 달리 멜로에 더 중점을 둔 말 그대로의 "순정"드라마일 테지. 알지만 대사 자체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들린 터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워낙 평이한 설정이다 보니 무리수가 많다. 나름대로 서프라이즈를 노리고 감각적인 장면을 연출하려 한 모양이지만, 그러나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다 보니 자꾸 겉돈다.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신은 거기서 왜 이규원의 가야금을 또 듣고 싶다고 한 것이며, 어째서 한희주는 여준희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비를 맞아야 했고, 더구나 감기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한희주를 여준희가 데려와 The Stupid의 연주에 맞춰 오디션을 보게 하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다. 뭔가 멋스럽게 포장하려 한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보니 어색하게 위화감만 느껴진다.

심심하다며 오디션장에 놀러간 여준희가 갑자기 오디션을 보는데 뛰어들어 춤을 추고, 거기에 맞춰 오디션보는 사람들이 가세해 춤을 추고, 이어지는 영상은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그러나 뒤가 없지 않은가? 맥락없이 춤추고, 바로 오디션 이어지고. 그리고 이번에는 현기영(이현진 분)의 서프라이즈가 이어진다. 무대공포증과 무대에서 도망친 트라우마로 오디션을 보려 하지 않는 그를 김상혁이 설득하여 이규원이 오디션을 보는데 노래를 부르게 하다니. 현기영이 그런 식으로 끼어들면 이규원과 바람꽃 멤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래도 좋다고 할 정도의 천재성은 아무래도 드라마를 통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원래 이야기란 장면과 장면의 연속일 텐데도 도대체 그 장면과 장면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이어야 하는가? 도무지 배우등 자신마저 충분히 배역에 몰입하지 못한 듯한 모습들이다. 자꾸 끊긴다. 표정에서. 대사에서. 행동에서. 마치 퍼즐 조각처럼 조각조각 뜯긴 채 우수수 쌓여 있는 듯하다.  그만큼 캐릭터들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전해지지 못한 탓일 것이다. 정확히는 왜 거기서 그 장면이 나와야 하는가? 연극부 소품실을 정리하면서 이신과 이유원이 보인 헤프닝이 대표적이다. 별 의미도 없이, 그렇다고 재미도 없었다. 단지 이런 것도 넣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만 느껴졌달까?

장면만 예쁘다. 부분만 통통 튀며 재미있다. 나름대로 배우들도 폼을 잡고 매력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각각이 따로 놀고 있지 않은가. 너무 사족이 많다. 불필요한 장면도 많고 필요한 장면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밀착해 있지 않다. 허공에 붕 떠있는 것 같은 것이 현실감 없이 도무지 이입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가 끊기기 전에 시청자의 감정이 먼저 끊긴다. 그나마 박신혜의 캐릭터에 걸었지만 그러나 그조차 그동안 너무 많이 보여준 탓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이신의 캐릭터가 조금 사정이 낫기는 하지만 그조차 너무 잘나게 설정된 탓에 전면에 나서기가 곤란해졌다. 아무래도 너무 잘난 캐릭터가 나서서 설치기까지 하면 보는 입장에서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박신혜의 이규원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란 이미 거의 다 보여진 듯하고. 이제 3회인데 벌써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 결국 그래서 7월 6일 3회에서도 여준희를 비롯한 조연들의 이야기로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지만 말이다.

조연들을 죽여야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조연들마저 죽여버리면 사실상 더 이상 드라마가 보여줄 것이 없어져 버린다. 보다 이신과 이규원 두 주인공을 돋보일 수 있는 조연캐릭터가 필요할 텐데. 김상혁과 정윤수가 그 역할을 해 줄까? 여준혁은 너무 개성이 강해서 결국 따로 노는 수밖에 없다. 난해한 것이다. 주인공 두 사람이 너무 죽어 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이신, 이규원 두 사람일 터다.

아마 이런 류의 드라마를 처음 써 보았거나. 아니면 마니아라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익숙하거나. 마니아적인 어설픈 재생산이 눈에 띈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하고, 또 놀라움도 있지만, 그러나 어색하다. 기초가 부족한데 의욕만 앞서는 때문이다. 하긴 설마 그렇기야 할까? 약간의 실수일 것이다.

아쉬움을 넘어 실망만 커지려 하는 중이다. 기대하던 영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조금씩 모자르다. 조금씩 어설프고. 어설프게 장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안이함일까? 박신혜와 정용화를 믿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일단은 지켜본다. 많이 힘에 부친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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