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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2.25 19:55

[기자수첩] '단독 보도' 남발, '단독' 의미를 스스로 깎아먹다

트위터 베끼기, 보도자료 먼저 올린 것까지 '단독'.. 무엇이 노이로제를 만들었나?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사례 1. 24일 오후부터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민호 도박', '이민호 카지노'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상속자들'의 이민호가 뉴질랜드의 한 카지노에 있는 것이 포착됐고 이를 한 매체가 '단독'으로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것은 취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팬들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짜깁기'한 것을 '단독'이라고 보도했다. 이민호 소속사는 해명을 했고 보도한 기자는 취재도 없이 '단독'에만 목을 맸다는 네티즌의 비난을 샀다. 동시에 그 기자가 속한 매체의 공신력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례 2. 최근 대세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한 영화. 이 영화는 주연만큼이나 조연들의 면면도 화려한 영화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캐스팅 못지않게 불꽃을 튀긴 것은 조연배우 하나하나가 캐스팅 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단독'이라는 단어였다. 여기서 한 사람 이야기하고 '단독', 저기서 한 사람 이야기하고 '단독'이라고 기사를 써 넣으며 단독 기사 수를 늘리는 모습이었다.

사례 3. 최근 한 연예인이 소속사와 자연스럽게 결별해 FA로 나왔다. 이미 이 기사는 몇 개의 매체에서 보도했다. 그런데 한 매체가 별안간 '단독'이라며 이 기사를 내보냈다.

추가한 부분이 있나 봤지만 아무 것도 추가된 것이 없었다, 이들은 확인이 안 됐는지 모르지만 포털에는 이미 기사를 먼저 낸 단독 보도 언론사가 있었다. 

사례 4. 세계적인 축구선수 '앙리'가 '무한도전'에 출연한다. 이건 분명 '단독'이다. 하지만 최근 아이돌 걸그룹 한 멤버 또는 어떠한 특별한 가치가 있지 않은 연예인이 일상적인 단발성 예능 출연을 하는 것을 '단독'이라고 보도하는 매체들이 늘고 있다.

▲ 중국 웨이보를 베낀 단독 기사로 인해 카지노에 갔다는 비판을 받은 이민호 ⓒ스타데일리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연예인이 고정 예능 프로 출연을 결정해도 단독, 이미 최종 조율 중이라고 나온 기사도 확정됐다며 '단독'이란다. 별의별 이야기에 '단독'을 단다. 마치 당사자 홍보하는 기사처럼.

최근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를 검색해보면 '단독'이란 이름을 앞세운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특종'까지는 아니어도 말 그대로 '유일한 하나'이다. 물론 단독은 뉴스를 다루는 이에겐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의 문제는 이 단독이 너무 자주 남발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일단 터뜨리고 보자'라는 식의 단독 보도가 많다는 것이다.

단독 보도는 항상 '복수의 연예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고 나온다.  단독 기사의 내용이 워낙 민감하고, 정보를 쥐고 있는 소속사나 관계자들이 정보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를 해도 정보가 제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통 기자들은 기사의 팩트를 어렵지만 정확하게 확인한 뒤 복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도 없이 그냥 '관계자' 말이라며 단독 보도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과거 정경호 수영 열애처럼 소속사의 거짓말로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상대적으로 '터뜨리고 보자'식 단독 보도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떨 때는 '그렇다'와 '아니다'가 연속으로 '단독'이란 이름으로 보도된 일도 생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어벤져스 2' 서울 촬영 보도는 '그렇다'가 단독으로 나왔다가 '아니다'가 단독으로 나오고 다시 '확정'이 단독으로 나오다가 '사실무근'이 단독으로 나왔다.

결국 한국 촬영이 있다는 마블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서 상황은 종료됐지만 촬영 여부를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단독 경쟁은 이들이 무엇을 위해 기사를 썼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진흙탕 싸움에 불과했다.

단독 보도는 그 매체의 공신력을 높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남발되는 '단독'은 오히려 그 공신력을 깎아먹는다. 보도자료를 제일 먼저 기사화했다고 그걸 '단독 보도'라고 올린 매체도 나올 정도니 이 정도면 '단독 노이로제'라고 명명하는 게 맞다.

그들은 왜 이렇게 '단독'을 남발할까? 왜 스스로 '단독 보도'의 질을 떨어뜨릴까? 그저 '단독'의 숫자만으로 이름을 알리려는 얄팍한 속셈일까?

'단독 취재'임을 강조하며 메인 뉴스에 취재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JTBC의 9시 뉴스를 보다가 이들의 저급한 단독 경쟁을 보면 그 엄청난 차이에 당연히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마블이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한국 언론은 '촬영한다, 안 한다'로 서로 단독을 앞세우며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출처:마블 홈페이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단독 노이로제'에 걸리게 만들었을까? 오늘도 중요한 주요 캐스팅 기사가 아닌 조연 캐스팅 기사에 '단독'을 붙이고 출산 예정 기사에 '단독'을 붙이고 심지어 보도자료 먼저 보도했다고 '단독'을 붙이는 언론사들의 제 살 깎아먹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 기억해두자. '단독'이라고 무조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시기는 지났다. 공신력 없는 단독은 더 이상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그냥 노이로제의 표출로 독자들은 볼 뿐이다. 실제 사람들이 관심있어하는 특종은 이제 지금 나오는 기사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단독' 보도 기행에 본지도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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