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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2.23 11:09

[기자수첩] 소트니코바는 제2의 토냐 하딩?

은퇴할 때까지 따라다닐 금메달 논란 이겨낼 수 있을까?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1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발생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의 금메달 획득에 따른 논란과 비난은 '소치스럽다'는 말로서 대변될 만큼 심각한 사안이 됐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난 21일(현지 20일 저녁)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이 끝나기 전부터 美3대 방송국 NBC, 스포츠채널 ESPN, 캐나다 방송국 CBC, 영국 BBC, 독일 공영방송국 ARD에 이어, 22일 美 ABC뉴스도 소트니코바의 피겨 경기와 금메달 획득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獨 유력시사주간지 슈피겔, 미국의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나열조차 힘들 정도로 수많은 해외 매체들이 연일 자격이 안되는 러시아 심판과 심판진들의 일방적인 러시아 선수 밀어주기에 따른 비난이 거세다.

▲ 1994년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토냐 하딩의 모습. 그녀는 매스컴과 여론의 비난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경기중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토냐는 8위를 차지했다. (출처 NBC스포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제2의 토냐 하딩?

토요일 아침 커피숍에서 만난 러시아 친구와 소트니코바 심판 판정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러시아 친구는 이번 올림픽 피겨스케이트 스캔들과 관련해 "1위를 차지한 소트니코바가 제2의 토냐 하딩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표현은 소트니코바에게 암울한 미래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 때 러시아 지역 피겨 선수로 뛰었던 이 친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1위를 하는건 당연한 결과"라고 까지 말했다.

또한 그는 "올림픽 개최국의 '홈텃세'라는 건 어느 나라건 존재하지만 이번 경우는 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IOC 제소와 항의로 러시아가 금메달을 돌려주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한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와 정부가 "관련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물며 4년뒤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될 한국 정부도 지금 벌어지는 '피겨 논란' 때문에 러시아와 마찰을 빚기 힘들거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친구는 "캐나다, 미국, 그리고 러시아, 독일처럼 피겨 부문에서 다수의 국제대회 우승자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전통 피겨강국이 아니면, 실제 피겨스케이팅이 동계스포츠는 물론 전 스포츠분야에 차지하는 비중을 이해하는 정치인들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즉 "정치인들이란 올림픽에 대해 어떤 종목이건 '금메달만 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전부일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가령, 일본이 왜 다른 종목도 포기하고, 오로지 피겨스케이팅 육성에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지, 왜? 오랜 기간동안 자국출신 피겨 국제심판들을 확보하고, 일본 전역에 25개에 달하는 피겨 전용빙상 링크를 건설했는지 이해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은 역대 동계올림픽 스타에 대해 기억하는 선수들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역시 피겨스케이팅 뿐이다. 

동계스포츠 통틀어 기억나는 선수는 피겨선수들 뿐

하계올림픽 스포츠 스타는 100m 육상트렉과 마라톤 외에도 다른 선수들이 생각날 수 있다. 

반면 동계올림픽은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도 추억하는 선수들과 종목이 매우 드믈다. 봅슬레이와 알파인스키, 점프스키, 스노 보드도 있지만 피겨스케이팅은 그 어떤 종목과 확연히 다르다. 일례로, 역대 동계올림픽과 국제피겨 대회를 살펴보면, 1위 뿐 아니라 2, 3위 심지어 5위 입상 선수들의 이력이 보도되는 사례는 매우 흔한 편이다.

▲ 1930년대 노르웨이 출신 피겨스타 소냐 헤디의 전성기 시절 모습(좌), 소냐 헤니가 주연한 1941년 헐리우드 히트 영화 '선 밸리 세레나데'포스터(우) 1936년부터 지금까지 동계올림픽 최초 피겨3연패,헐리우드 진출뒤 포브스紙가 선정한 최고 부자대열에 올랐던 그녀는 피겨계 스타이자 영화배우였다. (출처 소냐 헤니 홈페이지, 20세기 폭스)

영화부문에서도 피겨스케이팅 소재는 단연 탑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실화를 다룬 외화 '쿨 러닝'(1993)과 스키점프팀 스토리를 다뤘던 한국영화 '국가대표'(2009)을 제외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다룬 외화는 많았다. 가령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싱글 3연패를 달성한 노르웨이의 피겨전설 소냐 헤니는 1936년부터 헐리우드에 진출해 '아주 특별한 한 사람'(1936)부터, 씬 아이스, 해피 랜딩, 선 벨리 세레나데(1941)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소냐 헤니는 당대 최고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이 출연하는 아이스쇼 뮤지컬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美 포브스지가 선정한 최고 부자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그 뒤로도 '사랑이 머무는 곳에'(Ice Castles, 1978), 더 커팅 에지(1992), 아이스 프린세스(2005) 등 숱한 피겨스케이팅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피겨스케이팅은 단순히 동계스포츠 종목 중 하나가 아니라, 많은 영화팬들과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예술과 대중성을 겸비한 스포츠이다.

소트니코바, 그녀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 

아침에 만난 러시아 친구의 걱정은 모국인 러시아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금메달을 목에 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였다. 이 러시아 친구가 소트니코바를 가르켜 '제2의 토냐 하딩'이라고 말한 것은 현재 소트니코바의 실력으로 러시아를 벗어나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다.

또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향후 피겨 선수에서 은퇴한 뒤에도 평생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소치 올림픽 금메달 논란'은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토냐 하딩은 미국 최초로 트리플악셀을 성공한 미 피겨 대표 선수다. 그녀는 지난 1994년 전미 피겨스케이팅 대회 전 날, 토냐 하딩 전남편 제프 길루리가 당시 美대표 선수 낸시 케리건을 피격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뒤 그녀는 낸시 케리건 피격 사건으로 법정에 서고,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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