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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2.16 18:46

한국 영화의 희망, '독립영화 없이 스타도 없다'

세계 영화계, 한국 독립영화에 눈 돌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칠봉이'로 지난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유연석,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상남이' 역으로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한주완, 곧 개봉하는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채은, 지난해 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통해 알려진 박희본.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마이너 영화'로 인식되던 독립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라는 점이다.

독립영화는 그동안 '한국영화의 희망'으로 불리워졌지만 감독 혹은 배우가 알려지지 않은 배우라는 이유로 그간 메이저 언론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물론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오면 어느 정도 알려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분명 스타의 산실임에도 여전히 외면받는 게 독립영화의 현실이다.

지난 15일 폐막한 베를린영화제를 예로 들어보자. 언론은 중국영화의 베를린영화제 작품상을 보도하며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한 편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주류 영화가 국제 영화계의 외면을 받고 있는 동안(아니, 정확히 말하면 '설국열차'가 주목을 받기는 했다) 독립영화는 새로운 한국영화의 희망으로 세계 영화인들에게 각인됐다.

가장 큰 예가 비경쟁부문인 파노라마 부문에 상영된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과거 김남길과 이영훈이 출연한 '후회하지 않아', 이영훈과 진이한, 소유진이 출연한 '탈주'에 이어 '야간비행'으로 세 번째 베를린의 초청을 받았다. 참고로 이송희일 감독이 2012년에 만든 '지난여름, 갑자기'에 출연했던 배우가 바로 한주완이었다.
 

▲ 세번째로 베를린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시네마 달 제공)

'야간비행'은 7일 열린 월드 프리미어에서 "한국의 청소년 문제, 노동문제, 가족문제 등 중첩적인 문제를 영화 속에 잘 녹아들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영화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입시경쟁과 왕따, 자살, 폭력으로 덮여있는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야간비행'은 국내에서 학교 섭외 등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마쳤고 베를린의 초대를 받아 한국의 현실을 전 세계의 현실로 알린 영화로 발돋움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제에서는 윤가은 감독의 단편 '콩나물'이 제네레이션 부문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콩나물'은 할아버지 제삿날 콩나물을 사러 시장에 간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장에서 길을 잃은 아이가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또한 포럼 부문에는 앞에서 말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이용승 감독의 '10분',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이 상영됐고 '컬리너리 시네마' 부문에 김진아 감독의 '파이널 레시피'가 상영됐다.

즉,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비록 경쟁 부문에 작품을 내지 못하고 수상작도 없었지만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들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보여준 것은 바로 독립영화였다.
 

▲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상을 받은 단편영화 '콩나물'(출처:영화 스틸컷)

작금의 한국 주류영화는 작품성에서 계속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난해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숨바꼭질'의 허정,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 등 신인 감독의 등장은 분명 고무적이었지만 그것이 르네상스로 이어지는데는 실패했다.

여전히 한국 영화계는 스타 캐스팅에 목을 맸고 류승완, 최동훈 등 '스타 감독'의 신작에 누가 출연하나에만 관심을 가질 뿐, 영화 작품 자체에는 어떤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 사이 '변호인'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또 하나의 약속'이 관객의 힘을 보여주고 있고 '수상한 그녀'가 500만을 넘기며 설날 극장가를 평정했지만 관객은 여전히 작품성 있는 한국 영화에 목말라하고 있다.

관객 동원에만 신경쓰는 제작사와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없이 홍보 기사에 열을 올리는 언론 기사로 둘러싸인 영화계에서 작품성있는 영화들은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했다.

그 사이 해외 영화계의 시선은 한국 독립영화를 주목했다. 지난 1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노영석 감독의 '조난자들'은 하와이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토론토, 로테르담영화제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노영석 감독은 지난 2008년 데뷔작 '낮술'로 평단과 관객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두번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한국의 주류 영화는 독립영화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이 유연석을, 이송희일 감독의 '지난 여름 갑자기'가 한주완을, '바람'이 정우와 손호준을 소개했기에 그들은 '대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4년 주류 영화의 기대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독립영화에서 그 공백을 메워도 될 것이다. 보물은 늘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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