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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 아쉽지만 최선을 다한 마무리였다
프레지던트가 남기는 여운...
2011년 02월 25일 (금) 06: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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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마침내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총 24부작, 그러나 시청율 저조로 4부가 빠지며 20회로 단축 조기종영되고 말았다. 유민기의 어머니 유정혜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더욱 극단을 치닫던 장일준과 조소희의 관계가 회복되며 대선에서의 승리로 마침내 장일준이 드디어 그렇게 소망하던 대통려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드라마는 긴 여정을 끝마치게 되었다.

어딘가 어설프다. 부족하다. 역시나 조기종영으로 무리하게 후반의 분량을 줄인 탓이다. 지난 회차에서도 마찬가지였거니와 갑작스럽게 마무리하느라 여기저기 불협화음이 눈에 띈다. 촘촘하게 짜여져 있던 스토리의 구조와 구성은 무너져 내리고, 시청자마저 내팽개친 채 홀로 내달려가는 가운데 위화감과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만들다 말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원래 한고조 유방은 숙적 항우에게 패해 쫓기게 되자 처자식을 밀어 떨어뜨려 수레의 무게를 가볍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고조 유방은 중국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군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기는 유방이 처자식을 살리려 망설이다가 항우에게 잡혀 죽임을 당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군주란 단지 홀로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에게는 많은 의지가 모여들게 된다. 왕 하나를 살리려 서슴없이 목숨을 던지는 신하와 병사와 백성들이 그들이다. 왕의 명령 하나에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마저 내던지는 바로 그들이다.

"자네의 꿈은 자네 혼자만의 꿈이 아니야!"
"내 죄업은 내가 다 안고 가겠네!"
"여기서 포기하시면 제 어머니의 죽음은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부탁한다! 살아서 내 몫까지 네가 꼭 해 줘야 해!"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가엾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 번 구르기 시작한 권력의 수레바퀴는 이미 개인의 의지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 자기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자기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자기로 인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 권력의지란 비단 권력자 개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권력자를 떠받치는 모두의 의지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군왕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냉혹하고 이기적이며 탐욕스럽고 무정하고 뻔뻔스러워야 한다. 군왕이란 살아 있음으로써 그를 떠받치는 모두의 의지를 살아있게 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는 군왕을 받들어 스스로 희생한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카와구치 카이지의 일본만화 <이글>이 이 드라마의 원작이다.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상 아무리 원리가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내용들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아직도 가신된 입장에서 주군을 위해 목숨을 던져 희생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서가 남아 있다. 전투가 벌어지면 다이묘는 가장 후방의 안전한 곳에 머물며 가신들이 자신을 위해 공을 세우는 것을 지켜보며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당연하던 전통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사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사고방식이다.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여 악역을 맡는 봉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물론, 가신이 되어 주군을 섬기는 전근대적인 권위주의 역시 민주주의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보면서 느끼는 이질감과 위화감이 그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것들이 익숙하다는 것은 얼마나 내가 일본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길들여져 있는가. 아니 현실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정치인이란 비단 정치인 한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헌금을 내고, 직접 자원봉사를 뛰고, 온라인 등에서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당성을 위해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기수찬(김흥수 분)이며 오제희(임지은 분), 홍성구(이두일 분)도 마찬가지다. 청암을 설득하려 매일 찾아가 정치토론을 벌이던 선술집의 농민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경선에서 패배하여 은퇴한 신희주(김정난 분)나 김경모(홍요섭 분) 역시 그가 버려서는 안 되는 그의 일부분들이다. 장일준(최수종 분)이라는 한 사람에게는 그러한 수많은 의지와 기대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함부로 대해도 좋을까?

다만 아쉽다면 그런 세세한 묘사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마치 만들다 만 것처럼 분명 한 번쯤은 언급하고 지나가도 좋았을 텐데도 장일준의 팬카페까지 등장하는데 그 비중이 너무 작게 처리되었다. 아무리 봐도 원래는 그렇게 스쳐지나듯 다루려 등장한 것이 아니었을 텐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을 텐데도 무리하게 24부짜리를 20부로 줄인 결과가 여기서 드러난다.

느닷없이 조태호(신충식 분) 회장이 유정혜(김예령 분)를 죽인 흑막으로 드러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다시 장일준이 대통령이 되도록 모든 것을 걸겠다며 죽음까지 택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의 오해와 갈등으로 말미암아 한계까지 치닫던 장일준과 조소희(하희라 분)의 관계 역시 오히려 유정혜의 일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다가 유민기(제이 분)의 말 몇 마디에 풀려버리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압권이 마지막 TV토론에서 의도적으로 몰아세우는 편파적인 사회자와 패널들 가운데 멋진 연설 하나로 불리한 판세를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장면이다. 고작해야 연설 하나면 무리없이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지금까지의 과정이란 무엇이었을까?

이제까지의 선거운동과정에서의 치열함과 첨예함이 사소하게만 여겨질 정도다. 그렇게 쉽게 말 몇 마디로 끝낼 선거였다면 뭣하러 그렇게 머리 굴려가며 싸우고 그랬을까? 음모를 꾸미고 모략을 꾸미고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어가며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던 것이었을까? 선거라는 게 의미가 있는가?

말 그대로 뜬금없다.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내가 일본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고스란히 보는 것 같은 모습들이다.

일본 드라마는 한 시즌이 3개월로 무척 짧다. 더구나 한 주에 한 회씩 방영된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없다. 짧은 분량 가운데 매회 긴장을 유지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회에 무리하게 이야기를 종결지으려 든다. 그래서 등장하는 게 연설과 감동이다.

연설은 곧 주제다. 감동은 갈등의 해소를 의미한다. 이제까지 갈등하던 주체들이 모여서 누군가를 통해 극의 주제를 듣고 감동을 통해 가등을 해소하고 동화하게 된다. 너무나 뻔하지만 그러나 한 번에 모든 갈등을 끝내기에는 가장 손쉽고 간편한 수단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계몽적인 것으로 겉보기에 극의 격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유민기가 조소희를 향해 하는 말이 그것이다. 그 전에 유민기는 장일준에게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한다. 장일준 역시 TV토론회장에서의 연설을 통해 과연 유권자로서의 자세가 무엇인가를 강변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듯이 장일준의 넥타이를 바꿔주는 조소희의 한 점 그늘 없이 해맑게 밝기까지 하다. 이제까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허무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과연 장일준과 조소희의 관계는 어쩌다 저렇게 틀어졌던 것일까?

다만 그래도 남은 미덕이 있다면 대통령에 당선되고 홀로 쓸쓸히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장일준의 모습일 것이다. 그동안도 같은 편에 설 수 있었던 김경모와 신희주를 떠나보냈다. 이치수도 감옥에 갔다. 이제는 오재희와 홍성구가 떠난다. 기수찬마저 그동안의 과정에 회의를 느끼고 이렇게 사람이 몇이나 죽어나가는 승리는 승리가 아니라며 장일준의 곁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댓가들과 그로 인한 고독이야 말로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주제가 아니었겠는가..

그리고 그 고독에 더해 드라마는 우리에게 아픈 메시지 하나를 던져준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박을섭도 다시 당으로 돌아가 장일준을 견제하려 하고, 조소희의 오빠 조상진(최동준 분) 역시 재계를 등에 업고 장일준의 정권에서 한 몫 챙기려 한다. 재야에서는 백찬기(김규철 분)가 호시탐탐 장일준을 노리고 있다. 시즌2를 기대해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후의 전개가 흥미로워지려 한다. 과연 장일준은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그가 목표로 한 정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동안 경험해 왔다. 개혁피로라 하지만 정작 아무거라도 개혁이라는 걸 하려 하면 그것을 방해하려 드는 여러 이해주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무원 관료에서부터, 정치인, 재계, 그리고 일반 유권자들까지. 누구 하나 기득권을 놓으려 하지 않기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다. 나라를 한 번 올바르게 바꿔보자는 장일준의 연설에 비웃음부터 던지는 박을섭처럼 말이다. 그 커넥션이 생각 이상으로 두텁고 튼튼하다. 드라마의 말미에는 마치 경고처럼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튼 아쉬운 가운데 진정 정치드라마다운 마무리였을 것이다. 메이지가 묵직하니 아리다. 현실이 그러함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성급하다 싶을 정도로 어색한 마무리는 또한 이 드라마의 주제일지도 모른다. 선거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권자 스스로가 바뀌지 않는 이상에는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 봐야 소용없다. 드라마 <프레지던트>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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