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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2.14 13:30

서세원의 '건국대통령 이승만'이 객관성을 의심받는 이유

제작자들의 잇단 강경 발언으로 객관성 상실, 관객의 판결을 기다려보라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서세원이 '건국대통령 이승만'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발표하자 온갖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1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움에서 서세원은 심포지움을 마치 종교의식처럼 만들고 "빨갱이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야한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그야말로 네티즌의 적이 됐다.

그가 이승만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서세원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왜 하필이면 부정 선거로 당선된, 1인 독재를 단행하며 민주주의를 망친 이승만이란 말인가.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와 국정 교과서 추진 등으로 '역사의 우경화'가 심하게 걱정되던 때에 이승만 영화를 만들겠다는 서세원의 생각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

서세원은 그런 시각을 안타까워했다. 스타데일리뉴스와 나눈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이승만의 업적과 실수를 모두 담아내겠다. '독재자'라는 이름에 가려진 건국의 의미를 알리는 영화로 만들겠다"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승만을 담아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서세원 개인은 이승만을 객관적으로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13일 심포지움 현장은 과연 서세원이 자신의 의지를 고스란히 영화에 담아낼 수 있을지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아니, 서세원 스스로가 과연 영화에서 공과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심포지움에 온 이들의 면모만 봐도 의심이 든다

이승만을 영화화하기로 한 이들은 자칭 자신을 '보수'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임이었다. 이들은 이승만에 대한 비난을 '빨갱이', '좌파'라고 규정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을 좌파의 작품이라고 보는, 색깔론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들이었다.

심포지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나라가 망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한 후원회장 전광훈 목사는 과거 "전교조 안에 성을 공유하는 사람이 1만 명" 등 진보 정권과 진보 단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물의를 일으켰던 이었다. 여기에 이 심포지움의 사회를 정미홍씨가 맡았다. 다른 소개가 더 필요없을 것이다.

▲ '건국대통령 이승만' 감독을 맡은 서세원(SBS 제공)

이러니 좋게 말하면 이 영화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는 영화다. 서세원이 비록 이승만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룬다해도 제작에 나선 이들이 과거 이승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생각하면 어떤 내용의 영화가 나올지는 뻔히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1959년 자유당 정권 말기에 나왔던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은 신상옥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진규, 김승호, 황정순, 최은희, 엄앵란, 도금봉, 박노식, 최무룡, 황해, 김지미, 남궁원 등 지금 생각해도 상상을 초월한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했다.

이승만의 찬양으로 가득찬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의 제작자가 당시 영화판을 주먹으로 잡았던 '정치깡패' 임화수였고 그 임화수가 청와대 경호실과 '동대문파' 이정재의 비호를 받았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은 바로 그 신화(?)를 다시 노리는 듯하다. '3000만 관객'을 목표로 유명 배우들을 섭외하며 어떻게든 대작을 만들겠다고 한다. 서세원은 절대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놓고 '변호인'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승만 프로젝트를 강행하려하고 있다. 영화 팬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강행하려는 그들의 행동이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도 제작과 상영은 지지한다. 관객의 판결을 믿기에

하지만, 독재자를 찬양하는 영화라 해도, 이승만의 부정 선거를 그저 '작은 실수' 정도로 여기고 넘어가려는 영화라 해도 기자는 이 영화의 제작과 개봉을 반대하거나 막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기자는 재주껏 이 영화를 한 번 만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있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영화를 만든다는 그 자체는 막을 이유가 사실은 없다. 물론 영화 내용에 대한 엄청난 우려와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 자체를 막을 근거는 사실 없다.

어떤 영화든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이는 바로 관객들이다. 이 영화도 관객의 심판을 받은 권리가 있다. 만약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영화를 외면하면 될 것이고 서세원 감독과 제작자들 또한 관객의 판단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과 '또 하나의 약속'의 스크린 외면이 문제인 이유는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멀티플렉스가 자기들 맘대로 판단하고 관객의 의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뫼비우스'의 영등위 상영 금지가 비난받았던 이유도 관객이 판단해야 할 사항을 자신들의 임의로 무조건 막으며 관객들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고픈 관객들의 열망을 멋대로 뺏는 이들 때문에 대한민국 영화계는 '다양성'을 상실해버린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망조의 징조'라고 말하는 '변호인'의 천만 관객은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가? 단지 특정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 영화의 핵심은 특정인이 아닌,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억울한 이들이 고생해야하는 80년대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똑같다는 것에 사람들은 공감했고 그것이 곧 천만 명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가 된 것이다.

만약 '건국대통령 이승만'이 3000만의 심금을 울리고 싶다면 이승만의 삶이 우리의 현실에 어떤 큰 영향을 줬는지를 잘 보여줘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이 지금의 우리에게 남긴 것은(안타깝게도)독재와 가난, 미국의 속박이었다. 지금 이승만이 왜 부정적인 인물로 비춰지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 것이다. 서세원 감독도 의욕에 차 있음에 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를 최종적으로 판정하는 것은 바로 관객이다.

마치 종교의식처럼 '좌파'를 비난하며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과연 관객들의 너그러운 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까? 공정하게, 의지있는 영화를 일단은 기대해본다. 그리고 관객의 판결을 조용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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