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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4.02.12 15:09

[리뷰-최규환 인터뷰] '신이 보낸 사람', 북한 내 지하 교회를 소재로 한 인권 영화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사실 기독교를 소재로 북한이라는 폐쇄적이고 퇴보한 사회를 배경으로 한 만큼, 게다가 이런 류의 영화의 플롯이 주는 제약 때문인지 이 영화를 단지 인권을 다룬 지루한 영화라고 관람 전부터 관람을 꺼리는 관객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사도]라는 제목으로 상영이 무산된 후 [신이 보낸 사람]으로 제목을 바꾸고 개봉하는 지금, 신천지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룬 후라 제작사 측에선 흥행에 영향을 주는 관객의 이런 선입견에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을 것이다.

▲ '신이 보낸 사람'공식 포스터 (태풍 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그런 우려와 달리 은근히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친다. 2시간이라는 런닝 타임이 언제 흘렀나 싶을 정도로 강한 몰입도를 자랑하며, 주제와 소재를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자체가 주는 영화적 재미가 뛰어나다. 고문과 처형이라는 자극적 장면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북한 정부와 군의 감시의 눈을 피해 종교 활동을 하는 마을 사람들과 그들을 탈출시키려는 주철호의 계획이 그다지 특별한 시각적 장치 없이도 배우들의 열연과 극중 상황만으로도 관객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북한 감시의 눈을 피해 지하로 숨어드는 교인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영화의 제목이 [신이 보낸 사람]인 만큼 누가 과연 신이 보낸 사람이고, 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는데, 갇혀 있었던 주철호가 마을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죽은 아내가 죽게 된 원인을 밝히는 과정과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는 극의 내용상 주철호가 신이 보낸 사람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전으로 기능하길 원했던 그의 정체라든지, 주민들을 탈북시키려는 목적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중국 밀수꾼과 초소를 지키는 북한군들, 그리고 마을 원로를 대하는 그의 일련의 행동들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가장 큰 의문은 왜 굳이 ‘지하 교회’를 소재로 택했나 하는 것이다. 북한 정부에 의해 고문당하고 살해당하는 북한 주민들은 굳이 교회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일상에서 그런 일들을 겪을 것이다. 사실 영화 내내 드는 생각은 이 영화가 북한 내에서 종교의 위상과 선교활동의 어려움, 그러한 탄압 속에서 드는 신앙심의 회의 등이 아니라 단지 북한 내 인권 실상을 다룬 영화여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고문당하고 사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그 이유가 종교가 아니라 ‘탈북’이기 때문이다.

▲ 2년 만에 돌아온 주철호(김인권 분)를 조카는 낯설어한다. 주철호, 그는 과연 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일까?

그래서 이 영화를 ‘종교 영화’가 아니라 ‘인권 영화’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감독의 의도든 아니든간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한 나라에서 무지한 독재자들을 감화시키고 복음을 전파하는 게 얼마나 거룩하고 치열한 행위임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기본적인 생존과 삶의 가치가 사상과 독재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소멸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 ‘지하 교회’라는 것은 어쩌면 맥거핀(Macguffin)[영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주창한 개념으로 영화 내에서 플롯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나 놀람, 호기심 등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를 말함]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해운대], [방가방가], 등의 영화에서 감질맛 나는 주, 조연뿐 아니라 [광해], [전국노래자랑] 등의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배우 김인권은 더 이상 영화에서 감초역할만 하는 그저 그런 코미디 배우가 아니라 이미 [마이웨이]에서 한 차례 보여줬듯이 깊이 있고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정극배우로 우뚝 섰다.

▲ 홍경인은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 좋은 연기를 펼쳤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홍경인은 세월의 흐름도 비켜가는 듯한 동안은 여전하지만 안정적이고 탄탄한 연기로 주연 김인권을 받쳐준다. 경비대장 역의 최규환이나 분대장 역의 조덕제, 정신지체 청년 역을 맡은 지용석 등의 출연배우들도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영화 속에서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안병경, 기주봉, 최선자, 김재화, 김은혜 등의 신구 연기자들의 조화도 훌륭하다.

이 영화는 과거 미국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나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그랬듯이 국내에서 큰 종교적 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최근 국내에서 기독교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 신성 모독이나 성서의 왜곡된 해석 등에 대한 종교적인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신천지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았는가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있지만 그것은 크게 이슈화되지도 못할뿐더러 영화적인 논란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최근 메가박스 코엑스 지점에서 언론 및 VIP 시사회를 마쳤으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영화에서 냉혹한 북한 경비대장 역을 맡은 최규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 전문이다. 

▲ 경비대장 유호진 역을 맡은 최규환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자: 우선 최근 근황부터 설명해 달라.

최규환: 안녕하세요? 배우 최규환입니다. [신이 보낸 사람] 개봉을 앞두고 요즘 전국 시사회 무대 인사를 돌고 있습니다. 어제는 울산과 대구를 갔다 왔습니다. 영화의 소재가 북한 내 지하 교회인 만큼 한국의 기독교계에서도 이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사회는 일반시사와 기독교인중심의 교계시사, 이렇게 두 가지로 진행중입니다.

기자: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최규환: [롤러코스터]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을 때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크지 않지만 내용상 중요하고 내가 잘해낼 수 있는 역할이라 권하길래 시나리오를 읽은 후 출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시나리오도 역할도 마음에 들었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메세지가 뚜렷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영화 출연을 결심할 때 감독이 얼마나 자기 생각을 말로 뚜렷하게 전달하느냐에 주목합니다. 생각이 복잡하면 말도 글도 산만해집니다. 그러면 분명 촬영장에서도 혼선을 겪고 결과물도 색깔이 탁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김진무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분명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협하지 않고 자세 또한 올곧이 서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커서 길게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한편 소재도 민감하고 예산도 많지 않아 개봉이 쉽게 될 거라 생각진 못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되어 기쁩니다.

기자: 북한 사투리 연습은 어떻게 하셨는지?

최규환: 영화 속 북한말은 우리가 흔히 아는 평양 말이 아닌 함경북도 사투리입니다. 수많은 북한관련 영화에 언어지도를 하시고 최근에는 영화 [동창생]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참여하신 백경윤 선생님이라고 계신데 이 분의 지도와 교정의 힘이 컸습니다. 인민군 간부출신으로 현재는 독실한 크리스찬이신 이 분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헌신적으로 지도해주셨습니다. 강물이 꽁꽁 얼어붙은 촬영장에서도 항상 배우들 곁에서 슛 싸인 직전까지 발음과 억양을 지도해주셨습니다. 배우들 합경북도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았다면 오로지 백경윤 선생님의 공로입니다.

기자: 혹시 규환씨는 종교가 있나요?

최규환: 제 개인적으로는 다신교입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토착신앙 등 세상의 모든 종교의 신을 믿고 그것들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최근엔 집과 가까운 성당에 이따금 나갑니다.

기자: 평소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었는지?

최규환: 오래 전부터 일본의 조선학교와 교류하고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학교 출신들은 평양을 방문한 이들이 많아 그들을 통해 북한주민의 실제 생활상을 들을 수 있어 매체를 통해서만 북한을 간접 경험한 이들과 달리 북한에 대한 선입관은 없습니다. 또한 일본영화 [황금을 안고 튀어라]에서 북한공작원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교회에 있는 ‘새터민공동체’와 ‘하나원’을 찾아가 새터민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와 살아온 환경만이 다를 뿐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또한 그들에겐 요즘 우리에게서 찾기 힘든 순수함과 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북한정부에 의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며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은 지독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주철호(김인권 분)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신임 경비대장 유호진(최규환 분). 유호진에게는 김정일이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다.

기자: 본인이 이 번에 연기한 국경경비대 소대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최규환: 주인공 주철호(김인권 분)와 마을 사람들은 성경과 하느님 말씀을 신앙처럼 받듭니다. 한편 제가 맡은 유호진이란 인물은 김정일을 마치 유일신이라도 되는 양 신봉하는 인물입니다. 그에게 김일성 부자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체제는 그가 살아있는 이유와 명분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기준이 확실하니 어떤 두려움도 죄책감도 갖지 않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런 확고한 믿음의 그도 처형 직전 주철호의 알 수 없는 미소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기자: 촬영 중 힘들었던 일은 없었나요?

최규환: 지독한 추위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워낙 추위를 싫어하는 저에게 강이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는 정말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바람 막을 곳 없는 강 한가운데서 도강자를 처형하는 촬영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한 근처 군부대에서 훈련 때문에 장갑차가 지나간다고 하여 강 얼음이 깨질까봐 가슴조미며 촬영하였던 기억이 나네요.

기자: 촬영은 어디서 어느 기간 동안 이뤄졌나요?

최규환: 정확히 일 년 전에 크랭크인하여 한 달 반가량 촬영을 하였습니다. 촬영 후 개봉까지 일 년 남짓 걸린 셈인데 그만큼 배급에 난항을 겪었다는 걸 말해주는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김진무 감독님은 얼어붙고 황량한 겨울풍경을 찍길 원했습니다. 북한의 생활상을 최대한 유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낸 끝에 촬영은 주로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탈북자들이 두만강을 건너는 장면은 연천 근처 임진강에서, 북한주민들이 사는 곳은 강원도 정선의 폐광 마을입니다. 얼어붙은 임진강을 비롯해 사람들이 떠나버린 폐광과 광부 마을은 놀랍게도 북한의 현재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기자: 차기작 소식을 좀 들려주시죠?

최규환: 빠르게는 TV조선 드라마 [불꽃 속으로]로 인사드릴 거 같고 여름에는 하정우 감독의 [허삼관 매혈기]를 촬영할 예정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최규환; 우리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북한의 참상을 과감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극장을 찾아 이를 당당히 목도하는 용기를 가진 관객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그가 찾던 신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이란 결국 무엇인가?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작지만 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고문이나 처형 장면 등 잔인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는 관객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우 최규환의 말처럼 이것이 바로 북한의 현실이며 우리가 마주봐야 하는 역사인지도 모른다. [신이 보낸 사람]은 2월 13일 개봉한다. 북한을 배경으로 지하 교회라는 독특한 소재가 배우들의 열연으로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됐는지 직접 확인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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