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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04.08 09:06

'피넛 버터 팔콘' 샤이아 라보프의 진가를 확인하는 자리

평단 지지 94%에 달하는 로튼토마토의 극찬

▲ '피넛 버터 팔콘' 2차 메인포스터(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개봉작 '피넛 버터 팔콘'의 배경은 노스캐롤라이나 맨테오 섬이다. 주인공은 이 섬을 사이에 두고 양로원에 빌붙어 사는 잭(잭 고츠아전)과 인근 바다 곳곳을 떠돌며 게잡이로 겨우 먹고 사는 타일러(샤이아 라보프)다.

이 둘은 서로 단 한번도 만난 적도 없고, 마주친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한물간 프로레슬러 the Saltwater Redneck가 되고 싶어 노스캐롤라이나 남서부에 설립했다는 프로레슬러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꿈인 잭. 하지만 꿈과 현실은 너무나도 큰 괴리를 갖고 있다.

하물며 잭은 양로원과 어울리지 않은 청년이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부모도 포기한 아이라 따로 위탁할 기관조차 없다. 잭을 보호관리 중인 양로원도 노스캐롤라이나 지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아 쓰는 형편이라 잭을 쉽게 놓아주지 못한다. 그나마 말벗을 되어준 할아버지 칼(부르스 던)이 잭의 유일한 친구.  

여기에 맨테오 섬 외곽에서 낡고 자주 고장나는 게잡이 어선을 타고 어업 면허없이 다른 어부들의 어장을 몰래 뒤적거리는 타일러.

동네에서 힘도 좋고 영리하며 어업 면허도 있어 게잡이 어선을 만선으로 가득 채웠던 타일러의 형 마크(존 번달)가 살아 있었을 때는 무서울 것 하나 없던 타일러. 하지만 그의 믿음직스러운 형은 이제 없다.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제 타일러는 어딜가나 왕따가 됐고, 어부로도 퇴출되기 직전이다. 형의 빈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던컨 패거리가 동네 게잡이 어망을 전부 차지했기 때문이다.

▲ '피넛 버터 팔콘' 보도스틸컷(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러닝타임 97분의 '피넛 버터 팔콘'은 그렇게 해서 갈 곳 없는 두 명의 외로운 늑대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은다. 그 계기는 타일러가 홧김에 저지른 방화. 

이 영화는 흡사 '빠삐용'(1973)에 나오는 앙리 샤리에르(스티브 맥퀸)과 루이 드가(더스틴 호프먼), 이 둘의 처절함과 절박함이 연상된다. 무기수들의 감옥이 있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기아나 섬을 탈옥하려고 어쩔 수 없이 콤비를 이룬 그들 말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프로레슬러가 되려는 잭과 도망자로 노스캐롤라이나를 떠나 플로리다에서 관광요트 운영이 꿈인 타일러는 영화 '빠삐용'의 주제가 되버린 '자유'를 갈구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이상향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또 한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잭과 타일러가 가야할 방향과 좌표(목적지)를 찍어준다. 다름아닌 잭이 탈출한 양로원 직원 엘리너(다코다 존슨)가 그 촉매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잭의 행방을 쫓아 추격하던 엘리너도 어느새 잭과 타일러의 진솔함에 서서히 동화되가는 중이다. 과연 무엇이 이들 세 명을 엮어 놨을까. 어딜 봐도 하나로 만들 인연도 없는 사람들인데.

▲ '피넛 버터 팔콘'보도스틸컷3(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샤이아 라보프, 그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하는 '피넛 버터 팔콘'

7일 개봉한 '피넛 버터 팔콘'은 전설의 프로레슬러 Saltwater Redneck을 찾아 다니던 잭이 순식간에 만들어낸 자신의 프로레슬러 이름이다. 과연 잭은 전설의 프로레슬러가 운영하는 학교를 찾아갈까. 

이 영화는 프로레슬러를 찾아 떠난 잭과 막막한 꿈을 품은 타일러, 이 둘을 쫓는 엘리너의 만남과 이들이 걸어가고 야영하던 해변, 바닷가, 정글 그 배경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3명의 이방인이 석양의 노을과 시원 새콤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한때 악몽과도 같았던 그들의 과거를 하나, 둘씩 씻겨주는 것 같다.

마치 낙타 가죽을 입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고난의 나날을 보내던 예언자 요한이 예수를 만나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는 신약성서 한 귀퉁이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영화는 보는 내내 손에 쥔 것이 하나도 없던 우리네 새출발이 연상된다. 마음 속에 늘 갖고 싶은 것을 안고 사는 어린 아이들의 부푼 희망이랄까.

'피넛 버터 팔콘'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던 타일러 닐슨과 마이클 슈워츠가 우연히 감상했던 연극무대를 통해 만난 잭 고츠아전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은 익히 알려진 비하인드.

영화라고 해봐야 다큐영화 한편과 코믹 영화출연이 전부인 이 둘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인디영화를 제작한다며 헐리우드 악동 샤이아 라보프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스타덤에 오른 다코다 존슨을 섭외한 점은 나름 능력이 있다고 봐야할듯 싶다.

한편 샤이아 라보프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영화는 SF만이 아니다. 그의 진가는 오히려 액션, 인디, 성장,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더 큰 두각을 나타냈다.

심지어 2012년과 2015년에 출연했던 두 편의 뮤직비디오는 파격과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아이슬랜드 록그룹 시규어 로스의 'Fiogur Piano'는 포스터모던을 구현하며 가학과 선정성을 오가는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탔다.

그뒤 시아(Sia)의 2015년 뮤직비디오 'Elastic Heart'이 경우는 2021년 4월 7일 기준 유튜브 클릭뷰 11억 5천5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7일 국내에서 극장 개봉한 '피넛 버터 팔콘'도 여지없이 샤이아 라보프의 진가가 발휘됐다. 현재 이 작품은 영진위(영화관티켓전산망 정오 12시 기준)에 따르면, 7일 실시간 예매율 순위에서 7위(2,400명)로 제법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샤이아 라보프' 그간의 실수는 퍼포먼스였나? 

샤이아 라보프는 1990년대 미키마우스크럽 출연진인 라이언 고슬링, 저스틴 팀버레이크,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아이돌 등용문인 디즈니 채널에서 방송 생활을 시작한 유망주. 

2000년 디즈니 채널 시트콤 '이븐 스티븐스'에서 데뷔해 2003년까지 3시즌 동안 주연을 맡아 호평과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뒤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자 생활은 탄탄대로였다. 2004년 흥행작 '아이로봇'에서 조연으로 출연해 대스타 윌 스미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연기로 헐리우드에서 주목을 받았고, 1년뒤 '콘스탄틴'에서는 주연배우 키아누 리브스, 레이첼 와이즈를 제외하고, 틸다 스윈튼과 함께 평단의 시선을 이끌었다.

2007년부터는 스릴러물 '디스터비아'에 이어, SF대작 '트랜스포머'를 흥행시키며 스타덤에 오른다. 그뒤 수년간 헐리우드 스타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이전과 이후로도 없던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너무 일찍 스타덤에 올랐을까. 아니면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샤이아 라보프는 2011년 '트랜스포머3' 이후 내리막 길을 걷는다.

자신이 감독한 작품의 표절 시비부터 여자친구와의 불화 갈등과 폭행 사건들이 대배우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배우 샤이아 라보프 필모그래피를 차츰 갉아 먹었다.

그런 와중에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을 맡아 평단 호평과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을 끌었던 두 편이 그를 살려냈다.

먼저 2016년작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는 그 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2019년작 '피넛 버터 팔콘'은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언론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작년에 개봉했어야할 '피넛 버터 팔콘'. 그래서 극장 상영이 반갑다. 덧붙여 영화사 찬란이 수입하고, 팝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이 작품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 '피넛 버터 팔콘'보도스틸컷2(팝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재 상영관은 200여개 남짓.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외에 대한극장, 서울극장, 씨네큐브 광화문, 씨네큐 신도림, 씨네큐 전주, 광화문 신문로에 위치한 복합문화관 에무시네마, 경북 대구 동성아트홀,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전라남도 광주극장, 파주 헤이리시네마 등에서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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