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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03.25 17:14

'노매드랜드' 36년을 유령으로 살았다는 해고 노동자 생각나...

4월 15일 개봉하는 이 영화 "화려한 포장, 그 뒤 감춰진 미국의 맨 얼굴 아른거려"

▲ '노매드랜드' 메인포스터(월트디즈니'노매드랜드' 메인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우리 엄마가 그러던데 선생님 당신이 홈리스(노숙자)라던데 진짜에요?" "아냐. 난 노숙자가 아니야. 난 단지 하우스리스(집 없는 사람)이야"

위 대화는 내달 15일 개봉하는 '노매드랜드' 티저 예고편에 나온 한 소녀와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낸드)가 나눈 대사다.

'Nomad'(노마드)는 유목민이라는 뜻을 달고 있다. 국내에서는 4륜 구동 지프(SUV)를 몰고 전국을 돌며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한 때는 무전여행을 떠나 1년 이상 해외를 돌아 다니던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노마드는 미국에서 종종 발견된다. 대충 생활이 되는 캠핑카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건국초기 서부로 질주하던 프론티어들(개척자)처럼...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미 전역에 있는 아마존 유통창고에서 일용직으로 적은 돈(하지만 유용한)을 벌며 미 전역을 떠돈다. 

'노매드랜드', 단지 예고편만 봤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던 미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캠핑카 물결.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촌락을 꾸미고, 그들만의 장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도구는 구형 아이폰과 노트북.

커다란 트럭과 캠핑카가 있으니 적당히 일하고 휴직계 내고 여피로 살며 떠도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비싼 세금과 임대료, 대출자금을 감당 못하거나 기업이 일방적인 구조정으로 인해 대량해고로 희생된 노동자들디 꽤 된다.

시선을 돌려, 2008년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가 훌륭한 정치인 같지만, 따지고 보면 말로 떼운 세월 8년이었다.

사회운동가 사울 알린스키의 이념을 이어 받았다며 떠들었지만, 정작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한 테슬라와 택배서비스 아마존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한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

하나 더 보태자면, 1990년대 말 토니 블레어 총리와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언급하며 '1천 마르크 Job'(일용직)을 창출한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자꾸 아른거린다.

2000년대 유럽은 위 같은 정책 어젠다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계약직이 보편화됐다. 

한편 월트디즈니코리아가 수입하고 배급하는 영화 '노매드랜드'(4월 15일 개봉)는 12세 이상 관람가다. 이른 나이에 극장에서 관람한다면, 앞으로 모두에게 펼쳐질 잿빛 미래를 미리 보는 셈. 

이 영화를 빌어 2007년부터 미 전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던 서브프라임모기지(부동산거품으로 야기된 금융위기)사태 이후 미국 백인들의 맨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개봉 예정작 '노매드랜드'는 개봉 보름을 앞두고 단지 티저 예고편만 봤을 뿐인데, 만감이 교차한다.

36년 해고 노동자로 산 김진숙 씨가 꼭 봤으면 하는 영화

지난 36년을 해직 노동자로 살다 암환자가 되버린 김진숙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의 마지막 투혼도 최근까지 그녀 SNS를 통해 잘 보고 있는 지금.

25일 개봉한 다큐영화 '시 읽는 시간'(감독 김수정)에도 등장하는 고혈을 짜며 출판계에 머물렀던 번역작가와 콜텍 기타 노동자들이 써내려간 시를 들을 때면 어떤 기분인지 충분히 공감되는 지금.

'그 잘난 미국의 민낯을 고발한 영화'라며 신명나게 홍보를 해주던 중국 당국과 극장체인이 중국출신 감독 클로이 자오가 중국의 독재와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급히 상영을 거부한 영화 '노매드랜드'.

막상 영화는 주인공 펀이 가난하지만 자유를 안고 곳곳을 떠도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노매드랜드(유목민의 나라)가 됐다는 자조처럼 들린다. 그것이 꼭 미국이 아니라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 같다. 

왜 아닐까. 영화 '노매드랜드'에 나오는 주인공과 또다른 유목민들은 사회와 정치를 향해 정의를 말하며, 연대와 저항도 해봤을 것이고, 숱한 노사 분규와 시위도 지켜봤을 것이다. 그리고 드러난 결론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유목민의 나라라는 믿고 싶지 않은 진실. 

오는 4월 25일 개최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여우주연, 각색, 편집, 촬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노매드랜드'는 국내 극장가에서 내달 15일 개봉한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와 작품상 및 감독상을 두고 수상 경쟁을 펼칠 '노매드랜드'는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세상의 진짜 얼굴처럼 보인다.

덧붙여 위 두 작품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결은 다르지만 같은 본질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시대배경 삼아 우리네 인생들이 걸어온 삶을 여과 없이 비추고 있다. 적어도 진보, 보수를 말하며 선을 긋던 모습이 아니라, 찐 삶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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