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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2.08 10:49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이라는 이기, 모든 겁쟁이들을 위해"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 사랑이 사랑스럽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랑이 사람을 겁쟁이로 만든다. 사랑해도 될까? 나같은 것이 사랑해도 괜찮을까? 폐가 되지는 않을까? 곤란해하지는 않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래서 때로 도망친다. 애써 외면하며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위로한다. 그 사람을 위한 거야.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하기에, 사랑이 넘쳐 차마 사랑하기도 두려워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는다. 어쩌면 먼 훗날의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랑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했어야 했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이후 많은 시간들을 후회와 고통 속에 보내더라도 그 사랑이 진실했다면 그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의 전부였라면 가장 이타적이기에 이기적이 된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오로지 그 사랑하는 마음에만 충실하려 한다.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으련만.

누군가는 그 과정이 너무 짧다. 너무 짧아서 그냥 없이 넘어가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 과정이 너무 길다. 멜로란 우유부단이다. 아무리 올곧고 용감한 사람도 결국 주저하고 망설이는 과정이 있기에 멜로란 성립한다. 때로 멈추고, 때로 도망치고, 때로 멀리 돌아가며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심지어 그 과정이 평생을 거쳐 이루어지기도 한다. 생을 관통하는 사랑이란 얼마나 장대하고 아름다운가. 당사자는 답답하고 한심할 따름이다.

▲ SBS 제공

항상 하는 말이지만 굳이 외계인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을 터였다. 항상 함께 있어주기를 바란다. 언제까지나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바람에 응해줄 수 없다. 자신도 역시 그녀의 곁에 머물기를 소망하지만 이제 곧 떠나지 않으면 안된다. 시한부 목숨일 수도 있고,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중대한 사명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함께할 수 없기에 차라리 먼저 떠나보내려 한다. 그러면서도 후회한다. 아직은 더 그녀의 곁에 머물러 있고 싶다.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이대로 계속 머물겠다는 결심도 아니다. 그냥 솔직해지려는 것이다. 지금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지금 여기에서 그녀와 함께이고 싶어한다. 이제 곧 떠나야 할 테지만 그녀만을 남겨두고 돌아올 기약조차 없는 아득히 먼 여행을 떠나야 하지만 그래서 그녀와 영원히 함께 있어주지 못하겠지만 그렇지만, 그러나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사랑하고 싶어진다. 이성적 판단이 배제된 이기적인 욕망과 충동이 오로지 그녀만을 향하고 있다. 아주 많이, 아주 깊이 그녀만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이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설레고 당황하고 놀라고 실망하고 아파하고 기뻐하는 그 모든 것이 자체로 드라마가 된다. 몇 번이고 문자를 고쳐 쓴다. 몇 번이고 전화번호를 누르다 전화를 내려놓는다. 정작 문자를 보내고는 후회부터 하고 본다. 정작 전화를 받았을 때 괜한 짓을 했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러면서도 기쁘다. 결국 문자를 지울 것이면서 문자를 받는 천송이(전지현 분)의 모습을 궁금해한다. 아닌 척 억지로 밀어내다가도 그런 자신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모습에 배신감마저 느낀다. 도민준(김수현 분)으로 인해 화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끝내 그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천송이의 모습은 차라리 가련하기조차 하다.

사랑을 이야기하며 이휘경(박해진 분)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유세미(유인나 분) 역시 울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천송이는 차라리 아련하다. 도민준은 오히려 무표정해진다. 사랑이란 그렇게 달콤하기만 하지는 않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래서다. 사랑에 빠진 천송이의 모습이 어느새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도민준의 모습에서 그럼에도 이휘경은 웃으려 한다. 유세미는 이휘경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는 함께 아파하고 함께 미소를 짓는다.

이재경(신성록 분)은 이타없는 이기다. 그의 이기는 한없이 자신만을 향하고 있다. 이재경이 지구인인 이유이고 도민준이 외계인인 이유다. 지구에 살지만 그의 세계에 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와 자기 이외만이 존재할 뿐이다. 먼 외계의 별에서 와서 지구인과 함께 어울려 산다. 고독이 그로 하여금 다른 이들을 보게 만든다. 혼자라는 고립감이 항상 다른 이들을 의식하게 만든다. 도민준의 이타는 이기를 위한 이타다. 항상 지구인과 어깨를 맞대고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거리를 두면서도 그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지구, 그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랑의 이야기다. 로맨틱코미디다. 사랑으로 행복해지는 이야기다. 설사 그 끝이 비극일지라도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기쁘다. 멀리 돌아왔다. 한참을 헤매고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온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올 곳은 가족의 곁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헤어진 뒤인데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엿보고 있었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아버지가 천송이의 곁을 지켰을 때 도민준이 사랑을 고백한다. 원래의 조각을 맞추려는 듯.

'별에서 온 그대'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이유일 것이다. 행복해진다. 즐거워진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난다. 희망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코미디일 것이다. 도민준은 무적이다. 그들은 사랑한다. 서로 엇갈리면서도, 그래서 아파하면서도, 그러나 그들은 서로 사랑하려 한다. 사랑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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