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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패션
  • 입력 2021.02.18 15:08

염혜란, 강렬한 느와르 화보 공개 “하루하루 모든 일에 충실해야”

▲ 아레나 옴므 플러스 제공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배우 염혜란의 시네마틱한 패션 화보와 인터뷰가 공개됐다. 

<아레나 옴므 플러스> 3월호에서는 ‘염혜란의 시대’라는 컨셉으로, 선과 악이 담긴 염혜란의 두 얼굴이 공개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추매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빛과 철>, <새해전야>, <아이> 세 편의 영화로 극장가를 찾은 뜨거운 배우 염혜란은 바야흐로 ‘염혜란의 시대’를 맞아 화보에서도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줬다. 화보 현장에서 느와르 영화 속 비정한 악당처럼 강렬하게, 혹은 외로운 연인처럼 고혹적으로 1인2역을 연기하는 염혜란의 모습에 스탭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염혜란은 선과 악이란 양면성을 가진 얼굴이라는 이야기에, “영화를 많이 보시는 분들은 <아이 캔 스피크>의 진주댁,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은 <도깨비>의 이모를 첫 기억으로 많이들 꼽아요. 그래서인지 영화에선 따듯한 캐릭터로 저를 불러주시고, 드라마에선 센 캐릭터를 맡겨주시곤 했죠. 한 사람을 놓고 어떻게 이처럼 다르게 보는 걸까, 그 간극이 재미있었어요”라고 밝혔다. 

▲ 아레나 옴므 플러스 제공

그러나 염혜란은 “사람들이 그런 양면성을 봐주신 지 얼마 안 됐다”고 말한다. “처음엔 제 얼굴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대의 흐름이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빚어내며 새로운 역할들이 들어오더라고요. 너무나 반가운 일이에요”라며 시대의 변화를 언급했다. “최근 극장에 갔는데, <세 자매>와 <아이>, <빛과 철>까지 여성 셋이 주연 영화 포스터 세 개가 나란히 걸린 거예요. 라미란 선배님과 자주 이야기하지만, 우린 시대를 잘 만났어요. 좋은 시대를 만나 우리가 이렇게 좋은 역할을 맡게 된 거죠. 시대적 요구,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가 새로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여성 배우들의 열망과 잘 만났어요.”

염혜란 배우는 중년 여성 배우도 새로운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반가운 배우다. 20년간 연극을 하다 매체 연기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 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얼굴이 되었다. 배우 염혜란은 “이정은 선배님, 진경 선배님, 황석정 선배님처럼 많은 연극배우 출신 여성 배우들이 길을 닦아주신 덕”이라며 손사레 친다. “그분들이 나오셨을 땐 더 힘들었을 거예요. 배우는 스스로 제작자가 되지 않는 이상, 누가 뽑아주지 않으면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야기를 써주고 기회를 만들어주니 감사하고 반가운 거죠. 배우 외에도 능력 있는 여성들이 참 많아요. 배우 염혜란이 이 시대의 여성을 못 따라갈까 오히려 걱정이죠.”

▲ 아레나 옴므 플러스 제공

그의 말처럼 중년 여성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서사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다. 영화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주인공들은 이렇게 책임감이 큰 어려운 자리였구나 느꼈지만, 극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공동 참여자로서 작품 중심을 이끌어나간다는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더군요.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어요. 여자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전형성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다양한 여자 이야기도 보고 싶어요. 오늘 화보에서처럼 담배를 태우는 두목도 아주 좋습니다.(웃음)”

오늘 개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한 작품 <빛과 철>에서 미스터리한 인물 영남을 맡아 심도 깊은 연기를 소화한 데에 대한 소회 역시 털어놨다. “영남은 화석이 되어버린 고통을 지닌 사람이라 그 어두운 감정에 다가선다는 게 정말 힘들었죠. 그의 단단한 고통이 점차 벗겨지고 깨어지는 구조의 영화로, 태풍의 눈에 있다가 태풍 속을 걸어 나오는 인물이었어요. 잠잠해보이지만, 고통과 비밀을 감추고 있다가 한번에 몰아치는 역할이라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죠. 감독님은 염혜란의 새로운 모습이 보고 싶다고 했어요. 배우로서 밑바닥에 있는 감정까지 파헤쳐야 하는 배역을 만난 건 축복이에요.”

<동백꽃 필 무렵>의 홍자영부터 <경이로운 소문>의 추매옥까지 연속 홈런, 주연작 <빛과 철>로 국제영화제 배우상까지 수상하며 <새해전야><아이>까지 동시기 개봉시키며 바야흐로 염혜란의 시대를 맞았다는 평에는 “배우는 파도와 같아서 좋을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잊힐 때도 있지요. 그렇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힘들어요. 전 배우 생활을 오래, 길게 할 거니까요”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 아레나 옴므 플러스 제공

그는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된 <동백꽃 필 무렵>의 엘리트 변호사 홍자영을 맡으며 생긴 변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홍자영을 맡은 건 배우로서 자존감을 키워준 일이었어요.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이 가장 심한 사람이 나였음을 깨닫기도 했고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으면서, 나는 둥글둥글한 사람인데 멋지고 시크한 배역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했던 거죠. 이 배역과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도 되겠다고 느꼈죠.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정말 나인지,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나인지도 생각하게 됐어요.”

인간 염혜란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엔 “본연의 염혜란은 늘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약해 빠졌죠. 이렇게 멋있게 사진 찍어놓고, 실제 절 만나면 실망하실까 걱정되네요”라며 웃은 그는 오히려 심지 굳은 답변으로 그라는 인간을 가늠케 했다. “단지 저는 추매옥처럼 살려 해요. 사람 사는 기본 도리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공중도덕을 지키고, 자신보다 직급 낮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등. 좀 보수적이죠.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양심에 찔린다’고 하는 건, 인간이 그걸 지키는 게 본성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전 스스로를 늘 돌아보곤 해요. 내가 지금 본성 대로, 양심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인지.”

여수 출신인 염혜란은 “고등학교 창 밖으로 항구와 넘실거리던 은빛 바다가 보이던 아름다운 곳”이라면서도, “서울 중심적인 한국에서 제 고향은 문화 황무지 같았고, 부모님은 국립대를 권유했지만 전 꼭 서울로 가고 싶었어요. 도대체 매체에서 말하는 홍대며 대학로가 뭔지, 그 환상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죠”라며 어린 시절의 포부에 대해 밝혔다. 그러나 처음부터 연기를 꿈꿨던 건 아니다. “국문과를 가서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출판사를 다니다 극단에 들어갔죠. 집에선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 연극을 하겠냐는 거냐고 놀라셨어요. 제 안에 발견되지 않은 욕망이 있었나 봐요. 어릴 때부터 드라마에 열광하고 연기도 따라해보곤 했지만 그저 나와 다른 세상이기에 동경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당시만 해도 대학에 가고 취업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거든요. 아무도 “네가 원하는 게 뭐니?” 묻지 않았죠. 그런데 제 안에 있던 욕망이 연극부에 들어가면서 발현된 거예요. 연기를 하는데 가슴이 너무 떨리고, 쿵쾅거리더라고요. 처음엔 무대에 서는 게 떨려서 그런 줄만 알았죠.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게 정말 엄청난 경험이더군요. 제 인생에서 가장 용기 있는 결단이 직장을 관두고 연극을 시작한 일이죠. 아, 물론 결혼도 큰 결단이었지만.(웃음)”

염혜란은 배우이자 인간 염혜란의 꽃밭이 “아직 겨울눈이 내리는 시기”라고 한다. “겨울은 작은 씨앗 안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시기죠. 발아하고 움틀 채비를 하는 시기. 제가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올봄에는 좋은 꽃들을 많이 보겠지, 하는 가능성의 꽃밭이면 좋겠어요.” 한편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어느 구름에서 비 내릴지 모른다”다. “모든 건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지요. 그러니 하루하루를 모든 일에 충실해야 해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작은 역할이라도 허투루 임했다간 큰코다친다. 그렇게 생각해요”라는 신념을 밝히며 차분히 한 걸음을 더 내딛고 있다.

염혜란은 염혜란을 사랑할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건 평생 숙제죠. 작품을 하며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고 있어요. 이런저런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요. 어떨 때는 오히려 사랑하지 못하게 되어 좌절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안 좋은 모습도 끌어안으며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게 목표예요. 한편 ‘나 때는 말이야’ 같은 말을 하는 어른은 절대 되지 않으려 해요.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고, 살다 보니 그렇게 사는 것처럼 되어버릴까 봐,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저 잔잔하게 감싸주는 어른이 되고 싶네요.” 그는 이 질문에 대해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답했다.

전체 화보와 진솔한 인터뷰 전문은 <아레나 옴므 플러스> 3월호와 웹사이트(www.smlounge.co.kr/arena)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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