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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4.01.24 09:38

[리뷰] '조선미녀삼총사', 손발이 오그라드는 시대착오적 망작

난잡한 시나리오로 인해 혼란스러울 정도, 배우들 연기력 묻혀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2003년, '퓨전 사극 코미디'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관객의 기대와 우려 속에 등장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낭만자객'이라는 작품이다. 역대급 망작이라는 놀림 속에 배우 김민종의 '강제 배우 은퇴'라는 해프닝까지 만들어 낸 정말 졸작 중의 졸작인 영화다. 아니 영화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수준의 결과물이었다.

당대 최고의 가수로서, 배우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김민종은 그 해 '나비'와 '낭만자객' 두 편으로 인해 연기력은 물론 작품 컨택 능력에 심각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이후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화려하게 재기하기까지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 영화 '조선미녀삼총사' 포스터(웰메이드필름 제공)

10년 만의 평행이론?

사실 김민종이 출연한 드라마 '느낌', '미스터 큐'나 '머나먼 나라' 등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당대 최고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영화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귀천도', '삼인조', '마지막 방위', '이것이 법이다'등의 영화를 보자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물론 그 당시 한국 영화 수준이나 상황을 고려해 보면 그를 욕할 수만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운이 없다고만 위로하기엔, 그 당시 그의 톱스타로서의 위치를 고려해 봤을 때, 시나리오 선택 능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조선미녀삼총사'의 주인공 하지원(웰메이드필름 제공)

드라마 스타 하지원! 영화 배우 하지원?

김민종과 더불어 한국 배우 중에서 드라마와 영화의 간극이 가장 큰 배우를 꼽으라면 하지원을 들 수 있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두 편씩은 봤을 것이다. '다모', '발리에서 생긴일', '시크릿 가든', '황진이' 등 그의 출연작들은 모두 한국 드라마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수작들이다.

최근작 '기황후'의 경우 역사왜곡 논란 때문에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다소 어렵지만 분명 하지원의 드라마 출연작들은 작품의 완성도나 그녀의 연기를 봤을 때도 혹평을 할 수는 없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를 봤을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코리아', '7광구', '해운대', '내사랑 싸가지'... 한국 최고 스타의 필모그라피라고 하기엔 어딘가 미심쩍을 수밖에 없는 목록들이다.  

드라마 주연 배우로서는 최고 수준의 인지도와 몸값을 자랑하지만 영화에서는 이상하게 작품 선택에 실패했던 하지원이 최근 출연한 영화가 바로 '조선미녀삼총사'다.

공교롭게도 김민종의 '낭만자객'과 하지원의 '해운대'는 모두 윤제균 감독의 작품이다. 이러한 면면을 놓고 봤을 때 그녀와 김민종을 비교하는 것은 하나의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 하지원은 드라마에서는 뛰어난 작품 선택 능력과 연기를 보여줬지만 영화에서는 그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웰메이드필름 제공)

망작이라고 하기엔 미안하지만...

영화 리뷰 초반에 이렇게 배우 하지원과 김민종의 커리어까지 언급하는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해선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완성도 측면을 운운하기가 우스울 정도다.

어쩌면 전 국민에게 조롱을 당하며 하지원 뿐 아니라 한국 영화사의 흑역사로 불렸던 '7광구'는 이 영화 '조선미녀삼총사'로 인해 그 오명을 씻을 수 있는 행운을 거머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캐릭터와 병자호란 이후의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배경으로 깔아 추적과 음모, 로맨스와 코미디라는 코드를 적절히 섞은 사극이라는 설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 초반부터 자꾸 '낭만자객'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영화 자체가 지닌 엄청난 아우라 때문이다. 보는 내내 헛웃음과 한숨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무수한 장면들은 정말 이 영화가 2014년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단순히 형편없는 정도가 아니라 '혹시 이게 몰래 카메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절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 시나리오의 미숙함은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웰메이드필름 제공)

180도 선을 넘나들며 의도적인 점프컷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영화 속 대화 장면과 액션 씬의 화면 구도와 앵글 등 기본적인 연출력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연출과 편집은 감독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처사이니 적당히 넘어간다지만 무엇이 문제였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이 들었던 것일까?

바로 시나리오다. 문어체 대사와 웃음을 강요하는, 배우의 사실적인 애드립이 난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촬영과 편집 자체가 안 됐으리라 생각한다.

개연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는 캐릭터는 허술함으로 넘어간다 치더라도 필자의 필력이 딸려 묘사할 수 없는 그 수많은 대사들은 차마 어떻게 평을 할 수가 없다.

▲ 고창석이 보여준 연기는 캐릭터가 아닌 고창석일 뿐이었다(웰메이드필름 제공)

고창석과 송새벽은 코미디 배우로서 인정받는 중견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왜 그들이 출연을 결심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배역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고창석은 ‘무명’이 아닌 고창석으로, 송새벽은 ‘송포졸’이 아닌 송새벽으로만 보인다.

즉, 극중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가 아니라 고창석, 송새벽이라는 페르소나로서만 관객에게 인지된다는 뜻이다. 관객이 그나마 웃는 것은 그들의 캐릭터가 영화 속 상황에서 만들어 내는 장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배우로서의 대사가 아닌 연예인으로서의 말빨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을 이럴 때 쓸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벽란도 세트나 기계인형이나 진기한 소품 등은 충분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나 아쉽게도 그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의상이나 조명 등에서도 10여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기술적 진보와 고증, 발전 등을 볼 수 있었으나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의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중견감독, 매력적인 배우, 유능한 스텝들과 자본을 갖추고도 30년 전 '우뢰매'나 '영구와 땡칠이'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련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강예원은 '해운대', '1번가의 기적'에 이어 하지원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지만, 그녀 역시 '점쟁이들', '퀵', '마법의 성' 등의 전작들을 보고 있자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배우로서 데뷔한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손가인 역시 연기력을 평가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게 유감이다.

▲ 좋은 배우, 중견감독, 나름의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조선미녀삼총사'는 시나리오의 부재가 결국 재앙이 되고 말았다(웰메이드 필름 제공)

그것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상욱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연기력이나 캐릭터를 평가절하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시나리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앙상블이라는 것 자체를 바랄 수가 없는 상황설정과 대사를 갖고 그 누가 연기를 할 수 있겠냔 말이다. 편집과 촬영 역시 그런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겠다.

진일보한 액션이나 기발한 상상력 등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나름의 미덕이다. 그러나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끊임없이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비단 기자를 비롯한 몇몇만이 느끼는 것인지 아닌지는 1월 29일 관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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