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1.23 04:50

[권상집 칼럼] 걸그룹을 소모성 상품으로 간주하는 기획사들의 삐딱한 시선

걸그룹의 벗기기 경쟁, 그 뒤에 숨겨진 기획사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새해 초부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걸스데이는 사실 농염한 섹시미를 강조하는 걸그룹은 결코 아니었다. 당초 귀여움을 내세웠던 걸스데이가 지난해 순수함, 소녀와 같은 이미지를 내세운 에이핑크 등의 등장으로 포지션이 애매모호해지자 올해 과감히 섹시라는 컨셉으로 다시 가요계에 컴백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지금까지는 성공작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걸그룹 중에 농염함을 내세우는 숫자는 아이돌이 막 등장하던 시절엔 많지 않았다. 에프터스쿨 등이 데뷔 초기에 다른 걸그룹과 다른 컨셉으로 등장했으나 별 반응을 얻지 못했고 그 후 일부 걸그룹 등이 벗기기 경쟁에 서로 뛰어들다가 씨스타가 소녀시대 이후 새롭게 걸그룹의 정상에서 군림하기 시작한 후 선정성 경쟁은 지금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이미 걸그룹의 벗기기 경쟁, 성상품화에 대해 또 다시 필자가 이야기를 늘어놓자는 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걸그룹의 성상품화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 놓았고 거기에 또 한번 숟가락을 올려 놓고 싶은 마음 역시 필자는 없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도 걸그룹의 벗기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터질듯한’ ‘성숙돌’ ‘성인돌’ ‘숨막히는’ 등의 저속한 표현으로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자극적인 시선과 비평을 보태고 있으니 이러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사실은 걸그룹을 단순한 상품으로 보는 기획사들의 삐딱한 방식에 있다. 사실 걸그룹을 준비하는 10대 청소년들 중 자발적으로 선정성에 빠져들어 경쟁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연예인으로서의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들은 누구나 동경의 대상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더 멋진 엔터테이너로 성장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요즘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사들은 과연 제대로 된 기획 마인드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미 스포츠 신문, 연예 신문 등엔 새롭게 데뷔하는 걸그룹들의 사진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고 최근 들어선 모두들 노출 경쟁, 선정성 과다 경쟁에 사로잡혀 있다. 더욱이 요즘은 은밀한 자신의 신체 부위를 이제 갓 성인 또는 아직 미성년인 걸그룹의 멤버가 손으로 더듬으며 느끼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으니 TV를 시청하는 가족들은 낯뜨겁고 불편하기만 하다. 문제는 물론 더 자극적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인기를 구가하기 때문에 이 악순환은 그칠 줄 모르고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아이돌 그룹 인기의 중심이 남성 그룹에서 지난 2008년 원더걸스, 2009년 소녀시대 이후 올해까지 거의 7년째 여성그룹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점점 과열되고 이 경쟁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흐느끼는 노래와 자신의 몸을 더듬는 섹시 컨셉 안무일 뿐이라고 기획사들은 항변할 지 모른다. 특히, 걸그룹의 신곡 활동과 활약 한두 번으로 기획사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가요계 속에서 섹시를 외면하긴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철저하게 걸그룹에겐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한번 선정성에 휘말리면 향후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해당 이미지가 남을뿐더러 급격하게 엔터테이너로서의 이미지를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기획사가 아이돌 걸그룹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불편한 진실에 있다. 애초 이들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흥행, 돈 벌이에 급급하다 보니 장기적인 가수의 핵심역량으로 꼽히는 가창력, 안무 실력은 외면하고 단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선정성에만 초점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걸그룹은 단순히 소모성 상품일 뿐이다.

걸스데이의 혜리가 생방송 무대 후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방송 및 남은 스케줄 활동을 강행했다. 투혼의 의지, 팬들과의 약속이라는 기사에 박수를 보내고 해당 기사에 믿음을 갖는 팬들이 아무도 없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세상이다. 한번 상승하는 인기를 바탕으로 더 많은 무대에 서서 수익과 팬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기획사의 미션이 된 이상 인간 존중의 경영이라는 말은 이미 기획사에겐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섹시, 선정성이라는 것도 해야 할 나이와 시기가 있다. 지금의 청소년, 이제 갓 20살을 넘긴 이들에게 스타로서의 화려한 삶만을 강조하며 섹시, 노출이라는 이미지를 걸그룹에게 덧입히려는 기획사들의 태도와 사고는 출발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지금의 기획사들이 걸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이기 전에 시장에서 흥행을 좌우해야 하는 단발성 상품’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노예계약, 선정적 노출,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 멤버의 갈등과 불화가 끊이질 않는다.

상품은 언제나 제품수명주기를 타고 하락하는 운명을 맞이한다. 걸그룹을 상품으로 보는 기획사들이 또 다른 걸그룹을 조용히 내부에서 준비하는 것도 다 제품수명주기를 고려한 탓이다. 기업가정신은 ‘자신이 가진 또는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가의 마인드와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걸그룹을 운영하는 기획사는 수익은 자기들이 가져가고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은 모두 그룹의 멤버들에게 내맡기는 것 같다. 걸그룹에 대한 진지한 애착이 없는 그들의 시선이 오늘도 삐딱하고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