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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영화
  • 입력 2014.01.21 11:35

[리뷰] '피끓는 청춘', 진부한 80년대 추억팔이를 언제까지 보여줄까?

'한 방' 없는 곁가지 이야기에 의존, 왜 80년대를 불러들였는지 의문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한국영화는 왜 자꾸 과거를 소환해낼까? 최근 '추억, 향수, 복고' 등이 문화의 주를 이룬다고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고 즐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버렸다. 70년대 청춘들의 이야기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이미 해버렸고 80년대 두발과 교복 자율화를 맞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품행제로'가 이미 했으며 민주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80년대 후반은 '써니'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90년대 이야기도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이야기했다. 물론 과거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 때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도 좋은 소재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이제는 그 추억도 '식상함'으로 변해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피끓는 청춘'이 나왔을 때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또 80년대 추억팔이인가?' 그럴 만하다. 물론 영화가 충청도 홍성을 배경으로 하고 '교복 마지막 세대' 이야기라고 나름대로 차별화를 둔다고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정서를 이루는 것은 빵집, 교련복, 통학열차 등으로 대표되는 80년대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 영화 '피끓는 청춘' 포스터(담소필름 제공)

70년대 유신 정부의 축소판이었던, 힘있고 돈있는 학생이 왕이었던 학교를 향해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권상우 분)는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고 일갈했다.

80년대 초반 전설의 '쌈짱'으로 알려진 '품행제로'의 중필(류승범 분)의 싸움은 결국 무술이나 이단옆차기가 아닌 '막싸움'이었고 그 싸움에서 이긴 중필은 계속 욕설을 퍼부으며 "내가 박중필이야!"라고 외친다. 막싸움이 전설이 되는 상황은 대통령이 하는 모든 행동이 다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고 다녔던 5공 시절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영화 '피끓는 청춘'은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영화에는 네 명의 고등학생이 나온다. 충청도를 장악한 일진 여고생(박보영 분)과 여학생들을 홀리는 전설의 카사노바(이종석 분), 홍성공고 최고의 싸움짱(김영광 분), 여기에 서울에서 전학온 청순가련(하지만 비밀이 있는) 여고생(이세영 분)이 바로 그들이다.

솔직히 이런 캐릭터는 그 동안 7,80년대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 지겹도록(?) 봐온 캐릭터다. 일진으로 변신한 박보영과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어리버리한 카사노바로 등장한 이종석으로 영화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아보려 하지만 자꾸만 반복되는 캐릭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그대로인 영화를 우리는 다시 봐야 하는 것이다.

▲ 일진 여고생으로 출연한 박보영(담소필름 제공)

그러나 이 모든 단점도 결국은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영화라는 장르다. 이 영화가 왜 80년대를 다시 불러들였느냐를 제대로 알려준다면, 혹은 이 청춘들이 왜 이렇게 '겉도는'지에 대한 울림있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이 영화는 방금 전 지적한 단점을 만회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맨 처음 부분을 생각해보자. 이연우 감독은 다시 80년대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 이유를 묻자 "80년대 교복 마지막 세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왜 지금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는가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없었다. 실제 영화도 감독의 말처럼 그저 80년대는 배경에 불과하다. 결국 이 영화가 80년대를 불러들인 이유는 딱 하나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옛날엔 이렇게 놀았어' 혹은 '이게 80년대 청소년들의 모습이야. 그 땐 참 재밌었지'

후자로 가보자. 영화는 박보영과 이종석이 왜 일진과 뺀질이 카사노바로 겉돌았는지를 보여주고 이들의 변화를 보여주려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후반부에 너무 억지로 밀어넣었고 그러면서 그나마 활기찼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갑작스런 순애보로 돌변하면서 여러 이야기가 주구장창 순서없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이 방학 중반이 지나도록 '아직 개학하려면 멀었어'라고 계속 놀다가 개학 사흘 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숙제하려고 아둥바둥치는 모습과 같은 구성의 영화가 '피끓는 청춘'이다.

▲ 어리버리한 카사노바로 출연한 이종석(담소필름 제공)

결과적으로 '피끓는 청춘'은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진부한 80년대 '추억팔이'로 끝나고 말았다. 이들이 왜 이렇게 '피가 끓었는지를'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도 알 수가 없다. 그저 관객들은 80년대 교복 마지막 세대의 '그땐 그랬지'하는 이야기를 돈을 내고 극장에서 봐야한다.

과연 80년대를 그저 추억의 시대로 바라보는 게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80년대의 맨얼굴을 보여준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넘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현 시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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