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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04 07:08

내사랑 내곁에 "탐욕의 수렁에 빠져드는 배정자의 탐욕"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그러나 작고 단순하다.

 

궁금한 것이 있다. 과연 이 모든 것은 작가가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쫓기다 보니 어쩌다 얻어걸린 것인가? 너무 공교롭고 또 너무 정교하지 않은가?

탐욕이란 수렁과 같은 것이다. 오르는 것이 아니라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함께 손잡고 오르기보다 상대를 끌어내려 그것을 딛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아수라지옥에서는 끝내 누구도 오를 수 없는 구원의 밧줄이 드리워진다 한다. 그로 인해 서로를 더욱 원망하고 증오하며 짓밟고 끌어내리라고.

배정자(이휘향 분)로 하여금 은인이랄 수 있는 강정혜 회장(정혜선 분)을 배반케 만든 것은 어느새 손이 닿는 곳까지 다가와 있는 강정혜 회장의 부를 탐내서였다. 은혜보다 더 달콤한 탐욕의 유혹이 그녀로 하여금 강정혜 회장의 불행을 바라고 그 간절한 바람을 막아서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그녀의 탐욕은 송씨라고 하는 또다른 탐욕에 붙잡히고 만다. 그러고 보면 배정자란 참으로 순진한 인물이다. 악하다기보다는 가련하다.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그녀의 눈앞에 놓인 탐욕은 거부할 수 없이 너무나 컸다. 그릇이 작았고 그래서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탐욕에 이끌린 것이었다. 사채가 무언 줄 알고 거기에 함부로 손을 대는가?

그러나 송씨를 막아야 했으니까. 송씨를 통해 공씨 아줌마 - 아니 강정혜 회장의 손자에 대한 정보를 먼저 입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그런 배정자의 사정을 비슷한 부류의 송씨가 읽어 버린다. 탐욕이란 은혜도 모르고 염치도 없다. 하물며 동류에게는.

파멸은 예고된다. 어쩌면 의외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배정자와 고석빈(온주완 분) 모자의 파멸은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찾아오지 않을까. 이미 파멸의 단초는 뿌려졌다. 단지 그것을 탐욕에 눈이 먼 배정자와 고석빈만 알지 못할 뿐이다.

하여튼 정말 집요하다. 어떻게든 등장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야 한다. 이 또한 의도한 것일까? 작위가 지나치면 그 또한 의도다. 이렇게 뻔하게 읽히는 작위란 작가의 의도라 보아야 한다. 이번에는 고석빈의 아내 조윤정(전혜빈 분)과 도미솔(이소연 분)을 엮어 놓으려 든다.

결코 좋은 인연은 아닐 터였다. 고석빈은 한때 도미솔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아내 조윤정과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도미솔 입장에서도 그렇게 아직 여고생이던 그녀를 임신시키고 무책임하게 도망쳐버린 고석빈이 미국에서 선택한 아내가 조윤정이었다. 고석빈이 아니었으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는 두 사람이지만 둘 모두에게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 고석빈이라고 하는 존재를 통해 결국 서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 오히려 더욱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모습에서 어렴풋한 안타까움과 슬픔마저 느끼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다. 마침내 조윤정이 고석빈과 도미솔의 관계를 알아차렸을 때, 더구나 영웅이의 존재까지 알게 되었을 때 그 파국은 너무나도 빨리 직접적으로 다가오게 되리라. 단지 모르는 사이에서 만나 갈등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가까이 지내온 시간 만큼 그 충격은 더 클 것이고 더 직접적일 것이다. 바로 이소룡(이재윤 분)과 도미솔이 서로 안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고석빈처럼. 고석빈은 이미 회사일로 이소룡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슬금 이제까지 등장인물들을 한 데 모아놓은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이소룡의 고모 이주리(이의정 분)과의 관계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도미솔의 외삼촌 봉우동(문천식 분)과 도미솔에게 거부당한 이소룡이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고 마침내 그녀의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고. 결국 이소룡이 놓아두고 간 핸드폰을 건네주려 도미솔은 이소룡을 만나러 가야 한다. 거기에서 우연한 사건이 다시금 고석빈과 도미솔, 이소룡 세 사람 사이에 - 아니 장차 조윤정과의 사이에도 풍파를 일으키려 한다. 역시 사실적이라고 모두를 뿔뿔이 흩어 놓았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사라정 정말자의 어처구니 없는 욕심과 배정자의 자신을 잃어가는 탐욕, 고진국(최재성 분)과 도미솔의 엄마 봉선아(김미숙 분)와의 미묘한 관계. 미혼모 도미솔과 도미솔이 낳은 아이 영웅이의 할머니인 배정자와 생부인 고석빈과의 관계. 조윤정과 도미솔. 조윤정과 고석빈. 그리고 이소룡. 이소룡을 버린 외할머니가 할머니의 고등학교 친구다. 회사에서 이소룡은 이미 고석빈과 대립하고. 또한 봉우동과 이소룡의 고모 이주리와의 관계가 또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전혀 복잡하지 않다.

아마 느끼고들 있을 것이다. 벌려놓은 사건도 많다. 꼬인 것들도 너무 많다. 그런데 의외로 그 모든 것들이 쉽고 간단히 정리가 된다. 모두가 모여 있으니까. 한 데 모여 있다.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에 영향을 주고, 다른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의 영향 아래 있다. 씨줄과 날줄로 엮여 그 가운데 몇 개의 줄만 끊으면 모두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진다. 이제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완결되려 할 때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려운 과정들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몇 가지 핵심만 짚어내면. 그것이 결국 드라마를 보다 복잡하게 풍부하게 만들면서도 난잡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갈등의 결과는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간접적이더라도 직접적인 것처럼 우외하되 바로 그 결과가 드러난다. 고석빈과 이소룡의 갈등은 강정혜와 배정자의 갈등의 연장이며, 배정자와 고석빈의 탐욕의 연장이며, 조윤정과 도미솔의 관계를 정의할 하나의 열쇠이며, 무엇보다 도미솔을 둘러싼 고석빈과 이소룡 두 남자의 멜로의 완성일 것이다. 사실 그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배정자가 마침내 끌어다쓰게 된 사채는 결국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그것은 배정자를 흔들고, 고석빈을 흔들고, 마침내 진성그룹과 관련한 가족들을 뒤흔들게 될 터였다. 조윤정도 흔들릴 테고 그 여파는 이소룡과 도미솔에게도 미치게 되리라. 얽히고 꼬인 이야기들은 거기에서 더욱 꼬이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고. 슬슬 그 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여튼 덕분에 서로 얽히고 꼬인 탓에 밀도가 부쩍 높아진 이야기가 드라마의 긴장도를 높인다. 안다. 어떻게 인물과 인물들이 얽혀 있는지. 어떤 사연들로 그들은 꼬여 있는지. 그런데도 반전이 이루어진다. 시청자 누구나 알지만 닫힌 세계에서 아직 누구도 서로의 그런 부분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한 채 이야기는 꼬여만 가고. 관계는 얽혀만 가고. 그런데도 또 티를 많이 내지 않는다는 점이 드라마로서의 미덕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막장을 의도하다 보니 어쩌다 얻어걸린 것이다. 그냥 쉽게 가려 모아놓은 것 뿐이다. 하긴 결론은 이로 인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쉽고 단순해졌다. 말한 것처럼 연극무대에서도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 드는 것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닌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의 배역과 역할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이해한다. 서로의 관계가 어떠하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나칠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사건들은 더구나 캐릭터의 두께를 두텁게 해 준다. 최소한 닫힌 세계 안에 무의미한 캐릭터는 없다.

재미있다. 과연 도미솔과 이소룡의 관계를 눈치챈 고석빈은 어떻게 나갈 것인가? 당장의 위기가 고석빈과 배정자에 끼칠 영향은? 무엇보다 아무도 모르던 음식에 대한 재능을 뒤늦게 깨닫게 된 이소룡의 아버지 이만수(김명국 분)에게 그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지루하지 않다. 어렵지도 않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쉽고 단순하지만도 않다. 어렵지만 그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대단한 드라마다. 쉬운게 마냥 쉬워서 쉬운 것이 아니다. 감탄하며 보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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