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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vs 싸인, 프레지던트가 꼬리 내린 이유...?
정치드라마보다 더 정치적인 메디컬수사드라마 <싸인>
2011년 02월 24일 (목) 13: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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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전혀 예상밖이다. 최수종(장일준 역)이라는 확실한 타이틀롤이 있다. 구성도 탄탄하고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는 힘이 있다.

연출에서 조금 힘이 빠지기는 하지만 스토리는 탁월하며 흡입력이 있다.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인정하겠지만 이렇게까지 시청율이 안 나올 드라마가 아니다. 조기종영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프레지던트>의 시작은 SBS의 인기정치드라마 <대물>과 맞물려 있었다. 한때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프레지던트>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그 중심소재로 등장하고 있었다. 한 차례 <대물>의 폭풍이 지나간 뒤였으니 <프레지던트>로서는 한 차례 김이 빠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대물>의 뒤를 이은 <싸인>이 심상치 않았다. 사실 <마이 프린세스>는 <프레지던트>와는 시청자층이 완전히 갈리는 드라마였다. 소녀취향의 그런 달달한 러프판타지는 현실의 첨예한 정치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프레지던트>와는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싸인>은 아니었다.

<대물>의 후속으로 방영을 시작한 SBS의 수목드라마스페셜 <싸인>은 일단 대외적으로는 메디컬수사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었다. 지금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미국드라마 <CSI>와 마찬가지로 의학적인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수사드라마다.

하지만 정작 <싸인>을 보고 있으면 메디컬이라기보다는 폴리티컬에 더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의학보다는 보다 정치적이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수사물의 본질적 목적보다는 진실의 규명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진실 그 자체가 아닌 그 진실로써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가 더 드러나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싸인>에서 주인공 윤지훈(박신양 분)이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진실을 가리는 거짓이나 오해, 착각, 혼동, 모호함 등의 다른 요소가 아니다. 사람이다. 그것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이명한(전광렬 분)이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유력한 대통령후보 강준혁(박영지 분)이라고 불의한 힘이다. 현실의 부당한 권력들이다.

<싸인>에서 정작 과학과 진실을 앞세워야 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지극히 정치적인 집단으로 묘사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정치란 현실의 모순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순 자체가 정치이며 그 모순을 극복하는 행위가 정치다.

이명한에 의해 그 판단마저도 정치적으로 내려지고, 진실은 권력과 그의 사정에 의해 왜곡되고 뒤집힌다. 정작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검찰마저 침묵하며 검시관인 윤지훈이 직접 나서서 수사까지 해가며 진실을 밝혀내지 않으면 안 된다. 윤지훈이 추구하는 사건의 진실이란 바로 그러한 불의한 커넥션에 맞서는 정의이며, 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다.

즉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검찰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왜곡되어지고 강제당하는 부당하고 모순된 현실을 나타낸다. 윤지훈은 그러한 모순을 바로잡으려 불의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투사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정치가이며 혁명가다.

그의 행위는 따라서 사건을 둘러싼 주위의 여러 이해주체들 가운데 지극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적인 현실과 맞물려 <싸인>은 더욱 사건수사를 통해 정치적인 정의를 실현하려는 정치드라마의 모습을 띄어가게 되는 것이다. 엄격하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정치적인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수사인 셈이다. 진실이란 그를 위한 보상이다.

통쾌하다. 호쾌하다. 답답하고 불길하지만 불의와 맞서 정의를 이루어가는 윤지훈의 모습은 확실히 시청자들에 대리만족을 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검찰의 답답한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놓인 모순된 현실을 떠올리고, 그 모순을 극복해가며 진실을 밝혀내는 윤지훈의 모습에서는 현실에서는 누릴 수 없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정치드라마에서 기대하는 것들이다. 그것이 <싸인>에서 진실이 갖는 역할이다. 진실을 밝혀냄으로써가 아니라 모두가 짐작하는 가운데 그 진실로써 정치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자체가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프레지던트>는 어떤가? 선악이 분명한 <싸인>에 비해 <프레지던트>에는 이렇다 할 악역이 없다. 아니 주인공인 장일준조차 선이라고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오히려 장일준의 경쟁자였던 신희주나 김경모, 한대운등에게서 선의와 미덕을 보게 된다. 그에 비하면 장일준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싸인>에서의 이명한과 닮았다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장일준이 무언가 후련하게 해결하는 것이 있는가? <대물>에서도 서혜림(고현정 분)은 매번 하나의 장애물을 만나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대리만족의 성취감을 안겨주었었다. 그에 비하면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은 단지 권력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에서 긴박감과 작은 성취감이 있기는 하지만 사소해 보일 정도다. 사실적이지만 시청자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일 것이다. 정치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과연 현실의 정치를 보기 위해서인가? 현실의 정치를 보다 사실적으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해서인가? 현실에서 보지 못한 꿈을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상을 허구를 통해서라도 실현해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정치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그러한 것들을 욕망하는 나 자신이고, 따라서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서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얻는다. 그런데 <프레지던트>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가가 아니라 얼마나 시청자가 바라는 이상에 가까운가가 드라마로서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에 비하면 <싸인>쪽이 더 정치적이면서도 더 만족도가 높다 할 것이다. 선과 악이 있고, 선의 편에 선 주인공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하나하나 장애를 극복하며 진실과 정의에 다가가는 성취감과 대리만족이 있다. 불의하고 부당한 현실을 싸우고 극복하여 바꾼다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와 목적이 있다. 그런데 과연 굳이 <프레지던트>의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려 했을까? 성취도 만족도 없는데?

사실 어쩌면 슬픈 현실인지도 모른다. 원래 추리물이란 이성에 대한 숭배에서 나왔다. 이성과 논리에 의한 추론을 통해 모든 의문들을 재구성하여 밝혀낼 수 있다. 만일 단서만 있다면 우주의 비밀까지도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작 SF소설 <파운데이션>일 것이다. <파운데이션>의 서장에 해당하는 1권 위험한 서막에서 주인공 해리 셀던은 몇 가지 수학적 추론을 통해 우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고 그것이 곧 우주제국의 멸망에 대비한 파운데이션의 건설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나의 증거와 또 하나의 증거가 모였을 때 그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이 있다. 하나의 증언과 또 하나의 증언이 다시 정황증거와 만났을 때 그 가운데 거짓이 드러나고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바로 그 이성과 논리가 만들어내는 지성의 쾌락이 추리물이 나타나고 인기를 얻은 이유였던 것이다. 그 자체가 바로 수사물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수사물에 있어서도 - 더구나 과학수사연구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엄밀한 사실보다는 주위의 관계와 권력에 더 관심이 많다. 냉철한 이성이나 구체적인 사실이 아니라 그러한 관계와 권력의 존재에 의해 사실은 왜곡돼고 진실은 가려지며, 그것과 맞서싸우은 뜨거운 정의감과 과감한 행동이다. 마치 혁명가처럼. 수사물이라기보다는 정치물이 되어 있다.

하긴 <프레지던트>라고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현실을 다룬다지만 결국 그 흘러가는 방향은 후보자의 개인사다. 치열한 정치현실과 첨예한 권력의 본질에 대해 묘사하면서도 결국 그것이 이르는 종착점은 후보자 장일준의 개인적인 가정사가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과 감정, 욕망들이 정치적인 판단에 우선하며 어느새 뻔한 치정드라마가 되려 하고 있다. 중심줄기는 분명 현실정치인데 그 곁가지에 불과할 개인의 가정사가 오히려 핵심마저 침범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재미있으니까. 

수사물인데도 오히려 정치물이 되어 가는 <싸인>이나 정치물인데도 어느새 치정막장드라마가 되어 가는 <프레지던트>나, 엄밀한 사실이나 구체적인 대상보다는 관계와 인정에 더 이끌리는 한국사회의 보편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나 할까? 사실은 정치로 흐르고, 정치는 인정으로 흐른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의 태생적 한계일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현실인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일 것이다. 물론 <프레지던트> 자신의 허술한 부분도 있다. 정치와 개인사를 잇는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고 그리고 어색하다. 정치로 들어갔을 때에는 심장이 옭죄도록 긴장되는 것이 있는데 개인의 가정사로 들어가면 통속적이고 산만까지 하다.

<싸인>의 경우 보다 참신한 소재로 완성도 있게 잘 만들어간 것이 지금의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한 편에서 결국 <프레지던트>와 <싸인>이 경쟁하게 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경쟁에서 보다 대중의 보편적인 - 정치물에서 기대하는 요구에 잘 부응한 것이 바로 <싸인>이었고. <싸인>에는 이 사회가 꿈꾸는 정의와 개혁에 대한 판타지가 꿈틀거리고 있으니까.

<대물>에 시작부터 한 대 크게 얻어맞고, 그리고 전해 생각지도 않았던 <싸인>에 제대로 조르기를 당해 그로기에 빠져 버렸다. <대물>보다는 너무 늦었고, <싸인>에 비해 시청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작품 자체는 상당한 완성도로 경쟁력이 없지는 않지만 경쟁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편성에 운이 따르지 않았달까? 물론 그런 것들조차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작품이 갖는 힘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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