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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0.12.25 16:42

[권상집 칼럼] 2020년 올해의 인물: 미스터트롯

2020년 방송계를 장악한 지배자 ‘미스터트롯’

▲ TV조선 ‘미스터트롯’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올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을 장악한 지배자는 누구일까? 범위를 세계로 넓히면 BTS만큼 대중문화계를 독점한 지배자는 없다. 빌보드 싱글(노래)과 음반 차트 1위를 한 해에 모두 차지한 아티스트는 BTS 이외 마이클 잭슨, 비틀즈 등 레전드를 포함해도 손에 꼽을 지경이다. 그러나 국내 문화계로 영역을 좁히면 <미스터트롯>의 열풍에 그 누구도 필적하지 못한다. 올해 방송계의 키워드로 ‘트롯’이 꼽힐 만큼 해당 프로그램이 미친 영향력은 가히 엄청났다.

<미스터트롯> 열풍의 핵심인 임영웅, 영탁, 장민호, 이찬원, 정동원, 김희재 등이 올해 출연한 CF만 40개가 넘는다. <미스터트롯> 최종회의 시청률은 35.7%. 2000년대 역대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포함해도 전성기 시절의 <무한도전> 인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오디션 역사상 문자집계 투표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사례까지 남겨 화제성으로도 2010년 <슈퍼스타K2>를 넘어섰다.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각 방송사는 앞다투어 카피 프로그램을 출시하며 트롯 열풍을 추종했다.

올해 검색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는 BTS와 코로나19, 집콕, 주식, 트로트 순이었다. 검색 사이트가 생긴 이래 특정 장르의 음악이 최다검색 순위 Top 5에 든 것도 최초이지만 더 눈에 띄는 건 인물 검색에서 오디션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이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트로트 가수가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 눈길을 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미스터 트롯 출연자들이 창출할 경제적 파급효과는 1000억을 넘겼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TV조선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방송업계에 들렸던 2018년만 하더라도 이에 관해 귀를 기울인 방송계 전문가는 없었다. 힙합, 랩 등 음악의 중심이 아이돌로 넘어 간지가 20년이 넘었고 트로트라는 장르는 이미 비주류 중 비주류였기에 종편에서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도 많았다. TV조선 채널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기에 시청률이 조금 나올지는 몰라도 화제성을 유발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고 깎아 내린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저평가했지만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은 급기야 세대 불문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가장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미스터트롯>이 시청률 35%를 넘기자 지상파 3사 및 케이블 채널, 종편까지 유사 오디션을 급편성하며 트롯 열풍의 흐름을 쫓아가기 위해 애를 쓴 한 해였다. <미스터트롯>의 대흥행으로 지상파 및 케이블, 종편이 만든 트롯 오디션은 최소 10개가 넘었다. 올해 방송 제작의 최우선 특명은‘트로트’에 있었다.

2010년 Mnet이 <슈퍼스타K2>로 열풍을 주도하던 시기에도 지상파 3사 및 케이블 채널은 유사한 오디션을 선보이며 ‘1등 상금 3억’, ‘우승자의 초호화 데뷔 앨범 제작’ 등을 외치며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의 몰락을 초래했다. 10년 후, <미스터트롯>은 또 다시 지상파 3사, 종편, 케이블 채널을 트로트 오디션 전쟁의 회오리에 밀어 넣었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모 기획사 대표는 트로트 아니면 방송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다.

이로 인해 트로트의 인기가 향후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상파 3사 및 종편, 케이블 등 채널을 가리지 않고 유사 트로트 오디션이 진행되며 장르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고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트로트 가수들이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며 A방송에서 높은 평가를 한 인물을 B방송에서는 저평가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미스트롯2>도 눈에 띄는 실력자가 없어 과거의 화제성은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영웅, 영탁, 장민호, 이찬원, 정동원, 김희재, 김호중 등은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여 엔터테이너로서의 영향력을 상당히 발휘하고 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추었고 예능 순발력도 있기에 이들의 방송 기대수명은 꽤 오래 갈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수많은 오디션이 명멸하며 스타 탄생을 알렸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 여전히 <미스터트롯>의 Top 6 및 출연진만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열풍을 선도한 오리지널이기 때문이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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