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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7.03 08:55

TOP밴드 "밴드,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밴드는 자기만족이며 소통이다.

 
순간 경악했다. 도대체 이런 밴드도 있는가? 한 귀에도 드럼과 기타와 베이스와 보컬이 제각각 따로 노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보게 된다. 바로 이런 팀이로구나.

그러는 한 편으로 마지막 기계적인 문제로 새벽 4시에서야 재도전에 나선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에 대해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은 이런 말을 한다.

"보컬이 비호감처럼 들려서... 공연장가서 보는 거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냉정하게 소파에 앉아서 보는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쩌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장면이야 말로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의의가 아닐까.

원래 모든 음악이 그렇다. 아니 모든 예술이 그렇다. 모든 창작은 자뻑에서 시작된다. 자폐적인 자아도취로부터 창작은 이루어지고, 단지 그것이 대중과 통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대중적, 상업적 성공의 여부가 결정된다.

밴드도 마찬가지다. 결국 밴드라는 것도 자기만족이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드럼과 베이스와 기타와 보컬이 제각각 따로 놀아도 그것으로 좋다면. 리듬을 주도해야 할 타악기인 카혼에 의해 오히려 전체 리듬이 흐트러지더라도 연주하는 그 순간에는 그저 좋고 표정도 해맑다.

모두가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최고는 아니더라도 어디 내놓아 부끄럽지는 않으리라. 그런 자부심이 있기에 밴드를 만들고, 모여서 연습도 하고, 작으나마 공연도 하고, 이렇게 오디션에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디션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다시 무대로, 연습실로 돌아갈 것이다. 바로 자신들의 음악을 위해서.

필자가 <TOP밴드>에 출전한 모든 밴드가 그저 좋다고 한 의미다. 기술적으로 물론 더 낫고 못하고가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 누가 더 맞고 아니고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 이전에 그들은 지금 단지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최선을 연주해내고 있다. 그를 위해 노력해 온 시간과 작은 성취에도 환호하던 열정이 있어 왔었다. 다만 내가 직접 돈을 내고 음반을 살 경우는 보다 엄격해질 것이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때로 점수와 별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단지 보기에 좋다. 듣기에 좋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과연 지금의 연주와 무대가 대중들에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곧 프로라는 것이다. <TOP밴드>는 그것도 공중파를 통해 한국의 대중들에 통할만한 밴드를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큰 돈은 못 버실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제주까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음악이 좋고 나쁘고와 더불어 그것이 대중들에게는 어떻게 보여지고 들려지겠는가. 대중들에 통할만한 밴드를 발굴하여 배출함으로써만이 "TOP밴드를 통한 밴드문화의 중흥이라는 목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것이다.

분명 게이트플라워즈팀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안다. 그들의 연주가, 앙상블이 훌륭한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대중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전태관이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에게 한 말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라는 틈이 생방송까지 올라갔을 때 그것이 <TOP밴드>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겠는가? 애초의 목적에 부합하겠는가.

심사위원들에 의해 출전한 밴드들에 대해 점수가 매겨지고 합격불합격이 나뉘는 것은 그래서다. 혼자 만족하고 말 것이면 그것으로 좋다. 밴드 멤버들끼리 좋아서 즐기기 위한 것이면 그것으로도 분명 좋다. 하지만 공중파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들에 보여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대중을 알아야 하고 대중에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을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써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는가?

간단하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하늘을 보고 있다. 아마 혼자서 그러고 있다면 길이 바쁘다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이 되고 열 사람이 되고 백 사람이 되면 그때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밴드가 갖는 힘이다. 아니 솔로이스트라 할지라도 오르려면 자신을 돋보일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솔로이스트와 함께 무대에 서게 되는 조력자들은 대개 군무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한다.

서로 다른 악기가 하나의 소리를 낸다.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과 사람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어 사람들에게 들린다. 기술이란 바로 그를 위한 기술이다. 이런 때 기타가 이런 소리를 내면 베이스는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가? 드럼이 이런 소리를 낸다면 보컬은 어떤 소리를 내야 할까? 더불어 눈으로 보기에도 하나의 통일된 복장으로 통일된 동작을 선보인다면?

직장인 밴드 "S1"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때문이었을 것이다. 편곡도 편곡이려니와 소리들이 접착제처럼 딱딱 달라붙고 있었다. 소리만이 아니었다.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이사이 보이는 일치된 동작은 지루해지려던 시선을 밴드에게 자연스레 고정하도록 만들었다. 하나된 연주가 들려주는 힘과 하나된 동작이 보여주는 박력.

그래서 앙상블인 것이다. 1+1은 2가 아니라 3이 되기도 하고 4가 되기도 하는 것. 1+1+1+1+1의 계산은 힘들지만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그 답은 무한대가 될 수 있다. 바로 그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밴드를 찾으려는 것이고 그래서 밴드들의 연주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얼마나 그들이 내는 소리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밴드들의 모습도 그다지 심각하거나 우울하지 않다. 아직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의 음악이 남아 있으므로. 그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

여타 다른 오디션과 <TOP밴드>가 차별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들은 이미 밴드를 하고 있다. 음악을 하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단지 또다른 세계와의 접점을 찾고자 <TOP밴드>라고 하는 공중파 무대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밴드가 있는 한 그들은 그들의 음악을 계속할 것이고 단지 <TOP밴드>의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배울 것은 배우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더 나은 음악으로, 다음 기회에. 무대에서는 절박하지만 무대를 내려가면 자유롭다. 이미 자기 음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의 여유다. 탈락이 끝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밴드를 하고 음악을 한다.

어쨌거나 라이브의 묘미라 할 것이다. 가사를 잊고, 연주를 틀리고, 더구나 기계적인 문제까지 겹친다. 건반에서 소리가 나지 않더니 음향적인 문제로 기타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로 심사위원 가운데 말이 나온다. 자신들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결국 기계적인 문제로 연주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끝났던 게이트 플라워즈에게 무려 10시간이나 지나서 다시 기회가 주어지고 게이트플라워즈는 기다림의 보상이기라도 한 듯 훌륭히 32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 또한 드라마일까?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열악한 시설일수록. 더구나 대부분의 인디밴드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을 하다 보니. 프로음악인들도 마찬가지다. 기계적인 문제는 어디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가사를 잊고 연주를 틀리고, 사람이기에 당연히 있다. 다만 오디션이라는 것이 그런 문제들에 대해 엄격할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이란 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한 마디,

"게이트플라워즈는 제가 인정합니다."

확실히 신대철다운 한 마디라 할 것이다. 사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의 목수리는 분명 시나위의 전보컬 김바다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블루스와 그런지를 연상시키는 음울함과 야수적인 강렬함은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보편적이지는 못해도 소수에게는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것을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써 자기 이름을 걸고 인정한다. 대가다운 한 마디였다고나 할까?

대중음악이라는 말이 갖는 맹점일 것이다. 대중음악이란 대중 전부가 아니다. 그 안의 수많은 스펙트럼에 대한 통칭이다. 박근홍의 목소리를 비호감으로 여기는 대중과 더불어 그 목소리를 호감으로 여기는 대중도 있다. 그것을 넘어선 가치를 본다. 인디음악과 대중음악이 둘이 아니다.

아쉽다면 1차예선때부터 눈여겨 보아 오던 여고생밴드 "프라이드"가 끝내 탈락했다는 것인데. 화제를 몰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고생밴드라는 특성상 남성시청자는 물론 여성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어리고 또 미숙한 만큼 성장의 가능성도 높다. 시청율을 생각했다면 남겼어야 했는데. 매몰찬 심사위원 같으니. 그렇게 심사위원의 심사기준이 사심 없이 냉혹하기까지 하다. 말이 좋은 말 나온다고 점수까지 좋지는 못하다.

"아이씨사이다"는 밴드음악이 갖는 흥겨움 그 자체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탄탄한 연주와 화끈한 퍼포먼스. 청량음료처럼 더위를 한 번에 씻어가 버렸다. 가족밴드 블루오션은 보컬을 맡은 아버지의 외모가 마치 전인권을 연상케 해서 노래가 더욱 몰입도 있게 들렸다. 가족이 함께 하는 밴드라. 오히려 가족이기에 쉽지 않을 수 있는 일인데. 가장 인상깊었던 밴드 두 팀이었다.

단지 밴드라는 이유만으로 즐겁다. 그리고 그 밴드 가운데 특별한 밴드가 있어 더 즐겁다.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희망이 아닐까. 일주일이 그래서 즐겁다. 동경의 대상이던 전설의 음악인들을 그들의 냉철하면서도 적확한 비평과 함께 계속 지켜 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다음주를 기대한다. 어떤 밴드의 어떤 음악이, 그리고 어떤 사연들이 다시금 <TOP밴드>의 무대 위에서 펼쳐질까.  토요일 심야 조용히 폭발하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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